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화 <변호인>에서 노무현의 인생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등장했다. 변호인이란 영화를 보고, 예전에 <여보 나 좀 도와줘>와 <운명이다>를 보면서 부림사건 때 그 치안검사와 짜고치는 고도리를 치는 판사가 지금도 공위공직에서 혹은 높은 자리에서 나라녹을 먹으며, 국민이란 이름을 말할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과거에 죄없는 사람을 가두어 때리는 것도 모자라 전기고문, 물고문과 같은 비윤리적인 행위조차 서슴없이 하던 그들이 이제는 국민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대의를 말할 때마다 입가에 쓴 웃음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왜 이리 노무현이 생각나는가?
사실 노무현이란 사람을 나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다. 정치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말조심하지 않으면 끌려간다는 주변 어른 이야기만 들었지만, 어릴 때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심취한지라 세월아 네월아 보냈다. 하지만 2001년 부산 북구에 폐기물조사 나갈 때 우연히 국회의원 사무실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름도 까먹었다. 단지 현재나 앞전 정권에 실세에 가까운 인물이고, 대단한 권력자란 사실만 안다.
뭐 모르고 간 대학생에게 거기 비서진인지 졸개 쓰레기 너부렁탱이 같은 자식이 와서 욕을 하며 우리를 내쫓은 것이다. 그냥 "학생 여긴 올 때가 아니야." 정도만 했다면 아무런 감정도 없다. 나에게 "야이 쌔끼야 어디라도 오는거야! 빨리 안 꺼져 쌔꺄!"라고 하였다. 덕분에 그 시대 한XX, 신XX는 나에게 철철부지 원수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해 2002년 대통령 투표를 처음으로 하고, 당시 노무현이 되었다. 당시 <여보 나 좀 도와줘>를 읽어보고 선택한 것 같았다.
지금 우리 집에 1권 16쇄가 있는데, 2005년에 나온 것이다. 상당히 많이 팔린 도서고, 볼 때마다 자신의 자랑보단 가슴 쓰리고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이야기만 있다. 문송면 군이 15세 수은중독으로 괴로워하며 죽는 것, 노동자가 시위하여 체루탄 맞고 사망한 것, 원진레이온 이야기는 아직도 울화통이 난다. 그때 그렇게 못된 짓만 골라서 한 놈들이 지금도 버젓이 큰 소리 치며, 뻔뻔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이 비정상적인 공간에 그저 혀를 찰 뿐이다.
그래서일까? 대통령 이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퇴임한 노무현은 너무나도 호불호가 갈린다. 아마 우리 나라 인권운동가, 노동운동가 중에 부림사건부터 국회의원 노무현, 대통령 이전 노무현 만큼 힘든 투쟁을 한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만큼 가장 욕 많이 먹고 그 만큼 퇴임 후에 사랑받을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변호인이 나오고, 페루애님도 노무현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무현에 대해 엄청나게 비판적으로 대하여 좋아하지 않았으나, 노무현 서거날에 무척이나 울었다고 말이다. 페루애님도 그러하거니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학자 겸 문화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도 그랬다. 유시민과 토론도 하고, 참여정부시절 많은 비판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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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이러스>에 노무현과 노사모에 대해 비판했고, <레퀴엠>에도 역시 노무현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글을 쓴 것이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이란 도서에서는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너무나도 논리적으로 작성한 이성적인 글이기에 왠지 조금의 아쉬움도 남으나, 진중권은 알고 있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신이 지지한 사람이라도 비판해야 한다고 말이다.
진중권 교수가 처음 노사모가 나올 때,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웹툰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노사모처럼 자발적 지지자를 가진 정치인은 노무현이 유일합니다! 원래 정치는 이래야 합니다! 이게 표준이어야 합니다! 노사모 회원 수는 당비를 제대로 납부하는 민주당원 수 6천 명을 능가합니다! 이게 뭘 말하겠습니까?”
“민주당과 구태의연함과 노무현의 참신한 개혁성의 콘트라스트(대비)지요! 게다가 이인제는 필패지만, 노무현은 후보만 되면 그 잠재력 폭발력을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요!”
진중권 교수는 루소의 일반의지와 더불어 정치적 자유주의적인 논조로 정치에 이야기하려고 한다. 물론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으나,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적어도 약자를 억압하고, 외면하지 않는다. 단지 입이 독설로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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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페루애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 순간 진중권 교수가 생각이 났다. 개인적으로 내가 진짜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권변호사? 노동운동가? 보다는 군대시절이다. 국내에서 반대하던 이라크파병에 관련된 일이다. 내가 있던 부대에 공군수송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 몇몇 사람들이 이라크에 몇 개월 동안 갔다. 내 사무실 직속 고참도 자이툰부대로 가고, 내가 전역 전에 온 다른 고참 역시 자이툰부대에서 돌아왔다. 이라크 파병 생활을 옆에서 직접 간 사람에게 들었으니, 너무 고마웠다.
어느 장병을 끌어안아 주는 모습에서 안아주는 것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전쟁의 중앙에 가서 그것도 좋은 비행기도 아니 공군수송기를 반나절 이상 타고 갔다는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국민보단 예비역 공군 부사관으로서 노무현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진보적인 가치만 아니라 보수적인 가치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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