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택광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 좌파와 우파에 대해 안 것은 중학교이었다. 당시 정인화 선생이 만든 영원한 제국에서 제시된 성호학파의 갈래에서 알았다. 성호학파는 조선시대 최고 학자 겸 사상가인 성호 이익 선생이 만든 도서로 다양한 학문과 사상 그리고 문화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거기에는 중국에 선교온 마테오 리치 신부가 만든 천주실의에 대해 최초로 연구한 서적이라 한다.

이 천주실의라는 학문은 가톨릭신앙을 포교하기 위해 마테오 리치가 만든 서적이나 그 내용은 동양의 사상과 문화에 맞추어서 적었으므로 당시 천주실의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구 교황청의 정치적인 체계가 바뀌면서 당시 제사를 지내야 마느냐에서 기존 천주실의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당연하나 바뀐 가톨릭 포교에선 제사는 불가하다고 했다.

그런 갈등과 천주교라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성호학파가 2가지 갈래로 나눤다. 하나는 순암 안정복과 이삼환의 필두로 하는 성호우파, 또 하나는 만천 이승훈, 광암 이벽,  아우구스티노 장약종, 다산 정약용과 같은 남인 계통의 젊은 학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받아들인 좌파와 우파는 어느 일정한 사상과 철학에 관련하여 급진적인가 혹은 보수적인 태도인가에 따라 구분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사상이나 철학, 학문 등이 좌우 관계없이 인간을 근본으로 하여 단지 그것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이런 관점이 무의미하게 사라져가는 추세인듯 하다. 정말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그런 관점과 시선의 차이라기 보다는 단지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당위성 내지 편가르기식으로 머물게 된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파와 좌파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적인 노선이 문제가 근본 자체가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잘 지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기본 중에 기본은 어디로 사라져 갔는지 이제는 상대방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게 되었다.

그것이 과연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 보다는 그 옳고 그름에 따라 정치적인 표명하기가 바쁜 것이다. 게다가 우리 나라 아직 민주주의라는 근현대적인 정치체계가 들어온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약 600년간의 사대부국가에서 약 50년동안의 일제 강점과 625전쟁으로 나라가 많이 혼돈되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전쟁으로 얼룩진 만큼 그 당시에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북한과 대치로 인한 이데올로기적인 군사외교 적대는 어두운 사회상을 반영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흔히 한국에서 좌파라고 하면 다들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수이다. 내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빨갱이 불온서적으로 마르크스 도서를 읽으면 안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되어 집근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마르크스 서적이 주변에 넘치고 넘친다. 당시 내가 받아들인 시대상은 어떠한가? 우리는 좌파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를까? 기존 한국사회를 혼돈하게 하는 존재, 아니면 빨갱이? 사실 알고 보면 마르크스는 그런 유령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본주의를 부정하기 보다는 자본주의에 대하여 냉철하게 바라보아 그 체계와 흐름을 분석하고자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마르크스라고 하면 모든 국가체계를 무너뜨릴 귀신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인문학이란 세계에 발을 들인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거의 신입생급이다. 하지만 외국도서를 읽다보면 놀란다.

소련과 대치하던 미국, 영국은 물론이거니와 독일, 프랑스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학문적인 업적을 여실하게 맺고 있던 것이다. 세계 학문체계에서 프랑스의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유명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들은 소비에트연방과 북한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마르크스에 대해 연구하고 정치에 활용하였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이렇게 말하면 모두 좌빨 종북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옭아내지만, 막상 그렇게 했다면 서구사회는 모두 한통속이라는 인식 오류가 발생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좌파의 시초인 마르크스에 대한 내용으로부터 근현대 좌파지식인에 대한 내용과 간단한 소개로 통해 인문좌파이론이 뭐가 있는지 알려준다.

인문좌파는 정치적인 좌파가 아니다. 그런다고 우파도 아니다. 지금 뭐가 잘못된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이것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논하는 것이 인문좌파이다. 그래서 인문좌파에 거론되는 철학자는 대부분 근현대철학자들이 아주 많았다.

먼저 마르크스로 필두로 하여 마르크스 이전의 칸트와 헤겔, 마르크스 뒤를 이은 엥겔스와 발터 벤야민, 알튀세르, 사르트르. 데리다, 자크 라캉, 미셀 푸코, 들뢰즈, 슬라보에 지젝 등, 솔직히 내가 여기서 거론된 학자들은 다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다. 단지 이름은 듣고 간단한 소개만 알지 실제 그 사람들이 무슨 내용을 말한지는 세세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좌파지식인이란 점에서 우리가 근현대를 지나온 점에서 새로운 철학이나 사상은 대부분 좌파적인 부분에서 많이 나온 점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며 생각한 점은 인문좌파는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여 지적하여 원인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예전에 한창 관심있었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사상에서 이른바 데리다의 해체주의를 처음으로 들었다. 물론 해체주의에서 거론하는 남녀차별, 인종차별 등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는 해체하는 것이 옳으나 그런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해체라는 모더니즘의 틀을 반대로 보기보단 추가와 보완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추가와 보완으로 통해서 얼마든지 기존 사회 기반을 부정하기 보단 그것에 대한 기능을 좀 더 올린다면 그것이 진정한 인문좌파로서의 소양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