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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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라고만 소개하기엔 매우 부족하다. 이 책은 독자를 위해서도 훌륭한 안내도가 된다.

소설을 매우 좋아하는 지인은 자신이 왜 소설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소설을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소설이 좋은 이유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갈등의 상황을 간접 경험하는 동안 나 자신은 책 밖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면서도 소설속의 경험을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해보지 못할 경험, 혹은 후회의 순간, 시간의 배열마저도 뒤집어 볼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소설을 좋아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허구인듯한 소설이 현실보다 현실을 파고들어서 진짜 리얼리티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외면하고 회피하며 숨어버리고 마는 이야기들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이 책 딜레마 사전 건축물의 설계도면 같은 책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소설을 마주했는데 그안에 거울이 또 있고 그 거울 안에 또 거울이 있어서 끝없이 깊어지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라서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주는 보물지도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의 독서에 있어서 생각해볼 여지? 그러니까 질문할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의 밑거름을 제공받은 것 같아서 든든하다. 캐릭터의 상황뿐 아니라, 그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작가의 상상을 독자가 상상해볼 수 있다. 내가 쉽게 접하게 되는 책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현실의 갈등은 좋아할 수 없지만 소설, 영화, 드리마의 갈등은 우리에게 경험이 된다. 갈등과 고난을 맞이한 카릭터가 투쟁해 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던진다.

갈등은 캐릭터의 발전을 추진하고, 갈등은 캐릭터가 행동하게 만드는 동시에 독자의 내면도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갈등은 변화의 전조가 된다. 그런 갈등과 변화의 과정이 없다면 아무것도 회자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35년 만에 돌아온 영화 <탑건>의 후속편인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이 세대 간의 갈등과 임무에 대한 시간적 압박 등을 헤쳐 나가며 펼치는 열연을 생각해보면 관객의 열띤 호응을 금방 이해해볼 수 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창조자인 작가는 캐릭터를 위기와 시련으로 몰아 독자들이 마음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갈등의 모습은 이러하다.

캐릭터 VS 캐릭터

캐릭터 VS 사회

캐릭터 VS 자연

캐릭터 VS 테크놀로지

캐릭터 VS 초자연적 존재

캐릭터 VS 자아

그중에서도 나는 자아와 싸워야 하는 갈등을 좋아하는 것 같다. 주인공은 겹겹의 욕구와 신념, 공포와 욕망으로 얽혀있는 실타래같아서 풀려고 할수록 더 엉키고 만다. 이야기의 핵심은 고통받는 캐릭터이다. 그것을 마주하며 함께 실타래를 풀고 싶어하는 나를 만난다.

갈등의 질과 양, 범주, 관계의 갈등, 의무와 책임, 실패와 실수, 도덕적 딜레마와 유혹,압력과 시간 압박,승산 없는 시나리오, 성패가 갈리는 위기들은 독자가 캐릭터에게 마음이 쓰이게 만든다. 그러니까 독자는 캐릭터의 모든 것을 공유하기에 몰입하게 되고 좋아하거나 응원하는 모습으로 애착을 느끼게 감정을 이입한다. 그러면 재밌다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 드라마도 그렇지만 연재 만화 작가에게 캐릭터에 대한 항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왜 주인공을 그렇게 했느냐?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입니다." 라고 말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이런 질문도 만들고 캐릭터는 스스로 살아 생명력을 부여받기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캐릭터의 내적 풍경이란 말이 강하게 남는다. 주인공의 윤리와 가치, 취약성과 상처, 두려움과 욕구같은 것들이 가진 풍경은 내적 사유와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보임으로써 독자들은 캐릭터를 알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독자 스스로도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좋다.

이야기층위의 내적갈등

채우지 못하는 욕구가 인물에 미치는 영향

내적 갈등은 내적 동기와 대립한다

자존감 혹은 성취감과 엮인 내적갈등

장면 층위의 내적갈등

모든 장면에는 목적이 있고 갈등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염두해두고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진 영화 [제인에어]를 본다면 어떨까? 에어의 내적 갈등을 보며 나역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던 순간들의 감정이 아직도 절절하다.

이런 걸 설명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 바로 이 딜레마 사전인데, 전공자가 아닌 독자로도 풍성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실패는 캐릭터의 결함을 강조한다

실패는 변화의 필요를 부각시킨다

실패는 캐릭터가 새로운 새로운 방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캐릭터의 선택에 복잡성을 더하라

제3의 선택지로 독자를 놀라게 하라

캐릭터의 길을 방해하는 다양한 적

( 경쟁자, 맞수,적수,적대적인 힘, 악당, 원수, 침략자, 프레너미, 안티, 약자를 돕는 자, 공격자, 간섭자, 최강의 적수, 도전자,초자연력)

❤️ 영화나 소설에 이런 플롯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보지만 재미 포인트들이 모두 여기에 있다는걸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속 빌런, 감초 역할들이 아주 중요하고 때론 주인공보다 더 큰 사랑을 받으며 결국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는 흥행 성공을 하는 것 같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가 많은 만큼 공감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https://blog.naver.com/kih451145/222858058553


픽션에서 갈등은 등장인물들을 시험에 들게 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며 크게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나뉜다. (…) 궁극적으로 갈등은 캐릭터가 낡은 사고와 행동 방식 혹은 새롭고 진화한 존재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둘 중 하나만이 캐릭터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16~17쪽, <캐릭터를 만드는 건 갈등이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한 갈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위대한 이야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핑핑 돌아가는 장애물, 방해, 난제를 제시해야 한다. 각 이야기의 순간순간은 도입하는 문제로 인해 참신해진다. 그렇다고 갈등을 닥치는 대로 던져 넣거나 구조가 결여되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20쪽, <플롯과 갈등의 조합>

내적 갈등은 캐릭터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방해한다. 따라서 캐릭터의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꼭 확인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어떤 내적 갈등이 캐릭터의 노력을 막는 데 가장 적절한지 찾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55쪽, <내적 갈등에 대한 심층 탐구>

입체적이고 신뢰할 만하게 구축한 캐릭터는 어떤 특성을 갖추고 있을까? 바로 결함이 있다. 예컨대 약점, 맹점, 그리고 자각하지 못하거나 바꿀 의지가 없는 인성상의 결함이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결함이나 약점은 캐릭터에게 진정성을 보태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77쪽, <실패는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갈등은 대개 주인공의 목표 및 욕구와 욕망이 적의 목표 및 욕구와 욕망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주인공과 적, 두 인물은 과거를 공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새로 알게 된 사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직접 만난 적은 없고 서로 알고만 있는 사이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건 마찰은 존재하며, 위기가 고조되고 캐릭터들의 목표가 가까워지면서 둘 사이의 갈등도 증대된다. 둘은 결국 의지와 힘과 정신의 경합에서 한쪽이 승리할 때까지 필사적으로 싸운다.

92쪽, <캐릭터의 길을 방해하는 다양한 적>

갈등은 실패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캐릭터와 독자 모두의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또한 이야기 전체 차원의 갈등(거시적 갈등)과 장면 층위의 갈등(미시적 갈등)이 모두 필요하다. (…) 가장 중요한 점 하나, 갈등은 이야기를 앞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102쪽, <내 이야기에 딱 맞는 갈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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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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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갈등은 좋아할 수 없지만 소설, 영화, 드리마의 갈등은 우리에게 경험이 된다. 갈등과 고난을 맞이한 카릭터가 투쟁해 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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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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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2

내가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40이구나.

두 번째 40대를 살게 된다면?

남편한테 그렇게 의지하며 살지 않을 것 같다.

자식한테 그렇게 목매며 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작게라도 시작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인생을 다 바쳤는데도 70의 나이에 생활비 한 푼도 못받는 할머니로 늙도록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에서야 나의 꿈이 뭐였냐고?

나에게 너희들이 전부였는데. 그랬는데.

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이는 ○○한 이유로 내게 생활비를 줄 수 없다.

직설적인 소설 제목과 여인의 뒷모습. 그리고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어오는 이 책이 궁금했습니다. 70세 어머니의 인생의 전부이던 네 명의 자식들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에 대해 스윽 보게 되지요.

강남에서 애들 유치원때 만난 다섯 명의 주부가 공주처럼 살자는 뜻으로 '오공주'모임을 만들었습니다. 70살이 되어서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강남, 평택, 분당, 과천, 산본

으로 흩어지며 각자의 부동산 가치는 달라졌고 경제사정도 천차만별이 되었네요. 몇 해전 남편을 먼저 보낸 소설의 화자는 산본입니다. 그동안 산본은 애들 아빠가 남긴 얼마간의 예금으로 생활했지만 이제 그마저 바닥나 요즘은 생활비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산본인 나는 과천네의 자식들이 생활비를 주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어릴때 공부 잘하고 잘났던 자식들의 서열은 각자의 밥벌이로 다시 평가되고 있어요. 자기 자식을 은근히 자랑하며 상대의 자식을 깎아내리는 친구의 말에 속상해서 속으로 '나쁜년~ '하고 말해보며 쓰린 감정을 삭히기도 합니다.

올해 74세이신 저희 친정 어머니도 딱 그렇게 애들 유치원 친구들 엄마로 만난 한동네에서 지내던 분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계신데요. 모두 제각기 이사를 갔습니다. 강산도 변할 세월 만큼이나 각자의 삶은 달라졌을겁니다. 가끔 만나 옛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큰 위로도 되지만 속상함도 안고 돌아오시는데요. 어머니가 밖에 나가 변변히 자식 자랑할 것이 없으셨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죄송해지기도 했습니다.

첫 째 서희, 둘째 서현, 셋째 서준, 넷째 하이의 성장통과 각자의 결핍에 공감 하면서도 어머니의 입장이 참 서러우실 것 같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네~~ 아들, 딸은 이러 이러해서 이런것도 해준다더라~~ " 하는 이야기를 부담스럽게 듣던 제 모습을 보며 씁쓸했습니다.



이 소설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미처 나누고 소통하지 못해서 곪아 있는 상처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해결 할 수 있는지 아주 해피엔딩하게 그려진 소설이었는데요.

드라마 짤리뷰 처럼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이 소설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지만 오래 곱씹게 만듭니다.

모든걸 다 내어주며 학교 문턱을 오가고, 과외, 유학 공부시키고 정성으로 먹이고 입히며 키워낸 아이 넷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엄마의 생활비는 커녕 이젠 원망을 하고 있어요.

흔한 스토리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하소연하면 그건 엄마를 위해서였지 나를 위한건 아니었어~ 하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로 엄마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들키고 맙니다.

늦둥이 넷 째, 하이로부터 풀리기 시작하는 가족간의 엉킨 실타래와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네 아이들에게 남가 예약 이메일이 가져오는 심정의 변화들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소설입니다.

각자의 결핍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재능을 더 들여다보고 전공함으로써 서로를 돕고 함께 성장할 기회를 찾아내는 이야기 속에는 숨은 보물지도가 존재했는데요.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도입부터 알맞은 속도감으로 차곡 차곡 쌓아가는 관계가 가진 이야기들의 빌드업이 참 선명하고도 재밌었습니다.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 니체가 말했다 여기가 거기니 >가 보물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생활비 얘기를 꺼내기도 할겸 독립한 아이들을 따로 불렀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각자의 음식취향 만큼이나 참다른 네 아이를 한 품으로 보듬으시는 모습에서 애써오신 모든 것을 충분히 보상 받으셨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자식중 누구도 생활비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네요. 아이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난후 홀로 남겨진 식탁에는 남겨진 음식과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독백은 슬픈 파문 같습니다.

○○은 내게 생활비를 줄 수 없다...

이 소설을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가 딱 떠오릅니다. 물방울 하나가 일으키는 파동, 파문이 생각납니다.

p 244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자리와 길이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 너는 왜 속하지 않았냐고 질타할 필요도, 남이 있는 자리에 내가 속하지 않았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내가 있는 그 자리에 기회는 이미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자리만들여다보느라 그것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잘 찾고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일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잘 걸어가고 계신가요?

함께 잘 나아갈 수 있는 준비운동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40이구나.

두 번째 40대를 살게 된다면?​

남편한테 그렇게 의지하며 살지 않을 것 같다.

자식한테 그렇게 목매며 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작게라도 시작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인생을 다 바쳤는데도 70의 나이에 생활비 한 푼도 못받는 할머니로 늙도록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에서야 나의 꿈이 뭐였냐고?

나에게 너희들이 전부였는데. 그랬는데...

- P12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자리와 길이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 너는 왜 속하지 않았냐고 질타할 필요도, 남이 있는 자리에 내가 속하지 않았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내가 있는 그 자리에 기회는 이미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자리만들여다보느라 그것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잘 찾고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일 것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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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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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터 알맞은 속도감으로 차곡 차곡 쌓아가는 관계가 가진 이야기들의 빌드업이 참 선명하고도 재밌었습니다.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 니체가 말했다 여기가 거기니 >가 보물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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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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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안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좀 특별한 타이밍인 것도 같네요. 여성의 글이 가진 위대한 힘을 알아채고 싶었던 지금 딱 만나야했던 글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작은 책에서 만난 소설들이 가진 내면적인 고급진 글맛에 기분 좋은 쇼크를 느낍니다. 어디가 고급지냐고 물으신다면,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 하기 위해 천천히 고지로 이끄는 정성스러움과 섬세함에 있다고 해야할까요. 결정적으로 독자에게 좋은 여운을 남깁니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1968년 부터 시작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들의 모임입니다. 50여 년 간 박완서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꾸준히 활동을 해왔고, 1984년부터 꾸준히 1~3년에 한 번씩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을 내고 있다고 하네요. 이번 기회로 알게된 이름들을 비롯해서 확장되는 독서를 경험합니다.


유덕희 - 별 사이를 산책하기

박재희 - 홀연

유춘강 - 레몬

한수경 - 나비머리핀

이남희 -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

권혜수 - 그 여름 뙤약별

독자의 배경으로 좀 더 큰 여운이 남는 글이 분명 있겠지만 여섯 작가의 여섯 개의 소설은 각자 고유한 맛을 지닌 만큼 최상의 비빔밥을 완봉한 듯한 건강한 만남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홀연] 하나만 얘기해보려 합니다.

홀연

저자 박재희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어쩌다 가야금에 혼이팔려 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이수자가 되었고, 가야금 타는 스승님께 넋을 놓아 <춤추는 가얏고>를 썼다. 《양구》 《어쩌, 트로트》 《짐을 두드리는 동안》 《대나무와 오동나무》 등의 책을 냈다.

( 저자의 이력은 참으로 독특하고도 특별한 소설의 주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


♡ 소설의 주인공 박동자는 가야금 학원 원장으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먹고 살만은 했지만 막연히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로부터 떠나고자 하는지 끝없이 물어왔지만 답을 내기는 어려웠고 막연히 현실과 가족, 특히 엄마를 떠나고 싶어합니다. 원가족으로부터의 드러나지 않는 박동자의 내면적 상처와 회피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사랑에 서툰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더군요.

p 41

무엇으로부터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자기로부터의 혁명, 소유에서 무소유로, 어쩌고 저쩌고 고상하게 정의할 자신은 없더군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건 오직 하나, 당장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홀연 중에서

이것들이 박동자를 감싼 보자기의

씨줄과 날줄이긴 하지만

이것이 박동자일리는 없습니다.


박동자가 떠나고 싶어 하는 목록을 보자니 어쩐지 버릴만큼 끔찍해 보이지는 않는 것들인데 굳이 버리고자 하는 마음의 소용돌이가 궁금해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 훌륭하고 멋져보이는데 본인 스스로는 본인의 삶이 갑자기 허탈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누구나,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삶을 살던지 우리가 자신을 의심해보는 순간은 이렇게 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글 속에는 박동자와 어머니의 미묘한 심리들이 숨어있어서 마음이 푹푹 빠지는 문장들이 많았는데 모녀관계가 가진 미묘함과 박동자를 찿고 싶어하는 박동자의 마음에 많은 공감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떠난다는 것이 속세를 떠난 출가라면 좀 극단적인 선택이긴 합니다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내며 겪는 박동자의 심리변화가 참 공감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익히 머리로 알고, 가슴으로 알고, 잘 살아 왔다고 자부함에도 나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p 70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은 크고 작은 나무들로 빽빽합니다. 출근길 1호선지하철 같습니다. 1호선 지하철이 끔찍해서 국악단을 떠났지요. 3호선 지하철이 징그러워서 엄마를 떠났지요. 다시 만원 지하철을 탄 듯한 이 느낌. 살아서는 못 벗어날 것만 같은 이 숨 막힘은 무엇일까요. 숨을 안 쉬어야 숨이 막히지 않는 것인가요.

홀연 중에서

아프고 말을 안듣는 몸을 이끌고 또 뻔한 반찬이나마 손수 밥을 해서 딸을 먹이려하는 엄마를 대하는 박동자의 마음이 어떤지 저는 너무 알겠더라구요. 엄마를 향해 감사하다고, 늘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박동자의 마음은 설명할 길이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차라리 엄마를 외면하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왼손에 힘이 없어서 오른손으로 돌솥을 옮기는 엄마를 나는 외면합니다... 엄마의 여생에서 돌솥을 옮길 사람은 내가 아닌 엄마니까요...

이 한 페이지 안에서만도 저는 얼마나 멈추어 있었는지요. 여러 절을 헤메고 스님들을 찾으며 답을 구해보는 사이에 외면해오던 엄마의 진밥과, 오이무침을 떠올리며 사뭇 그리움을 느끼는 박동자는 이제 더이상 엄마가 계시지 않는 속세로 내려 와야했습니다. 엄마가 계시지 않는 속세는 산을 오를때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 곳이기에 가슴이 무거웠어요. 그리고 저도 엄마 생각에 한참을 산속을 헤메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무엇으로부터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자기로부터의 혁명, 소유에서 무소유로, 어쩌고 저쩌고 고상하게 정의할 자신은 없더군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건 오직 하나, 당장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 P41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은 크고 작은 나무들로 빽빽합니다. 출근길 1호선지하철 같습니다. 1호선 지하철이 끔찍해서 국악단을 떠났지요. 3호선 지하철이 징그러워서 엄마를 떠났지요. 다시 만원 지하철을 탄 듯한 이 느낌. 살아서는 못 벗어날 것만 같은 이 숨 막힘은 무엇일까요. 숨을 안 쉬어야 숨이 막히지 않는 것인가요.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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