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에서는 기나긴 왕족과 양반들이 권력을 갖고 통치하던 봉건주의 국가사회이었다. 그리고 그 조선이라는 마지막 봉건국가가 1905년 을사조약과 1910년 경술국치로 인해 그 역사는 머나먼 과거로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억압된 일제강점기와 해방직후의 양쪽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625전쟁, 그리고 수많은 독재와 봉기 등등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너무나도 빠르고 숨 쉴 사이 없이 지나가기 바쁜 고속철도와 같았다. 너무 빨리 지나가기만 하니 앞만 바라보고 뒤와 옆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난항들은 근현대가 아니라 조선시대와 그 이전에도 있었다. 그 많고 많은 시련과 수난 속에서 조금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누가 역대 정치지도자에서 가장 탁월했는가? 나는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정치지도자는 학자임금인 정조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나 여러 사업을 했지만, 결국 그것은 아버지 태종 이방원의 덕이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어려운 정국은 헤쳐 가며 나라를 위해 붕당정치의 폐단과 관료들의 비리, 제도의 불안정 등을 척결하여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들려고 했다. 물론 1800년 정조가 승하하면서 탕평정책은 깨져 버리고 다음해인 1801년 신유사옥과 황사영백서로 인해 많은 실학자들이 유배와 처형은 당한다.
역사에서는 이런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에 그렇게 되었더라면” 라고 말이다. 과거가 지나간 이상 되돌아 갈수도 만들어 놓을 수도 없다. 그저 흘러갈 뿐이다. 단지 과거를 이해함으로 현재를 알고 미래를 준비할 뿐이다. 지금 조선시대 봉건사회도 끝이 나고 냉전시대 산물인 625전쟁도 다 지나갔다. 세월은 그렇게 변화를 거치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긴 여정을 마친 한국이 왕권국가에서 국민국가로 변화되면서 나보고 누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노무현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라 해서 모두 잘하고 탁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참고로 나는 나이가 20살 이전에 정치에 전혀 관심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업열등생이 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 말년 3학년은 그저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런 다음 수험에 대한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 예전부터 좋아한 락을 즐기기 위해 언더그라운드 세계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기타 치는 형들에게 기타도 조금 배우고, 합주도 구경하고 공연도 가고 같이 술마시고 그저 그게 나는 좋았다.
그것이 나의 고등학교 이후 대학입학전의 생활이다. 내가 정치에 대해 눈을 뜬 건 대학교 1학년 시절이다. 우리학과는 환경공학이라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참여할 때이다. 때는 1999년 겨울, 나는 지정된 구역에서 주택, 상가 등 다양한 거주 및 건물형태에 따라 폐기물 수집을 하고 있었다.
마친 사무실 부분이 있길래 개인사업장에 들어가서 폐기물조사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워서 인근에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환경부 통계조사한다고 말하는데, 순간 그 국회의원 밑의 보좌한다는 인간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이 쌔끼들아! 여기가 어딘줄 들어와! 어서 안꺼져!”라는 심한 욕설과 비인간적인 행동이었다.
이때 이후로 이 사무실의 주인과 그 주인이 몸담은 정당은 일체 뽑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어린시절이라 그렇게 흥분했지만, 지금 역시 생각해보면 열받는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시민이 찾아와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욕한다는 사실에 사실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후에 부산에서 계속 지내면서 부산에 살면 부산권 정치인인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당시 부산은 경상권이라 전라도지역과 지역감정이 매우 심했다는 점과 그런 상태에서 노무현 장관은 신기하게 보였다. 나 역시 부산에 살다보니 노무현이란 3자는 금방 알게 된다. 정치적 당색이라던가 신념이 아닌 어떤 인물인가에서 말이다.
그런 애기를 들은 직후에 2002년 나에게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할 수 있던 기회가 왔다. 그리고 노무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당선되고 나는 2003년 군입대를 하게되었다. 나는 군복무를 공군으로 갔는데, 당시 배치부대가 김해공항으로 갔다. 2004년에 들어오고 2005년에 부서가 공사설계시공파트로 갔는데, 때마친 그 해는 APEC이 열렸다. 의전실 공사의 설계, 시공, 관리를 맡은 부서에서 기술행정을 맡았던 나로서 이 APEC은 사실 악몽이었다.
맨날 잦은 공사내용 변경, 주요 지휘관, 정부기관, 심지어는 국무총리와 대통령까지 들어와서 이 현장을 보고 갔다. 시공부서에 있던 사람으로 VIP가 오는 것은 상당히 싫다. 아니 짜증난다. 공기는 다가오는데, 이 사람들로 인해 공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보니 잦은 야근과 주말잔업이 있었다. 남들은 군복무 하면 초소근무가 주된 추억이나 나는 사무실에서 야근과 잔업이 추억이다.
솔직히 이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웠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다. 이라크 전쟁과 더불어 정부에서 파병안을 내고 어느 순간 파병안이 결정되자 그 여세는 내 주변에서 일어났다. 내가 속한 부대가 수송기가 있던 곳이라 많은 장병들이 머나먼 이라크로 가게 되었다. 거기에는 내 동기도 있었고, 같은 대대 사람들도 있었다.
나에게 한없이 고맙고 친근하기도 한 사람이 한국을 떠나 몇 개월 동안 모래폭풍으로 이루어진 이라크로 간 것이다. 나중에 한국에 무사히 귀국하여 내가 전역 전에 서로 잘 지냈지만, 그들이 느낀 이라크 파병은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다. 비록 전투가 바로 일어나는 위험지대가 아니나 언제 전투가 날지 언제 폭격이 날지 언제 테러가 날지 모르는 비상시기이니 말이다.
그런 곳을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부대에 가서 장병들과 만났다는 것이다. 누구는 인기몰이라거나 혹은 정치적인 수단이라 하지만, 나는 역으로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지공간에 들어갈 자신이 있냐고 말이다.
사실 이라크 지역에 이착륙하던 항공기는 대부분 보잉이나 에어버스에서 만든 제트엔진으로 된 항공기가 아니라 C-130H이라는 군작전수송기였다. 이 항공기 직접 타지는 않으나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들으면 안다. 대단히 시끄럽고 불편하다고, 그런데 그 수송기에 몇 시간을 앉아 사지로 갔다고 생각해보라.
그래서 나는 노무현이 좋아한 것이다. 물론 공군이라는 이름아래 좋아하게 되었으나 차후 전역 전까지 지켜보면서 그가 한국군사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다고 모두 이런 군인으로 지내면서 생각한 노무현이 나에게 전부는 아니다. 그가 100% 옳은 것은 아니나 그가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것이 나는 좋았다.
권력의 최고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모습에 솔직히 군인으로 있었던 당시 나로서는 놀라움이었다. 그런 사람인듯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참 말이 많고 많았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보고 아이러니한 내용은 진보세력에서는 보수적이라고 비난받고, 보수세력에서는 너무 진보적이라고 비난받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보와 보수가 양극화되어 으르렁되는데, 그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곳에서 비난당하고 있었다.
그런 이것이 무엇인가? 한국 진보세력의 가장 문제점은 이책에서 보여준 “쉬운데로 안주거리처럼”이란 것이다. 반대에 대한 반대로 하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주의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선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역사의 사실을 존중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과거로부터 법칙을 배우고 그 법칙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아닙니까. 진보주의자들이 주로 개방 문제와 관련해서 그동안 주장했던 것이 그 이후에 사실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진보든 보수든 어느 것이든 버릴 수만은 없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진보에서는 현실을 보고 국제사회를 보자는 것이었다. 진보가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해 불만으로 반대만 한다고 하여 그것이 우리로 끝나면 모르나 한국은 한국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아닌 다른 나라가 있기에 존재한다. 한국이 국제정세에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자재수입과 제품수출 무역으로 생존하는 국가로서 치명적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런 현실,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자세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아니고, 정치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아닙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과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객관적 사실을 사실로 인정할 줄 알고, 그래야 오늘을 바로 해석할 수 있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과학적 논리를 지니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그러니까 공허하고 교조적인 이론에 매몰되어서 흘러간 노래만 계속 부르지 마라. 이겁니다. 일부 고달프고 불평스러운 사람들을 선동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일부 이른바 강단사회주의라고 이야기하는 급진지식인들은 뭉쳐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에서 현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뭐든지 극단적 행위보단 과학적인 사고로 판단하라고 했다.
그렇기에 국민들이 이런 지나친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국민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를 거부하라” 모든 국가조직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공적인 업무에서 공권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 공권력이 국민이 위임한 사람들의 사욕에 이용되는 것을 국민 스스로 막아야 한다고 했다.
과연 내가 아는 노무현, 당신이 아는 노무현, 아니면 내가 모른 사람들의 노무현, 그것은 각각마다 다르다.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과 조건, 그리고 가치관은 뭐든지 다르게 보일 뿐이다. 단지 타인에 의한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에 의한 노무현은 무엇인가에서 그는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것이랑 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