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라고만 소개하기엔 매우 부족하다. 이 책은 독자를 위해서도 훌륭한 안내도가 된다.
소설을 매우 좋아하는 지인은 자신이 왜 소설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소설을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소설이 좋은 이유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갈등의 상황을 간접 경험하는 동안 나 자신은 책 밖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면서도 소설속의 경험을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해보지 못할 경험, 혹은 후회의 순간, 시간의 배열마저도 뒤집어 볼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소설을 좋아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허구인듯한 소설이 현실보다 현실을 파고들어서 진짜 리얼리티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외면하고 회피하며 숨어버리고 마는 이야기들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이 책 딜레마 사전은 건축물의 설계도면 같은 책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소설을 마주했는데 그안에 거울이 또 있고 그 거울 안에 또 거울이 있어서 끝없이 깊어지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라서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주는 보물지도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의 독서에 있어서 생각해볼 여지? 그러니까 질문할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의 밑거름을 제공받은 것 같아서 든든하다. 캐릭터의 상황뿐 아니라, 그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작가의 상상을 독자가 상상해볼 수 있다. 내가 쉽게 접하게 되는 책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현실의 갈등은 좋아할 수 없지만 소설, 영화, 드리마의 갈등은 우리에게 경험이 된다. 갈등과 고난을 맞이한 카릭터가 투쟁해 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던진다.
갈등은 캐릭터의 발전을 추진하고, 갈등은 캐릭터가 행동하게 만드는 동시에 독자의 내면도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갈등은 변화의 전조가 된다. 그런 갈등과 변화의 과정이 없다면 아무것도 회자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35년 만에 돌아온 영화 <탑건>의 후속편인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이 세대 간의 갈등과 임무에 대한 시간적 압박 등을 헤쳐 나가며 펼치는 열연을 생각해보면 관객의 열띤 호응을 금방 이해해볼 수 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창조자인 작가는 캐릭터를 위기와 시련으로 몰아 독자들이 마음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갈등의 모습은 이러하다.
캐릭터 VS 캐릭터
캐릭터 VS 사회
캐릭터 VS 자연
캐릭터 VS 테크놀로지
캐릭터 VS 초자연적 존재
캐릭터 VS 자아
그중에서도 나는 자아와 싸워야 하는 갈등을 좋아하는 것 같다. 주인공은 겹겹의 욕구와 신념, 공포와 욕망으로 얽혀있는 실타래같아서 풀려고 할수록 더 엉키고 만다. 이야기의 핵심은 고통받는 캐릭터이다. 그것을 마주하며 함께 실타래를 풀고 싶어하는 나를 만난다.
갈등의 질과 양, 범주, 관계의 갈등, 의무와 책임, 실패와 실수, 도덕적 딜레마와 유혹,압력과 시간 압박,승산 없는 시나리오, 성패가 갈리는 위기들은 독자가 캐릭터에게 마음이 쓰이게 만든다. 그러니까 독자는 캐릭터의 모든 것을 공유하기에 몰입하게 되고 좋아하거나 응원하는 모습으로 애착을 느끼게 감정을 이입한다. 그러면 재밌다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 드라마도 그렇지만 연재 만화 작가에게 캐릭터에 대한 항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왜 주인공을 그렇게 했느냐?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입니다." 라고 말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이런 질문도 만들고 캐릭터는 스스로 살아 생명력을 부여받기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캐릭터의 내적 풍경이란 말이 강하게 남는다. 주인공의 윤리와 가치, 취약성과 상처, 두려움과 욕구같은 것들이 가진 풍경은 내적 사유와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보임으로써 독자들은 캐릭터를 알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독자 스스로도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