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이는 ○○한 이유로 내게 생활비를 줄 수 없다.
직설적인 소설 제목과 여인의 뒷모습. 그리고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어오는 이 책이 궁금했습니다. 70세 어머니의 인생의 전부이던 네 명의 자식들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에 대해 스윽 보게 되지요.
강남에서 애들 유치원때 만난 다섯 명의 주부가 공주처럼 살자는 뜻으로 '오공주'모임을 만들었습니다. 70살이 되어서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강남, 평택, 분당, 과천, 산본
으로 흩어지며 각자의 부동산 가치는 달라졌고 경제사정도 천차만별이 되었네요. 몇 해전 남편을 먼저 보낸 소설의 화자는 산본입니다. 그동안 산본은 애들 아빠가 남긴 얼마간의 예금으로 생활했지만 이제 그마저 바닥나 요즘은 생활비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산본인 나는 과천네의 자식들이 생활비를 주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어릴때 공부 잘하고 잘났던 자식들의 서열은 각자의 밥벌이로 다시 평가되고 있어요. 자기 자식을 은근히 자랑하며 상대의 자식을 깎아내리는 친구의 말에 속상해서 속으로 '나쁜년~ '하고 말해보며 쓰린 감정을 삭히기도 합니다.
올해 74세이신 저희 친정 어머니도 딱 그렇게 애들 유치원 친구들 엄마로 만난 한동네에서 지내던 분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계신데요. 모두 제각기 이사를 갔습니다. 강산도 변할 세월 만큼이나 각자의 삶은 달라졌을겁니다. 가끔 만나 옛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큰 위로도 되지만 속상함도 안고 돌아오시는데요. 어머니가 밖에 나가 변변히 자식 자랑할 것이 없으셨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죄송해지기도 했습니다.
첫 째 서희, 둘째 서현, 셋째 서준, 넷째 하이의 성장통과 각자의 결핍에 공감 하면서도 어머니의 입장이 참 서러우실 것 같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네~~ 아들, 딸은 이러 이러해서 이런것도 해준다더라~~ " 하는 이야기를 부담스럽게 듣던 제 모습을 보며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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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미처 나누고 소통하지 못해서 곪아 있는 상처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해결 할 수 있는지 아주 해피엔딩하게 그려진 소설이었는데요.
드라마 짤리뷰 처럼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이 소설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지만 오래 곱씹게 만듭니다.
모든걸 다 내어주며 학교 문턱을 오가고, 과외, 유학 공부시키고 정성으로 먹이고 입히며 키워낸 아이 넷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엄마의 생활비는 커녕 이젠 원망을 하고 있어요.
흔한 스토리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하소연하면 그건 엄마를 위해서였지 나를 위한건 아니었어~ 하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로 엄마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들키고 맙니다.
늦둥이 넷 째, 하이로부터 풀리기 시작하는 가족간의 엉킨 실타래와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네 아이들에게 남가 예약 이메일이 가져오는 심정의 변화들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소설입니다.
각자의 결핍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재능을 더 들여다보고 전공함으로써 서로를 돕고 함께 성장할 기회를 찾아내는 이야기 속에는 숨은 보물지도가 존재했는데요.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도입부터 알맞은 속도감으로 차곡 차곡 쌓아가는 관계가 가진 이야기들의 빌드업이 참 선명하고도 재밌었습니다.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 니체가 말했다 여기가 거기니 >가 보물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생활비 얘기를 꺼내기도 할겸 독립한 아이들을 따로 불렀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각자의 음식취향 만큼이나 참다른 네 아이를 한 품으로 보듬으시는 모습에서 애써오신 모든 것을 충분히 보상 받으셨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자식중 누구도 생활비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네요. 아이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난후 홀로 남겨진 식탁에는 남겨진 음식과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독백은 슬픈 파문 같습니다.
○○은 내게 생활비를 줄 수 없다...
이 소설을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가 딱 떠오릅니다. 물방울 하나가 일으키는 파동, 파문이 생각납니다.
p 244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자리와 길이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 너는 왜 속하지 않았냐고 질타할 필요도, 남이 있는 자리에 내가 속하지 않았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내가 있는 그 자리에 기회는 이미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자리만들여다보느라 그것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잘 찾고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일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잘 걸어가고 계신가요?
함께 잘 나아갈 수 있는 준비운동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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