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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책 : 문학 편 1 - 르몽드,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를 대표하는 100권의 책
디오니소스 지음 / 디페랑스 / 2022년 5월
평점 :
한 번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지 못했던 책들을
만나게 하는 책
20세기를 풍미했던 작품들로 선정된 고전을 담은 '세기의 책'은 르몽드지와 뉴욕타임스가 뽑은 세기의 고전 100권 가운데 나승철, 송민경, 안정희, 민이언 네 명의 작가들이 통과한 고전에 대해 블로그에 쓴 글을 편집 구성한 책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책임편집까지 맡으신 작가 민이언님과의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책이 문학편 첫 번째 책인만큼 다음 책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니체의 키워드로 이름한 인문 프로젝트 팀이기도 한 디오니소스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고전이 열어주는 길은 다 좋다. 고전의 재미는 이런 것인가? 사방에 미리볼 수 있는 안내서가 가득하고 심지어 해답도 널려있어서 쉬워보였다가도 막상 직면하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고전은 스스로 공부하며 통과하지 못하면 영원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고 그것이 내가 느끼는 고전의 매력인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을 모두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3권 만이라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메모를 해둔다해도 어쩌면 쉽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을 천천히 정독해내는 것은 가장 쉽고도 가장 빠르게 고전을 향해 나아가고 고전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지나고 나면 분명 더 알고싶어지는 고전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읽어 본 고전을 만나면 이렇게 잘 정리된 덕분에 책을 상기시킬 수 있어서 좋고, 앞으로 읽을 책을 선별하고 우선해서 읽어 보는 것도 효율적일거라 생각한다. 대부분 아직 만나지 못한 고전들이라도 어두운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며 결국 앞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 지금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경제 사정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노력하는 일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고전이 가진 본질적인 이야기들이 부상되고 있다. 특히나 전쟁의 잔혹성과 무의미함을 말하는 고전과 산업혁명을 지나며 자본주의가 가진 부조리들을 말하는 고전들에 관심이 가고 있다면 이 책이 내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좋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 내가 읽어본 고전과 앞으로 읽고 싶은 고전들의 나열로 간단 소개하자면 이렇지만 이 책이 전하는 안내를 제대로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갈길이 멀다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가보면 좋겠다.
무기여 잘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이 그려 내고 있는 전쟁의 참상은 아무 실체 없는 텅 빈 껍데기 같다. 아마도 이것이 실제 긴 전쟁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일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이 반영된 생생한 전쟁의 현장과 인간심리의 세밀한 묘사는 간결한 문체 속에 더욱 진한 여운으로 이어진다. 그 어떤 대목에서도 독자에게 특정한 감정을 주입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 때문에 감정의 진폭이 더욱 확장 되는 장면들 하나 하나가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전쟁의 무의미함과 이념의 허상, 관계의 소중함에 대하여 복합적이고도 풍요로운 시선으로 풀어 낸다.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벡
산업혁명의 어두운면,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 자본이 어떻게 한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톰의 가족은 심각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맞닥뜨린다. 끔찍한 가뭄에 의한 기근과 자본가들에게 갈취당하는 이야기는 마치 소설 파친코를 생각나게 할만큼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은 한 가족이 생존을 위해 고된 이주의 길을 떠나고, 어렵게 도착한 캘리포니아에서도 여전히 자리잡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우울한 모습을 더 많이 마주치게 된다. 계속 고난의 길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았는 스스로의 의지가 곧 희망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겨둔다.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퓰리처상과 내셔널 북어워드를 수상하였고 196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고전들을 당대에 읽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마찬가지로 오늘 쓰여지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회자되고 생명을 유지한채 이어질 글이 궁금해진다. 이 고전들을 뛰어남는 고전들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이 고전들을 표방하는 오늘의 책들이 궁금하진다.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게트
언제 올지 안 올지 안 올지조차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며 있는 두 사람은 이런 저런 기다림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오지 않는 고도와 기다림을 포기하지 못하는 두 남자는 같은듯 다르게 흘러가는 서로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 기다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 함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고도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가장 불확실 하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고 심지어 존재하긴 하는 걸까 하는 의심까지 들지만 하루가 저물 때 즈음 오늘도 고도가 못 온다는 소식을 전하는 아이가 매번 등장하는것으로 고도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이어 간다 내일 고도가 온다는 희망으로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를 기다리는 하루를 살아 내게 된다. 고도가 누구인지 뭘 의미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건 사실 우리가 삶의 목표나 의미를 명확히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이와 같지 않을까 의미있는 삶을 목표로 하는것처럼 착각하지만 고고와 디디가 자꾸만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걸 잊곤 하듯이 그렇게 망각 속에서 한 시절을 보내 곤 한다.
♡ 왠지 희망고문을 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내가 그리는 희망이 무엇이냐에 따라 각자 다른 시간의 기다림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고도는 거창한 삶의 이유나 가치보다 그저 한 오라 기 실낱같은 희망 일지도 모르겠고 고단한 삶을 평안하게 만들 생애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는 해석에 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며 읽고 싶은 책으로 분류했다.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조지오웰의 [1984]와 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과 더불어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인간의 등급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었지만 '소마'라는 약의 역할과 문명사회와 원시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인상적이던 책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 경험을 손꼽아 자랑할 수 있는 읽어본 작품이다.
1984 - 조지오웰
'빅 브라더'라는 단어가 대명사화가 되었을 정도로 많이 회자되지만 사실은 '읽지 않았으면서 읽은 척 하는 책 1위'라고도 한다. 여러모로 현대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는 뜻이다. 동물농장과 함께 꼭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손꼽는다.
내가 1984를 읽어본 바로는 초반부에 전해지는 분위기에서 고전 SF <멋진 신세계>가 함께 떠오른다. 가장 충격적이었고 절대 잊히지 않는 소설이었던 <멋진 신세계> 안에서도 말살정책으로 언어가 사라지고 시와 글, 노래가 사라진다.
사랑이라는 언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사랑도 잃었다. 가족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모든 개념과 가치들이 모두 사라졌다. 기계화된 안정 속에 유토피아를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충격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이었는데 1984도 그런 느낌의 소설로 다가왔다.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어떤 사람들을 단지 평범해지기 위해 무한의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로 먼저 만났지만 역시 사회적 배경과 함께 다시 진지하게 만나봤으면 하는 고전이다.
인간의 조건 - 앙드레 말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유일한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인간의 위대함에 관한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 주려 했다.
"인간이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어떤 사상을 위해 버린다는 것은 인류의 독특한 어리석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글쎄요, 어떻게 말씀드리면 좋을까요?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견디어 낸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겠지요."
구토 - 사르트르
관계 속을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세계인들은 결국 누군가에 대한것이 아닌 그저 스스로에 대한 무엇으로 사랑한다 그런데 내 의식의 대상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쌓인 상황이 결국 타인의 입장에서는 네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타인에게는 내가 지금 내 위치에서 벗어난 우연 적 존재 그렇듯 모든것은 우연성의 토대 위에 존재한다. 필연으로 해외사업은 그 존재 자체가 지닌 문제가 아니라 존재를 바라보는 인식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검열 하고 수식하는 베타 적 존재 라캉에 따르면 그것은 의식의 차원을 넘어 무의식의 뿌리를 받고 있는 타자 화 된 주체 기도하다 레진은 랭보의 시를 인용 한다. '나'란 한 사람의 타자이다.
샤르트르는 이 모든것이 단절된 상황에서 느끼는 순수 주체로서의 혼란을 왕 탱의 구토로 설명하고 있다로 광택 이브 빌에서 느꼈던 고독과 그 고독에 얽힌 이런 저런 우연 적 사건들이 그 실존적 자 각의 토대이다.
말테의 수기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인의 고독과 불안을 신앙적 승화로 그려낸 소설의 결말에서는 덴마크가 낳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삶이 겹치기도 한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읽고서 철학자의 길로 들어선 실존의 기점이 되는 두 철학자가 키에르케고르와 니체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로부터 각자의 긍정으로 뻗어나온 철학이라는 점에서 <말테의 수기>가 데카당스의 전기와 후기를 가르는 릴케 문학의 개인사적 의의라는 사실도 우연치곤 재미있다.
시인이 대구 자 하는 말 내가 파리에서 지내며 느낀 점을 메모로 풀어 나가는 작품으로 특별히 중심이 되는 서사 없이 단락 별로 다양한 연산을 기록한 형식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한 주제에 집중에서 수술 하다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곤 한다 릴케가 목격한 대도시의 이면 고독감과 우울증의 정서가 영감이 되었다. 파리 골목 골목에 배어있는 우울한 활기찬 대도시 뒤편으로 소외된 가난한 이들의 피곤한 삶 여기저기서 목격한 죽음의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나열 된다.
사람들을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시들,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을 보아야만 한다.
'보는 법'을 배운다는 것. 그리고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한 말 테의 체험 적 임무는 작품의 초반부에 등장한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된 것 같아도 그 연결고리는 결국 그가 이야기한 '보는법'에 관한 것이다 말테의 수기는 그것을 배워 가는 과정을 기록이다.
읽고 나면 더 바삐 독서하게 되는 책 세기의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