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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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힘이 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가 아는 세계는 순수한 외부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인지한 세계'다. 달리 말하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면 세계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이를 증명하는 연구와 사례 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사례중에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그 반대의 노세보 효과에 대한 것이 많다. 

( 노시보 효과, 이 책에서는 노세보 효과로 표기)

노세보 효과

약을 올바로 처방했는데도 환자가 의심을 품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효과 없는 약도 환자가 약효를 믿으면 병세가 개선되는 현상인 플라시보 효과와는 정반대다.

심지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는 노세보 효과는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물질에 의해 병이 생기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풍토병이 돈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 지역 사람들의 상당수가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이유 없이 발진, 발열, 구토 등 풍토병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학교내의 학생들의 집단 구토, 어지럼증 증세가 유독성 물질이 있다는 소문으로 인한 집단 히스테리 현상인 경우들이 있다.

약의 효능보다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사들은 실제로 많은 환자가 부정적인 진단을 받은 뒤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하는 현상을 목격한다.


❤️ '나을 것이다' 라는 희망을 가지는 플라세보 효과와 '해를 끼칠 것이다' 라고 걱정하는 노세보 효과는 사람이 사람에게 '너는 잘 될거야' 하고 거는 기대와 '너는 절대 안돼' 라는 악담을 닮았다.



인간은 보는 대로 믿는다 보다는 인간은 믿는대로 세상을 보게 되어 있다에 강점을 두는 저자에게 동의하며 다양한 사례들을 접했다. 마치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를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어느 것을 믿든 이상한 것은 없지만 저자는 우선 우리가 자신의 믿음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를 바라고 있다.

수술을 받을 때, 건강과 체력을 지키고자 할 때, 오랜 기간 지속된 스트레스에 대처할 때, 어마어마한 압박감 속에서 일할 때, 우리의 기대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심리적, 생리적 반응을 바꿀 수 있다. 뇌는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 타인을 관찰한 결과, 문화적 규범을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을 예측하도록 진화했으며, 이 예측 과정이 바로 우리가 현실을 지각하고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대비하는 데에 기본이 된다.

심인성 원인으로 실제 신체 기능의 병적 증상을 가지는 질병이나 각종 공포증 등이 뇌의 편향된 예측 때문이라는 것을 보았다. 광공포증이나 거미공포증 등을 치료할 때 실제로 두려운 대상을 직면하는 노출치료를 하는 것은 왜곡된 시각을 경험한 지각을 재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 노출치료 과정은 자신의 상처에 대해 글을 직접 써보는 것이 치유과정이 되는 이유와도 같았기에 공감하며 책 전체의 흐름을 재밌게 읽었다. '믿음이 곧 약이다.' 의사들의 한 마디가 치유과정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은 자기예언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말로 환자를 먼저 치료하는 의사가 명의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또, 자신의 인생 후반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나이듦'에 대한 태도로 특정 질병을 겪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인간의 경험으로 긍정과 기대가 부정과 불안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에 이의가 없다. 

<하버드 1퍼센트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만났던 기대의 영향력을 다시 만난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에는 틀림없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줌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하는 바를 이루게 해줄 수도 있다.

이상적인 목표는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들을 습관화하여 앞으로 무엇을 하든, 또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접하든, 의도하지 않게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부정적인 자기충족적 예언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살피고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이 책 <기대의 발견>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까지 두루 돌아보며 막힘없이 이어지는 서술로 지루한지 모르고 끝장까지 왔다.

유명한 박식가 마야 안젤루의 경우에는 버사 플라워스지속적인 격려 문학을 향한 그녀의 열정에 불을 지피고 그녀에게 자기가치감을 불어넣었다.

오프라 윈프리에게는 던컨 선생님이 있었다. 후에 윈프리는 자신의 쇼에서 던컨과 마주 보고 "선생님 덕분에 언제나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어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곁에는 그의 엉망진창인 필체와 타고난 게으름에 가려진 내면의 잠재력을 꿰뚫어보고 우주에 대한 흥미를 북돋아준 디크란 타타가 있었다. 이에 호킹은 “비범한 인물 뒤에는 언제나 비범한 스승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 기대라는 것은 묘한 에너지원이 되는 것을 느끼고 산다. 특히나 절박한 경우에 나를 믿어 주는 사람, 기대해 주는 사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잘 되길 희망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어떤 상황이건 버틸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어김없이 본다.

<기대의 발견>은 제목만으로도 성큼 다가왔다. 스스로에게 기대를 가지며 나 자신을 긍정하는 내가 되는 것과 함께 내게 기대해주는 관계는 물론이고 내가 기대해 줄 수 있는 관계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읽고 있다. 살면서 그런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달아가고 있다.



스트레스를 재평가하면 에너지로 쓸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믿는 대로 듣는다.

기대의 발견 p 30

우리의 뇌는 신체의 신호를 받아 지속적으로 예측값을 업데이트하므로 이런 내부 신호들을 재해석함으로써 운동 능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기대의 발견 p 154


이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단지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햄릿(셰익스피어)

나에게 만큼은 마치 시지프의 신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끝없이 저 산위로 굴려가고 싶어하는 바위덩이인 가족이 저 산 정상에서 함께 웃기를 기대한다. 계속 미끄러져 내려와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그것은 이미 나의 숙명이다.

어제의 상처 받은 우리는 없다. 나와 엄마에게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는 지금 없다. 그저 나이 들고 여기저기 몸이 성한 곳이 없는 늙은 사자 같은 아버지가 있을 뿐이다. 과거의 아버지를 지금의 아버지와 동일시 하기에는 달라진 것들이 너무 많은데 내가 그동안 인정하지 못했다. 아버지도 긴 세월 동안 분명 힘들었다. 원망의 대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모르고 내 안의 불씨를 키워왔다. 단지 생각이 그렇게 만들어왔다는 후회를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서로를 기대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긍정하고 응원하고 그랬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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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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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발견>은 제목만으로도 성큼 다가왔다. 스스로에게 기대를 가지며 나자신을 긍정하는 내가 되는 것과 함께 내게 기대해주는 관계는 물론이고 내가 기대해 줄 수 있는 관계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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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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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떠올리면

상상하고 쓰는 삶에 대한 것들이 떠오른다.

일러스트와 편지로 만날 수 있는 작가라는 카테고리로 앞서 반 고흐를 만났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시리즈가 되는 책일 줄은 몰랐었는데 반 고흐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었던 좋은 경험으로 이번에 제인 오스틴을 만나는 이 책이 무척 기대된다. 특히나 일기나 편지처럼 사적인 글로 만나는 경험은 시간을 훌쩍 넘어 바로 곁에서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더 만나면 아는 언니의 글이 되어 있을 것 같다.

편지는 굉장히 사적으로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200년 전에 태어난 여성,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워털루 해전이 있었던 시대의 삶이 편지 속에 들어 있다.

자상하고 다정한 목사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제인 오스틴의 아버지가 가부장적이고 폭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로 우리는 200년이 지난 지금도 제인 오스틴의 글을 통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담기고 자매간의 돈독한 우애와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함께 팔짱을 끼고 얘기나누며 시골길을 걷고 있는 상상은 억지스럽지 않았다.

평범하지만 생동감 있는 천재적인 글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태도, 성격, 연애사, 외부환경, 가족관계와 확장, 살던 집, 일상에 대한 시각, 돈, 날씨, 정원 가꾸기, 생선의 가격까지 보게 된다. 위트와 따스한 신랄함이 담긴 매력적인 편지들을 읽고 나면 한 사람으로서의 제인 오스틴과 애정과 우정을 나누게 된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극심한 노고를 주었을 때 우리가 가족을 더 보듬었고 서로를 위로했고 힘써 주시는 분들께 감사했듯이 200년 전에도 그랬음을 제인 오스틴의 편지로 느껴본다. 19세기의 도서관을 보기도 하고 의복이나 생활을 상상하기도 하며 19세기의 여성, 제인 오스틴이 되어보는 시간이었다. 21세기의 나도 200년 뒤의 누구가가 지금의 나처럼 호기심어린 눈으로 상상해봐 주길 또 상상한다.



<노생거 사원>의 전신인 <수전>의 판권을 10파운드에 팔았지만 출판사가 오래도록 출판하지 않자 다툼 끝에 다시 판권을 사와 제인 오스틴 사후에 출간되었음을 알았다.

작가로서 성공의 척도가 되는 재정적인 독립 여부에 대해 그녀는 숨기려 들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즐겼다.

제인 오스틴의 말년에 소설로 그녀가 벌어들인 총수입을 계산해 보면 680파운드가 넘는다. 지금껏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세에 여성으로 글을 쓰고 수입을 얻기까지 쉽지 않았을 일인데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편지를 읽는 동안 자매의 친근한 편지를 통해 함께 수다쟁이가 되었다가 또 역사 속을 유영한다.

반 고흐가 우리에게 남긴 그림과 편지처럼

제인 오스틴의 편지도 그렇게 내게 도달했다.

<이성과 감성> 1811

<오만과 편견> 1813

<맨스필드 파크> 1814

<에마> 1816

<설득> 사후, 1818

<노생거 사원> 사후, 1818

소설가의 창의적인 삶은 분명하게 세 시기로 나뉜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의 습작을 시작한 행복한 스티븐턴에서의 시절과 이후 바스와 사우샘프턴에서 보낸 아무것도 쓰지 않은 긴 시간이 있다. 어쩌면 경험을 축적하고 생각을 잉태하는 기간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에 등장하는 바스의 장면은 대부분 이 시기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맨스필드 파크》에 나오는 항구 도시 포츠머스의 장면도 사우샘프턴 해군의 삶에 대한 그녀의 지식에서 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위대한 창작의 시기는 그녀가 다시 행복해져 글을 쓸 수 있게 된 초턴에서의 시절이다. 이때 여섯 작품 중 네 작품이 출간되었고, 《노생거 사원>과 <설득>이 완성되었다. 이 두 작품은 유작이 되었다.



 일러스트 레터의

두 번째 시리즈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19세기 비혼 여성에서 로맨스 소설의 여제, 영국 지폐의 주인공까지!

❤️ ⟪오만과 편견⟫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편지’와 ‘삽화’로 함께 보여 주는 매혹적인 책

❤️  “당신이 몰랐던 제인 오스틴의 연애, 사랑, 상상하고 쓰는 삶에 대하여"

제인 오스틴이 쓴 편지 70여 통과 당대의 풍경과 문화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삽화 188여 점을 함께 할 수 있다. 웬만한 미술 도서보다 그림이 많고 좋았고, 시대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어서 영화로 만났던 <오만과 편견>과도 이어지곤 한다.




편지와 그림을 같이 읽다 보면 제인의 세계와 작품 속 풍경을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는 도서

우리가 사랑한 작가의 작품을 아름다운 삽화와 내밀한 편지로 읽는 지적인 즐거움, '일러스트 레터'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로 세 번째 도서가 될 브론테 자매가 예고되어 있다.







편지는 작가 일생의 다채로운 궤적에 따라 연대기 순으로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 방식이 보기 편할 뿐 아니라 그녀의 거주지순과도 우연히 일치하기에 그렇게 구성했다. 햄프셔주 스티븐턴의 목사관에서 시작해 아버지가 은퇴한 뒤 바스에서의 생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사우샘프턴에서의 삶으로 말이다.

다음 두 부분은 초턴에서의 생활에 중점을 두었고 마지막 장은 그녀의 짧았던 말년을 담고 있는데 초턴에 간간이 머물고 이후 그녀가 숨을 거둔 윈체스터의 집으로 이어진다. 제인의 삶, 편지, 예술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에서 발췌한 부분들은 이 책 이곳저곳에 삽입돼 있다.



출판사로 부터 책을 무상으로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1808년 12월 27일 화요일 캐슬 스퀘어

커샌드라 언니에게 p. 133​



이제 난 즐겁게 편지를 쓸 수 있고 전할 이야기를 거의 다 할 수 있어. 다행히이번 주에는 별일이 없었어・・・



레이디 손데스의 중매는 놀라웠지만 불쾌하지는 않았어.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이 사랑으로 이루어진 선택이었거나 그녀에게 다 큰 딸이 있었다면 난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가능하다면 평생 한 번쯤은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 그녀가 내게 지끈거리는 두통을선사하고 나 자신을 애처롭게 느끼도록 만들었지만 난 그냥 내버려 둘 거야. 행복을 위해서…… - P133

1809년 1월 24일 화요일 캐슬 스웨이

사랑하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p. 136



이번 주에는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해줄게. 그렇다고 언니가 일요일 전에 답장을 쓸 필요는 없어. 언니와 언니의손가락이 분주할 테니까. 소중한 몸을 잘 보살펴 줘.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커샌드라 고모는 베벌리 양처럼 귀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마.어제 찰스한테 편지를 받아 기뻤지만 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야.힘든 헨리 오빠도 곧 편지를 받게 될 테니 내 지식을 허비할 수는 없잖아.12월 7일과 10일에 버뮤다에서 쓴 편지였어. 다들 잘 있고 패니만 유일하게 아직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어.​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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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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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도서관을 보기도 하고 의복이나 생활을 상상하기도 하며 19세기의 여성, 제인 오스틴이 되어보는 시간이었다. 21세기의 나도 200년 뒤의 누구가 지금의 나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상해봐 주길 또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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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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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에 대한 무경험의 거리감을 단박에 깨준 사람이 다자이 오사무였고, 그게 처음이라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다. 교보문고의 디 에디션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때 처음 이 사람은 누군데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김수영, 최근에 추가된 알베르 카뮈와 함께 있나 하면서도 쏙 걸러내고 빼버렸던 기억으로 여전히 빈번호의 책이 되어 있다. 아마도 나처럼 다자이 오사무를 이유 없이 건너뛴 사람들이 계신다면 어떤 경로로든지 꼭 챙기시길 당부드려야겠다.


다자이 오사무는 내게 '솔직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동경을 주었다. 가족에게 얽히고 나 자신에 얽힌 이야기들을 많이도 건드려 주었는데,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쓰라린 만큼 또 새살이 차오르는 것도 확인했다. 사실 우리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야말로 소설로 써야 하는 이야기들인데, 그것에 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재차 묻고 다시 들어둬야겠다.

<사양>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짧은 몇 마디의 말이 있다.

1. 아~

2. 뱀

3. 나쁜 사람

4. 비밀

5. 자살

6. 혁명

<사양>을 말하기 위해 <인간실격>을 말하고 싶고, <인간 실격>을 말하다 보면 <사양>을 말하고 싶어진다. 하나씩 읽었

어도 거대하고 위대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두 권째 읽고 보니 이제 10권이 읽고 싶어진다. 책장에 다자이 오사무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싶다. 그 와중에 문예출판사 책이 표지도 예쁘고 사이즈도 좋아서 더욱 가슴 뿌듯하기까지 했다는 것까지 남겨 놓는다.

함께 <인간실격>을 읽고 그 후폭풍을 호되게 앓았던 독서 지기에게 이 책 <사양>도 전해야 하는데, 그 무거움과 후폭풍을 이제는 알기에 건네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 반갑게 들려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줄거리 내용이 없는 리뷰를 써본다.

<사양>을 읽기 전엔 다자이 오사무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매우 공감한다.


아침 식탁에서 수프를 한 숟가락 뜨신 어머니가 "아" 하고 가는 신음 소리를 내셨다.

이 소설의 첫 문장 - 사양 / 다자이 오사무

뭔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사로잡힐 때 자기도 몰래 '아' 하는 가녀린 비명이 새어 나오는 법이다.

p 13



내게도 이런 순간이 있다. 남편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가끔 '아' 했다가 "왜?" 하고 물으면 '아니야'로 덮어두는 수치심의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쉬이 말하기도 싫은 비밀이다.

'아'라는 말이 자자이 오사무의 모든 책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이 짧은 낱글자 하나가 가장 순수하고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 이후에 또 내 마음속에 단단히 걸어둔 빗장을 열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를 만날 때마다 솔직해지고 싶고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에서 멀어진 자유를 누리고 싶어진다. 나는 이제 다자이 오사무의 책 속에 '나쁜 사람'이라고 꼬리표 붙은 사람들을 주인공 가즈코와 같은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자유'에 나 역시 반기를 들 수가 없다. 그것이 혁명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휙 지나가며 읽어버린 <인간실격>의 한 문장을 가져와 본다. 왜냐하면 인간실격의 주인공이 <사양>의 주인공 '가즈코'의 남동생 '나오지'이자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기 때문이고, 사양의 내용을 관통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나는

여자들의 사랑의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였다는 말입니다."

인간실격 p. 27

또 하나의 기쁨이랄까?

아니면 처리되지 않은 슬픔의 확인이랄까?

나는 <인가 실격>에서 결국 자살을 하는 그의 유서를 <사양>을 통해 보는 셈이 되었다.


<사양>에 대한 저의 감상은 만날 필요도 없이 그냥 만나시면 좋겠어요~~ <사양>을 먼저 읽고 인간실격 읽어도 좋습니다.

암튼 꼭 읽어야할 책같아서요

그래서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by 모든 것이 좋아



아침 식탁에서 수프를 한 숟가락 뜨신 어머니가 "아" 하고 가는 신음 소리를 내셨다. - P7

뭔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사로잡힐 때 자기도 몰래 ‘아‘ 하는 가녀린 비명이 새어 나오는 법이다. - P13

아아, 돈이 없다는 것은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두려운, 비참한, 살아날 구멍 없는 지옥 같다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고는 가슴속에서 뜨거움이 복받친다. 속이 꽉 메어와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이란 이런 느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나는 빳빳이 굳어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 P26

작년엔 아무 일이 없었다.
재작년엔 아무 일이 없었다.
그 전해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


이런 재밌는 시가 종전 직후 어느 신문에 실렸는데,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에 공감하게도 된다. 전쟁의 추억이란 건 말하기도, 듣기도 싫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주었는데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 P44

그저 그렇게 허무하게 내 몸에 남은 건 이 지카타비 한 켤레뿐인 무상함이다.

- P50

"나 같은 것 없어지면 좋겠죠? 그래요. 나가지요. 저한테도 갈 데가 있다고요."

- P59

"아아, 가즈코의 그 비밀이 잘 여물어서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겠구나. 난 매일 아침, 너희 아버지에게 가즈코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단다."

- P61

나는 이 털실 색깔 덕분에 비로소 ‘좋은 취향‘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된 것 같다. 좋은 취향. 어머니는 한겨울 눈을 머금은 하늘에 이 옅은 자주색이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될지 이미 아시고 일부러 손수 골라주셨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그걸 싫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였던 내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도록 맡겨주셨던 내어머니. 내가 이 색의 아름다움을 진정 깨닫게 되기까지, 무려 20년 동안이나 이 색에 대해 한마디도 더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모르는 척 기다려주신 어머니. 정말이지 너무나 좋은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좋은 어머니를 나와 나오지 둘이서 속 썩이고 곤경에 빠뜨려 사그라들게 만들고, 급기야 이젠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말려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65

문장에 이르지 못하고 인간에 미치지 못하는 꼬락서니. 장난감 나팔 소리 높여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 일본 제일의 바보가 있습니다. 당신들은 아직 양반이오. 부디 건재하시길! 잔을 들며 기원하는 애정은,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 P75

논리는 전적으로 논리에 대한 애정이다.

살아 있는 인간을 향한 애정이 아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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