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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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미술관에서 나와 만년동 베네에서 후식같은 책모임을 했다
미술과 문학을 하루에 와구와구 먹어치우다니
문화를 너무 과식해서 뇌세포에 살찌는거 아닌가

해안가 마을에 사는 올리브 키터리지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연작형식으로 나오는 단편소설집이다
수학선생 올리브라는 덩치는 코끼리만하고 친절하기는 커녕 무뚝뚝하고 차갑고 이성적이며 강인한 여성이다

올리브의 남편 헨리가 등장하는 첫편 <약국>에서는 헨리가 기센 아내를 참아주며 사는거라고 생각했다
장을 넘기면서 올리브란 캐릭터가 솔직하지만 사려깊고 삐딱하면서도 상식을 지키려 애쓰고 이기적이면서 배려심을 잃지않으러하는 인물임을 읽었다

서로를 멍들게 하고 불운이 찾아오고 우울과 회한으로 힘들거라는 것
그럼에도 호들갑스레 반응하지않는 올리브의 성격으로 보면 때론 남과 비교해 자신의 행복을 저울질하는 모습에서 그를 비웃고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를 물어보면 할말이 없다

연작 단편에 나오는 다른 주인공들의 모습도
보잘것없는 특별할것없는 그럼에도 확실하게 소중하다고 말할수있는 그날그날 우리들의 일상이다

다음 책모임때는 S언니가 좋아하는 히가시노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 읽기로햇다
<나미야잡화점>같은 재미와 따스한 인간미에 매료되 다른 작품도 더 읽어보고싶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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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

이 소설은 80년 광주의 이야기이다.

80년 광주얘기를 하려면 목이 막힌다.
읽을때도 말하려해도 쓰려해도 막힌다.
80년에 노은리시골에서 4.50십분을 걸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광주에 빨갱이들이 폭동을 일으켜 무법천지이고,
군인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자유민주를 지키러
들어갔단이야기를 KBS뉴스로 들었다.
그리고 전두환이 뉴스에 자주 나왔었고,
도덕시간에 윤리선생이 전두환이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고 비장한 목소리로 알려줬었다.
방송과 정보로부터 완전히 차단당했다기보다
사회에 관심이 없던 때여서, 내마을 내가정 내학교로부터 먼데 일이라고 별 신경이 안쓰였었다.

대학들어가고 첫 축제때 학생회관에서 광주학살 사진전을 보고나서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고 살아왔는지 알게되었다.
상상할수없었던 잔인함과 폭력과 찢김과 군홧발아래 짓이겨진 무른 살덩어리들을 사진으로 만 보았을뿐인데 다리가 후덜거렸다.
시민들, 인간들의 자유와 인권은 국가권력을 앞세운 총과 몽둥이 대검아래 무참히 쑤셔져 선혈을 낭자히 도로가운데 흐르고 메말라가던 그사진들, 너무 어지럽고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은 여러편 읽었다.
한강작가는 낮은 목소리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라서 좋아한다.
읽은지 오래된 <내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두작품 모두 생각난다.

동호라는 15살 소년이 친구 정대와 함께 시위대에 섞여있다가 친구정대가 발포한 총에 맞아 쓰러진다. 동호는 정대를 구하고싶지만 몸은 마음과 달리 정신없이 그현장을 벗어난다.
동호는 정대의 시신을 찾아 도청엘 찾아가고
그곳에서 시신을 닦아주고 찾아오는 유족들이 죽은 가족을 찾을수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게된다.

도청에 탱크를 앞세운 군인들이 시민군을 진압하러온 그날 새벽까지 동호는 도청을 떠나지 못한다. 엄마와 형이 데리러왔을때 곧 집에 가겠다고 하곤 끝까지 남아있었다.
설마 자수하는 어린 학생들을 쏘진 않을것이라 생각한 동호와 중학생 네명은 일렬로 손을 들고 나오다 총을 맞고 일렬로 쓰러져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엔 다중화자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한다.
때론 일인칭으로, 때론 이인칭으로 자기가 죽게된 이야기, 생포된 시민군이 고문받은 이야기, 고문받고 살아돌아왔다가 자살한 이야기, 살아돌아와 평생 보안경찰의 감시를 받고 사는 이야기, 아들의 죽음앞에 오열하는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들이다.

얼핏 화자가 많아 헛갈릴듯하지만 다중화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소설의 허구성을 현실속에 치밀하게 다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위해 자료와 취재 인터뷰에 충실한 역량을 쏟았다고한다.

소년의 어머니가 말한다.
우리 동호는 어릴적에 길을 가면서도 자꾸만 꽃이 있는 쪽으로 손을 끌었어.
˝엄마 밝은쪽으로 가요˝ 이러면서.

<소년이 온다>는 2014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14소설부문 베스트셀러였었다.
왜 이런 걸 굳이 밝히냐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서이다.

다 아는 이야기 머하러 다시 꺼내냐고
고통스러운 이야기
힘들다 할수도있다.
역사는 그들이 만드는게 아니다.
그들이 권력으로 만든 학살은 역사가 아니다.
권력은 탄압의 역사를 숨기고 폭력으로 민중의 입을 막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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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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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 문학동네

김영하의 문장은 잘 읽히고 매끄럽다
긴장을 풀고 술술읽다보면 어느새 날이 잘 선 칼로 행과 행사이를 슥슥 베어내고 있는것같다

연쇄살인범이 있다
그는 본능적으로 살인을 한다
이유는 없다 싸이코패쓰다
이자가 향년 70세인데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피도눈물도없는 냉혈한에게 애잔한 딸이 있다
25년전 은희의 부모를 살해하고 희생자의 어린딸을 친딸처럼 아끼며 키웠다
는 그자의 기억해마가 얽혀버려 만들어낸 상상이었다. 사실 그어린것마저 살해해 자기집 앞마당에 파묻었다.
살인이 취미인 이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이후로도 쭉 누군가의 생명을 베어내어 뒤뜰 대밭에 묻는다
시신도 묻고 자신의 기억도 묻는다
자기딸을 살해하려는 연쇄살인범이 은희의 목숨을 노리고있다며 있지도않은 가상의 파렴치범을 찾아다닌다

누군가를 비난하는것은 자신은 드러내지못하는 추악한일을 그가 뻔뻔히 저지르기때문이란다
자신안에 있는 비열함
난 그것을 감추고있는데 타인은 그욕망을 행한다
그래서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나의 내밀한 욕구를 배설한다

김영하
그는 미친듯이 행간을 달리고 앞을 내다볼수없는 안개속으로 질주해 시야를 가로막는다
갑자기 고요해진 순간 공포가 들이닥치게 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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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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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없는 남자들>
무라카미하루키/ 문학동네

하루키 전작팬은 아니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신비한 매력이 있어서 다음책은 어떨지 기대를 갖게한다

당연히 장편이라고 생각하고 ˝드라이브마이카˝를 읽고나서 ˝예스터데이˝를 읽었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않는 인물이 나와서 앞장을 다시 펼쳐봤다. 아하 단편이구나.
뒷이야기가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의문을 갖게하는 결말로 끝나는 7편의 단편들엔 어김없이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을 안다는건 거짓이죠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게 가능할까요? 설령 그사람을 깊이 사랑한다해도˝
˝우리 마음에 차가운 얼음달이 떠올라요˝
˝무언가를 알수있다는건 불가능합니다.
달의 뒷면과 같은겁니다. 볼 수도 없고 너무나 넓으니까요˝

<사랑하는 잠자>를 뺀 나머지 6편에는 바람피운 아내와 이혼하거나, 사별하거나,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를 자기친구에게 소개하거나, 많은 여성과 이중연애를 하는 이상하고 찌질하고 이해할수없는 남자들이 나온다
그들은 상처받는것을 두려워해서 여자와 진짜 사랑을 거부하고
상처받았지만 태연히 아무렇지않은척 가장하기도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이별당할까봐 먼저 떠나는척 하기도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세계
혹은 남자의 속마음을 보는 듯했다
안그런척하면서 사실은 외롭고 약한존재들
여자도 약한존재이긴한데
여자들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속이진않는다
여자들에겐 <독립기관>이 있어서 의지와 상관없이 거짓말을 한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느정돈 맞는 말이기도 한거같다

어제 이동도서관에서 하루키<1Q84>도 빌려다놨다.
요번꺼까지 하루키 3권 읽었는데 하루키는 쉽게 읽히지않는다. 작정하고 읽어야하지만 또 읽고싶은 묘한 매력이 있는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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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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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 솔

글 잘 쓰고 시 잘 짓고 뛰어난 음악가였던 김홍도
는 익숙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김홍도는 <씨름> <무동>처럼 익살맞고 해학넘치는 풍속화를 그린 화가로 더 친숙했기 때문이다.
김홍도는 실제로 음악의 대가요
빼어난 시인이요
당대의 명필들과 벗하던 뛰어난 서예가였다

그는 정조의 신임을 받아 예외적이게 화원이라는 중인신분으로 안동 안기역의 찰방 벼슬을 지냈다.

그는 자신의초가에서 지역문인들과 시서회를 자주 즐겼다. 작은 초가주변엔 좁지않게 느껴지는 탁트인 앞뜰과 초가를 호위하는듯한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보인다.
사방트인 마루의 시서회에 흥취가 달아올랐다
양반문인들 앞에서 거문고를 타는 단원의 풍모가
신선같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날더러 단원의 그림중 하나 가지라면 <단원도>를 고르겠다.
빨간깃털 머리에 꽂고 검정꽁지 기품있는 단정학이 넘실넘실 걷고있는 소박하지만 단아한 공간을 내옆에 두겠다.

첫번째 그림 <포의풍류도>
맨발에 당비파를 연주하는 단원의 프로필사진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자화상이기도하다
서책과 두루말이 화병 생황 주병 검 이런 소품들이
예술가 김홍도를 말해주는듯하다

그의 시를 보면 해맑은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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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화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입니다. 그냥 사진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요. ^^

소금창고 2015-02-01 19:41   좋아요 0 | URL
천진한 표정의 고사어른이가 바위와 물아일체가 된 모습 정말 마음이 편해져요
군자는 물을 가까이하고 좋아한다는말 저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