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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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갈등은 좋아할 수 없지만 소설, 영화, 드리마의 갈등은 우리에게 경험이 된다. 갈등과 고난을 맞이한 카릭터가 투쟁해 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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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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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2

내가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40이구나.

두 번째 40대를 살게 된다면?

남편한테 그렇게 의지하며 살지 않을 것 같다.

자식한테 그렇게 목매며 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작게라도 시작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인생을 다 바쳤는데도 70의 나이에 생활비 한 푼도 못받는 할머니로 늙도록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에서야 나의 꿈이 뭐였냐고?

나에게 너희들이 전부였는데. 그랬는데.

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이는 ○○한 이유로 내게 생활비를 줄 수 없다.

직설적인 소설 제목과 여인의 뒷모습. 그리고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어오는 이 책이 궁금했습니다. 70세 어머니의 인생의 전부이던 네 명의 자식들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에 대해 스윽 보게 되지요.

강남에서 애들 유치원때 만난 다섯 명의 주부가 공주처럼 살자는 뜻으로 '오공주'모임을 만들었습니다. 70살이 되어서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강남, 평택, 분당, 과천, 산본

으로 흩어지며 각자의 부동산 가치는 달라졌고 경제사정도 천차만별이 되었네요. 몇 해전 남편을 먼저 보낸 소설의 화자는 산본입니다. 그동안 산본은 애들 아빠가 남긴 얼마간의 예금으로 생활했지만 이제 그마저 바닥나 요즘은 생활비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산본인 나는 과천네의 자식들이 생활비를 주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어릴때 공부 잘하고 잘났던 자식들의 서열은 각자의 밥벌이로 다시 평가되고 있어요. 자기 자식을 은근히 자랑하며 상대의 자식을 깎아내리는 친구의 말에 속상해서 속으로 '나쁜년~ '하고 말해보며 쓰린 감정을 삭히기도 합니다.

올해 74세이신 저희 친정 어머니도 딱 그렇게 애들 유치원 친구들 엄마로 만난 한동네에서 지내던 분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계신데요. 모두 제각기 이사를 갔습니다. 강산도 변할 세월 만큼이나 각자의 삶은 달라졌을겁니다. 가끔 만나 옛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큰 위로도 되지만 속상함도 안고 돌아오시는데요. 어머니가 밖에 나가 변변히 자식 자랑할 것이 없으셨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죄송해지기도 했습니다.

첫 째 서희, 둘째 서현, 셋째 서준, 넷째 하이의 성장통과 각자의 결핍에 공감 하면서도 어머니의 입장이 참 서러우실 것 같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네~~ 아들, 딸은 이러 이러해서 이런것도 해준다더라~~ " 하는 이야기를 부담스럽게 듣던 제 모습을 보며 씁쓸했습니다.



이 소설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미처 나누고 소통하지 못해서 곪아 있는 상처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해결 할 수 있는지 아주 해피엔딩하게 그려진 소설이었는데요.

드라마 짤리뷰 처럼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이 소설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지만 오래 곱씹게 만듭니다.

모든걸 다 내어주며 학교 문턱을 오가고, 과외, 유학 공부시키고 정성으로 먹이고 입히며 키워낸 아이 넷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엄마의 생활비는 커녕 이젠 원망을 하고 있어요.

흔한 스토리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하소연하면 그건 엄마를 위해서였지 나를 위한건 아니었어~ 하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로 엄마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들키고 맙니다.

늦둥이 넷 째, 하이로부터 풀리기 시작하는 가족간의 엉킨 실타래와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네 아이들에게 남가 예약 이메일이 가져오는 심정의 변화들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소설입니다.

각자의 결핍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재능을 더 들여다보고 전공함으로써 서로를 돕고 함께 성장할 기회를 찾아내는 이야기 속에는 숨은 보물지도가 존재했는데요.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도입부터 알맞은 속도감으로 차곡 차곡 쌓아가는 관계가 가진 이야기들의 빌드업이 참 선명하고도 재밌었습니다.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 니체가 말했다 여기가 거기니 >가 보물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생활비 얘기를 꺼내기도 할겸 독립한 아이들을 따로 불렀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각자의 음식취향 만큼이나 참다른 네 아이를 한 품으로 보듬으시는 모습에서 애써오신 모든 것을 충분히 보상 받으셨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자식중 누구도 생활비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네요. 아이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난후 홀로 남겨진 식탁에는 남겨진 음식과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독백은 슬픈 파문 같습니다.

○○은 내게 생활비를 줄 수 없다...

이 소설을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가 딱 떠오릅니다. 물방울 하나가 일으키는 파동, 파문이 생각납니다.

p 244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자리와 길이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 너는 왜 속하지 않았냐고 질타할 필요도, 남이 있는 자리에 내가 속하지 않았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내가 있는 그 자리에 기회는 이미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자리만들여다보느라 그것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잘 찾고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일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잘 걸어가고 계신가요?

함께 잘 나아갈 수 있는 준비운동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40이구나.

두 번째 40대를 살게 된다면?​

남편한테 그렇게 의지하며 살지 않을 것 같다.

자식한테 그렇게 목매며 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작게라도 시작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인생을 다 바쳤는데도 70의 나이에 생활비 한 푼도 못받는 할머니로 늙도록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에서야 나의 꿈이 뭐였냐고?

나에게 너희들이 전부였는데. 그랬는데...

- P12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자리와 길이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 너는 왜 속하지 않았냐고 질타할 필요도, 남이 있는 자리에 내가 속하지 않았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내가 있는 그 자리에 기회는 이미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자리만들여다보느라 그것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잘 찾고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일 것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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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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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터 알맞은 속도감으로 차곡 차곡 쌓아가는 관계가 가진 이야기들의 빌드업이 참 선명하고도 재밌었습니다.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 니체가 말했다 여기가 거기니 >가 보물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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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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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안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좀 특별한 타이밍인 것도 같네요. 여성의 글이 가진 위대한 힘을 알아채고 싶었던 지금 딱 만나야했던 글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작은 책에서 만난 소설들이 가진 내면적인 고급진 글맛에 기분 좋은 쇼크를 느낍니다. 어디가 고급지냐고 물으신다면,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 하기 위해 천천히 고지로 이끄는 정성스러움과 섬세함에 있다고 해야할까요. 결정적으로 독자에게 좋은 여운을 남깁니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1968년 부터 시작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들의 모임입니다. 50여 년 간 박완서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꾸준히 활동을 해왔고, 1984년부터 꾸준히 1~3년에 한 번씩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을 내고 있다고 하네요. 이번 기회로 알게된 이름들을 비롯해서 확장되는 독서를 경험합니다.


유덕희 - 별 사이를 산책하기

박재희 - 홀연

유춘강 - 레몬

한수경 - 나비머리핀

이남희 -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

권혜수 - 그 여름 뙤약별

독자의 배경으로 좀 더 큰 여운이 남는 글이 분명 있겠지만 여섯 작가의 여섯 개의 소설은 각자 고유한 맛을 지닌 만큼 최상의 비빔밥을 완봉한 듯한 건강한 만남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홀연] 하나만 얘기해보려 합니다.

홀연

저자 박재희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어쩌다 가야금에 혼이팔려 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이수자가 되었고, 가야금 타는 스승님께 넋을 놓아 <춤추는 가얏고>를 썼다. 《양구》 《어쩌, 트로트》 《짐을 두드리는 동안》 《대나무와 오동나무》 등의 책을 냈다.

( 저자의 이력은 참으로 독특하고도 특별한 소설의 주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


♡ 소설의 주인공 박동자는 가야금 학원 원장으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먹고 살만은 했지만 막연히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로부터 떠나고자 하는지 끝없이 물어왔지만 답을 내기는 어려웠고 막연히 현실과 가족, 특히 엄마를 떠나고 싶어합니다. 원가족으로부터의 드러나지 않는 박동자의 내면적 상처와 회피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사랑에 서툰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더군요.

p 41

무엇으로부터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자기로부터의 혁명, 소유에서 무소유로, 어쩌고 저쩌고 고상하게 정의할 자신은 없더군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건 오직 하나, 당장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홀연 중에서

이것들이 박동자를 감싼 보자기의

씨줄과 날줄이긴 하지만

이것이 박동자일리는 없습니다.


박동자가 떠나고 싶어 하는 목록을 보자니 어쩐지 버릴만큼 끔찍해 보이지는 않는 것들인데 굳이 버리고자 하는 마음의 소용돌이가 궁금해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 훌륭하고 멋져보이는데 본인 스스로는 본인의 삶이 갑자기 허탈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누구나,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삶을 살던지 우리가 자신을 의심해보는 순간은 이렇게 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글 속에는 박동자와 어머니의 미묘한 심리들이 숨어있어서 마음이 푹푹 빠지는 문장들이 많았는데 모녀관계가 가진 미묘함과 박동자를 찿고 싶어하는 박동자의 마음에 많은 공감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떠난다는 것이 속세를 떠난 출가라면 좀 극단적인 선택이긴 합니다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내며 겪는 박동자의 심리변화가 참 공감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익히 머리로 알고, 가슴으로 알고, 잘 살아 왔다고 자부함에도 나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p 70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은 크고 작은 나무들로 빽빽합니다. 출근길 1호선지하철 같습니다. 1호선 지하철이 끔찍해서 국악단을 떠났지요. 3호선 지하철이 징그러워서 엄마를 떠났지요. 다시 만원 지하철을 탄 듯한 이 느낌. 살아서는 못 벗어날 것만 같은 이 숨 막힘은 무엇일까요. 숨을 안 쉬어야 숨이 막히지 않는 것인가요.

홀연 중에서

아프고 말을 안듣는 몸을 이끌고 또 뻔한 반찬이나마 손수 밥을 해서 딸을 먹이려하는 엄마를 대하는 박동자의 마음이 어떤지 저는 너무 알겠더라구요. 엄마를 향해 감사하다고, 늘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박동자의 마음은 설명할 길이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차라리 엄마를 외면하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왼손에 힘이 없어서 오른손으로 돌솥을 옮기는 엄마를 나는 외면합니다... 엄마의 여생에서 돌솥을 옮길 사람은 내가 아닌 엄마니까요...

이 한 페이지 안에서만도 저는 얼마나 멈추어 있었는지요. 여러 절을 헤메고 스님들을 찾으며 답을 구해보는 사이에 외면해오던 엄마의 진밥과, 오이무침을 떠올리며 사뭇 그리움을 느끼는 박동자는 이제 더이상 엄마가 계시지 않는 속세로 내려 와야했습니다. 엄마가 계시지 않는 속세는 산을 오를때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 곳이기에 가슴이 무거웠어요. 그리고 저도 엄마 생각에 한참을 산속을 헤메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무엇으로부터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자기로부터의 혁명, 소유에서 무소유로, 어쩌고 저쩌고 고상하게 정의할 자신은 없더군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건 오직 하나, 당장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 P41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은 크고 작은 나무들로 빽빽합니다. 출근길 1호선지하철 같습니다. 1호선 지하철이 끔찍해서 국악단을 떠났지요. 3호선 지하철이 징그러워서 엄마를 떠났지요. 다시 만원 지하철을 탄 듯한 이 느낌. 살아서는 못 벗어날 것만 같은 이 숨 막힘은 무엇일까요. 숨을 안 쉬어야 숨이 막히지 않는 것인가요.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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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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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에서 만난 소설들이 가진 내면적인 고급진 글맛에 기분 좋은 쇼크를 느낍니다. 어디가 고급지냐고 물으신다면,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 하기 위해 천천히 고지로 이끄는 정성스러움과 섬세함에 있다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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