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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하기 -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42가지 과학 이야기
임두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유퀴즈에 출연하신 과학자 임두원님의 책인데, 그 화재성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책이 좋다. 좋다는 기준은 책이 손에서 놓기 싫게 재밌고도 적당히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철학이 실생활의 쓸모가 되기를 바라는 책으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이 있었다면 이 책은 [과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처럼 읽히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지는 편견, 어려울거라 생각하는 과학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42개의 작은 질문을 통한 과학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생물의 진화, 인간존재의 비밀까지 아우르는 책인데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들다. 폭넓고 다양하지만 난해하지 않게 잘보인다.
과학과 인문학, 미술, 영화, 책까지 골고루 만나니 지루할 새가 없다.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과학 이야기가 맞다.
청소년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읽거나 중년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기획하기에 앞서서 한 번 읽어본다면 그야말로 과학을 통한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의 한계를 3차원으로 끌어올려주는 과학의 발견들을 호기심 가득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따라가 보는 동안에 다른 새로운 호기심과 가능성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넓게 내려다보고 모든 현상들을 통찰 해보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과학 이야기들이 영화나 책을 품고 있어서 함께 찾아보며 재밌게 읽었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는 것은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의미 합니다
p 151
Q. 인간은 왜 꼭 죽어야만 하는 건가요?
A. 마모이론은 우리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일부는 자손을 남기는 데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우리 몸을 수선하는 데 사용하다 보니, 우리는 그 에너지의 한계 내에서 서서히 마모되고 결국 죽음을 맞는 것이죠. 그러니 억울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Q. 별은 정말 노란색인가요?
A. 실제로 밤하늘의 별은 무척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별의 색은 표면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파랗고, 온도가 낮을수록 빨갛습니다. 고흐는 이러한 밤하늘의 진실을 알았던 걸까요? 그의 그림은 한밤중인데도 다양한 색의 별이 하늘에 보석처럼 박혀 있죠.
Q. 우리 눈은 왜 두 개인가요?
A.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눈의 개수가 많을수록 시각의 측면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에너지 분배 측면에서는 제한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살다 보면 두 개의 눈이 부족하다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부족한 눈은 본질을 깊이 꿰뚫고, 때로는 저 멀리까지 볼 수 있는 혜안으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모두 죽어야하는 운명일까?
마모이론
과학으로 생각하기
죽음이라는 운명은 우리 스스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우리가 진화 과정에서 그 운명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를 분배할 때 어느 선택지에 더 우선권을 줄 것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입니다.
모든 생명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식물은 광합성을 해야한다. 생명이 운명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치기 위해 외부로부터 새로운 에너지와 물질을 받아들여 일부는 생명 활동을 하는데 사용하고 또 일부는 새롭게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오래되어 낡고 쓸모 없어진 것들은 내 보내고 새로운 요소들로 몸을 재구성 할 수 있다.
동소체, 연필의 흑심인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같은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지만 결합 방식의 디테일로 완전 다른 물질이 되는 것을 보았고 한순간에 깨어지고 녹아버리는 주석의 성질도 알게 되었다. 그 대목에서 어쩐지 자기계발에 애쓰는 인간이 그려진다. 쓸모 없어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인생은 태어남과 동시에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의 금속으로 태어났어도 온도가 낮아지면 쉽게 부스러지고 마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주석처럼 말이다.
p 122
생물의 동적 균과삼전이 현상도 재밌게 읽었다. 대뜸 용어만 들으면 낯설지만 마치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마냥 술술 읽고 기억하게 되니 재밌나보다.
영생의 비밀인 세포 분열과 랍스터의 탈피처럼 인간에게도 주기적인 어떤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것은 인간이 나다움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내기 위한 욕망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되고, 알이 깨지면 새가 되는 변신의 이야기로 과학과 만나는 이야기들을 마구 마구 상상했다.
눈이 녹아 물이 되는 현상은
우리 주변의 또 다른 현상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과학자이자 기업가이자 피부와 칼은 자신의 저서로 룬샷에서 이렇게 설명 합니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 마치 상전이 현상과 비슷하다고 말이다. 눈이 녹아 물이 되듯이 기업의 문화가 갑자기 확 달라지는 터닝 포인트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세상에 순리가 존재하는 이유
자연은 질서보다 무질서를 사랑한다
질서가 생기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질서를 향한 우주의 여행
시간의 일정한 방향성
여러 원리와 법칙
시간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우주에서 변화를 측정하는 일종의 수와 같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카오스인 혼돈의 우주가 코스모스의 질서를 가지는 것이 신기하다.
인구중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진다는 20:80 파레토 법칙을 보다가 책엔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 [설국열차]가 떠올라 영화리뷰를 다시 보았다. 그 긴 160개의 열차칸에 분배된 부와 계급, 직책, 한정된 자원 식량과 꼭 필요한 노동력을 비롯해서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불균형의 논리를 보며 과학으로 생각하기를 해보고자 했다.
설국열차의 창조자 월포드는 왜 꼬리칸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을까? 하는 질문에 반응했다.
결국 열차의 균형 때문이었다. 부족한 자원, 재생산 되지 않는 자원에 대한 대체제로 부품을 대신할 '작은 아이'가 필요했고, 4~5년마다 한 번씩 있는 반란과 혁명을 통한 인구조절을 꾀하기 위해 열등감이 필요했다. 무질서함으로 나가고자 하는 엔트로피를 가둔 인간문명의 끝을 보는 영화인 것이다. [설국열차]는 완벽함만으로는 세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영화이고, 유토피아를 꿈꾸던 인위적인 질서가 디스토피아가 되는 모습을 본다.
필요 이상 완벽하려 함이 멸종을 초래한다는 챕터와 함께 보니 풍성하게 이해되었다. 또 다른 책과 오가며 다르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의 재미를 설명하자면 그동안 영화나 SF소설에서 만난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는데에 있다. 그것이 모두 인간이 밝혀낸 과학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타임머신, 웜홀, 게놈지도, DNA복제, 인간장기, 인간의 영생, 외계 생물, 우주여행, 우주의 무질서 속의 질서, 자연 진화 등등 소재가 가득해서 재밌었다.
♡ 글과 그림, 책의 컬러감, 구성, 종이 재질까지 적절하게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몇 개의 챕터만으로도 할말이 가득한 책. 42개의 이야기를 즐겁게 만나시고 생각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