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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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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같이 놀래?"라고 말하며 손을 뻗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같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러한 인간 이해는 필수 조건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내게 너무 설득력 있었다. 나는 진짜 몰라서 답답했고 그 뭔지 모를 무언가가 너무 알고 싶었으니까...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던 마음은 공허함이었고 읽을수록 그동안 잃어버린 진짜 나에 대한 갈증이 커지며 알고 싶어졌다. 나를 이해해 갈수록 상대와 타인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것이 아닌 기쁨과 슬픔 고통과 좌절 등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그 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문학 안에서였고 그대로 귀한 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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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럴 때 문학이 필요한 것이구나. 이 대리 경험이 살면서 했던 어떤 경험보다 더 현실적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구나. 그런 걸 처음 느꼈을 때부터 시작해 책 읽는 것을 놓지 않았다.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고 분명 남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중 인물들을 통해서 내가 표출하지 못했던, 아니 내 안에 있는 것조차 까마득하게 몰랐던 욕 맛, 분노, 고뇌, 사랑을 맞닥뜨리게 된다. - 장영희
그것이 그 자체로 좋고 위안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고 가끔은 몸살을 앓을 만큼 감정적으로 깊이 다가서게 하는 책들이 있었다. 그 안에서 발견한 수많은 나와의 충돌이었다. 문학은 내가 익숙하다고 여기는 이곳을 잠시 떠나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인 것 같았다.
작년 이맘때쯤 TV에서 <인간실격>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었고 많은 분들이 그 슬픈 명대사들에 깊이 몰입되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아쉽게도 몰랐었다. 다른 무언가에 집중해 볼 여력이 없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신경 쓰며 이사나 향후 거취에 대해 심란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던 시기였고 분명 무심코 몇 장면을 보았던 것 같은데 내 코가 석 자라서였던지 그렇게 흘려보냈었다. 그러다가 최근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견>을 읽게 되었고 그런 후에야 드라마 <인간실격>을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보고, 듣고, 다시 보고 듣고 천천히 더 천천히 만나갔다. 그리고 아버지~ 하고 읊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통해 나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다시 상상했다. 그 모든 것이 내 삶과 닿아있다는 생각을 하며 내 인생도 곱씹었다.
그것처럼 수많은 고전과 문학작품을 늦게 만나기 시작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오늘 너무나 생생히 만나고 있다.
이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 역시 여러 이름으로 100쇄를 넘기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 나는 이제야 만날 차례가 되었다는 듯이 기쁜 마음으로 문학의 숲을 거닐고 있다.
장영희 선생님이 걸었던 문학의 숲에 삶의 한 꼭지로 길을 내어주시는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주마등처럼 스치는 내 인생도 함께 걷고 있음을 느낀다. 이 책을 일찍이 만나보셨던 분들도 그 향수가 그대로 남아 있으실 것 같은 책이다. 2판 1쇄로 만나는 나는 표지도 정말 예쁘게 잘 나온 이 책이 또다시 날개를 달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만약 내가 국문학과를 갔더라면 교수님과 친구들과 함께 책 속의 이런 대화를 나누었을까? 생각하면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짙은 향수가 될까 부럽기도 했다. 문장을 읽고 쓰는 이들의 섬세함이 부러울 때 나도 모르게 이렇게 입이 쑥 나온다.
읽어본 책들이 언급될 때면 추억 속 누군가를 더듬는 기분으로 즐거웠고 모르는 책은 또 새로운 안내가 되어 설레게 한다. 그래서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다'하고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침표가 아닌 시작의 여운을 느끼며 놓인 길을 천천히 되짚어간다.
비단 좋은 문학 작품이라고 칭송받아서가 아니라 내 인생이 한 테마 걸려있는듯해서 지울 수 없는 문학작품들을 만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내내 즐겁다. - 장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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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
나는 가끔 재미 삼아 작가들의 전기를 읽는다.
남의 삶을 엿보는 것 같은 단순한 흥미 외에도 그들이 쓰는 위대한 작품들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호기심이 나기 때문이다.
p 180
편한 삶을 두고 고생길을 자처하고 나서는 제자가 한편으로 안쓰러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발견한 것 같아 대견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소로나 디킨슨같이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없지만, 내가 가르치는 작품들을 통해 나의 학생들이 올곧고 가치 있는 삶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나의 삶도 완전한 낭비는 아니리라.
소로는 어느 농부의 부엌에 놓여 있던 식탁 속의 마른 잎에서 60년 전 사과나무의 알이 부화되어 나비가 되어 날아 나오는 아름다운 부활의 이미지로 책을 맺는다.
속절없이 세월은 흘러 또 한 해가 저물어가지만, 이제 얼마 후면 다시 돌아갈 내 자리가 소중하고 어김없이 다시 찾아올 찬란한 부활의 봄을 기약하는 겨울이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장영희 교수님의 교수님이신 브루닉 신부님, 릴케, 로버트 브라우닝 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도스토예프스키, 헨리 데이비드 소로, 톨스토이, 세르반 테스, J.D샐린저, 허먼 멜빌, 모르고 보아도 이렇게 좋구나 했다. 신경세포가 연결되듯이 내게 연결고리가 생긴 기쁨이 밀려들어 재밌다.
주홍글씨, 백경, 멋진 신세계, 분노의 포도, 여인의 초상, 돈키호테,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세일즈맨의 죽음, 월든, 호밀밭의 파수꾼,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변신, 음향과 분노, 황무지, 이방인, 전쟁과 평화, 암흑의 오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문학 속 사랑의 정의도 엿보았다.
문학 속에서 만나는 사랑은 빛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의 빛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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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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