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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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지하철역 살인사건으로 남녀 간의 갈등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과연 여성은 약한 존재인가? 아닌가?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인간의 성적인 요소보단 사회적인 요소에서 찾으려 한다. 물론 사람마다 각각 다른 사고방식이 있고, 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만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결국 개인의 판단은 그(여)가 태어나고 자라며 살아온 과정이 축척된 것과 같을 것이다. 군대생활을 나 같은 경우 일반 병사가 아닌 하사로 있었다. 나하고 같이 훈련받은 동기는 290명 가까이 된다.

 

그 중에 여군도 있었다. 군번도 나보다 빠르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내가 있던 훈련소대의 조교 중에 여군하사도 있었다. 육체적으로 여성이 약할 수 있겠지만, 여성 그 자체가 약하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완전군장을 한 채 언덕 위에 있는 전투훈련장을 같이 구보로 뛰었던 동기들이 있었다. 키나 몸무게가 남자 동기보단 불리했으나, 그들은 모든 것을 해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고 했던 사람이 많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보통 남자보다 더 강한 신체능력을 가지지 못한 법은 없다.

 

이런 사례는 실제 역사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상가는 프랑스대혁명의 아버지, 근대민주주의를 만든 장 자크 루소다. 루소의 철학과 사상을 알아 가면서 그는 언제나 로마의 시대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았고, 또한 고대 스파르타 왕국의 강인함을 빼놓지 않았다. 프랑스대혁명의 절대적인 도서라면 <사회계약론>과 더불어 <인간불평등기원론>이다.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을 읽어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스파르타 여인들은 남자를 지배하는 유일한 여성들이다.”

 

루소의 정치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스파르타의 전설적 입법정치가 ‘뤼쿠르고스’이다. 그는 스파르타가 아주 위대하고 강력한 국가를 만들 수 있도록 초석을 만든 인물이다. 뤼쿠르코스의 정치적 체계를 본다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다소 거칠어 보인 점도 있지만, 스파르타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다시피 매우 강력한 군대가 있고, 그 나라의 남자들은 매우 용감한 전사다. 그런 전사들은 그 누구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며 전장을 누빈다. 그런데 오로지 스파르타의 용감한 전사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는 그의 아내만이 가능했다.

 

스파르타 어느 여성은 자신들의 국가의 여인에 대해 이렇게 논한다. “그럼요, 남자를 출산하는 것은 우리밖에 없으니까요.” 루소의 철학에서 등장하는 스파르타의 이야기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지금의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이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독재정치를 하거나 또는 국민의식 수준이 저열하지 않았다. 로마의 세계는 양심인과 지성인으로 넘쳤으며, 그들의 관심사는 공명정대한 인물로 통해 공화주의 가치관을 확립하려던 것이다.

 

다소 플라톤적인 가치관이 많이 반영되겠지만, 국가의 지도자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진정한 명예를 아는 자라면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전쟁으로 과시하기보단 평화로써 번영을 누리고자 한다. 지금의 정치체계에서 외교적인 부분은 군사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지고, 경제정책은 그 나라 생활의 질과 인구수를 움직인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이미 그 당시에도 충분한 답을 내놓는다. 스파르타의 화폐를 금과 은이 아니라 무거운 무쇠로 하는 이유는 빈곤한 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사치가 없어야 한다는 점, 밭이 어느 정도 개개인에게 돌아가야 생계에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권에서 등장하는 영웅들은 거의 없어지는 과거의 국가를 뒤로 하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거나, 혹은 기존의 국가의 정치적 체계를 발전시킨 자들이다. 각자 영웅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업적을 보고 있으면, 딱히 뭐라 쓸 수 있는 글이 없다. 각자만의 스타일과 추구하는 방향성은 다르나, 그들이 다른 사람과 차이 날 정도로 비범한 인물이란 점, 그들의 이야기는 플루타르코스가 태어나기 몇 백 년 전에 등장하여 플루타르코스가 죽은 지 2,000여 년이 지나도 계속 전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미술작품에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푸생의 그림 중에 <사비나 족 여인들의 겁탈>이라던가 루벤스와 구에르치노 같은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도 많다. 역사를 기록한 서적이 문학적 가치도 가지고, 또한 미술적 상상력까지 이어준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등장하는 그림들은 16세기 르네상스를 거쳐 17세기 때 활동하던 화가들의 명화를 소개한다. 어디서 얼핏 본 것 같은 그림이 등장하면서 르네상스라는 인문정신이 바로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책을 보고 있으면 영웅의 각 면모는 개성이 넘치는 당시 살아간 인간들은 우리하고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을 잘 발견한다. 단지 영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나, 그 영웅으로 통해 보는 당시 세상을 안다는 것은 인류가 이때까지 살아온 흔적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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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5-2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만화애니비평 님.

언젠가 읽어야 할 책으로 항상 염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책에는 그리스 영웅과 로마 영웅 비교가 빠진 책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 책은 원전의 구성에 맞춰진 책 같습니다. 이 책 번역은 어떠한가요? (요즘 분량 있는 책을 집어들 때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5-25 10:53   좋아요 0 | URL
제가 번역이 잘 되고 못 되고를 말하기가 어렵지만,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용이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중간마다 삽화나 동상, 그림 등이 들어가서 아주 이해하기 좋게 만들어진 겁니다.

이다희 번역자는 그리스로마 신화로 유명한 이윤기 선생님의 따님입니다. 그분의 영향을 받았으니 내용을 받아들이는 독자에게 잘 포커스가 맞추어진 것 같습니다.
동서출판사 본은 살짝 보니 보는 사람에게 조금 불편하게 편집되었더군요.
2권짜리가 3권짜리 되면서 목차설정이 조금 그렇다고 하더군요.

마립간 2016-05-25 11:33   좋아요 0 | URL
답변 감사합니다. 참고가 되었습니다.

루쉰P 2016-07-17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거 볼라구요 ㅋ

만화애니비평 2016-07-17 19:37   좋아요 0 | URL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