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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 나태주 스페셜 에디션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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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언어가 풍부하지 못하고, 표현하는 법도 서툰 내게 나도 시를 읽고 감상이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준 시인과 시다.
어느날, 마음에 박히는 시 하나가 생긴다는 것은 흐린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안경하나를 찿아 쓴 것과 같았다.
나태주님의 시가 이어놓은 다른 시와 시인들까지도 그런 눈이 되어주니 기쁜 마음 가득했다.
나태주의 '풀꽃' , '가지 않은 길'은 많이 들어서 알고 좋아했지만 나머지 시들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다시피했었다. 우연히 만나고, 혹은 스쳐 듣는 좋은 시가 아니라 이제야 제대로 가슴에 새기는 시가 되었다.
<가지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이 바로 너다
*견문이 좁은 내가 시인의 얘기를 할 수는 없고, 오로지 내가 읽은 시만 생각해본다. 이 시집을 즐겼던 나의 시간을 얘기해 본다. 제목이 많은 것을 포용하고 있어서 누구라도 심장이 덜컥해보게 되지 않을까 했다.
<스폐셜 에디션>으로 시인 나태주의 400백 편의 시를 함께 만나다니, 시집을 살 기회가 많지는 않은 나같은 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양장의 이 두툼한 시집은 어디에 두어도 좋다는 듯이 편안하게 이끄는데, 절로 시인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선물 같다.
시 하나 하나에 마음이 요동친다.
이 시에 숨겨둔 마음이 저 시에서 느껴질 때, 그 뜨거움에 울컥하게 되었다.
나태주님의 많은 시를 두루 보고서 이제야 시인과 벗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됨이 행복하다.
그러니, 시가 뭘까? 궁금하다면 이 책부터 권하고 싶은 마음을 어쩌랴~
지금 나는 어디서 어디까지를 펼쳐야하나 ~
시를 읽고 잠시 머물게 되는 시에 짧은 메모 하나씩 남기며 슬프고 행복한 여행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떠오른다.
<무인도> <묘비명>같은 시는 나와 동반자를 돌아보게 하고, <길가에서의 기도>,<발의 기도>,<산티아고로 떠나는 시인에게>서는 아들이나 손주를 생각하게했지만 이 땅의 모든 아들과 딸 그 모두의 발길마다에 축복을 비는 아버지의 마음이 보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여러 시에서 다시 만나게 되며 쌓여 간다.
모든 간절한 기도가 시였다.
나의 시절은 갔지만 너의 시절과 너의 생명이 있어서 기꺼이 행복하다 말씀하시니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고, 내 딸을 보며 그런 눈빛을 보내시기에 나는 안다. 그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승화의 사랑을...
어머니를 그리는 시들은 유독 엄마 얘기에 골이 깊은 나를 또 울린다. 어머니를 늦게야 보듬게 된 마음 나도 그럴 것인데, 아파서 안되겠다. 엄마에게 전화한통 하느라 책을 놓기도 했다. 눈이 힘들어 긴 글은 보기 힘드신 엄마에게 이 시집은 보내드려야겠다.
시인의 가난하고 춥고 슬픈 젊은날이 엄마의 그날들을 함께 위로해 줄 것이다. 가족중 누구도 함께 해주지 못했던 엄마의 황량함을 따뜻한 녹지가 되게 해줄 것 같다.
인생을 묻는 젊은이에게,
...
슬퍼할 일은 슬퍼하고
기뻐할 일은 기뻐하고
괴로워 할 일은 괴로워하면서
순간순간을 정직하게
예쁘게 살아보는 거다
...
인생이 무엇인지 묻는 젊은 벗이여
인생은 그냥 인생
인생은 그냥 너 자신
열심히 살아보자
삶 그것이 그대로 인생이 아니겠는가.
나는 겨우 사십초 언저리, 겨우 이 만큼 걸어온 길을 어떤 때는 힘들다하고, 어떤 때는 지겹다하고, 어떤때는 좋아죽겠다 하는 내게 앞으로의 길이 더 길고, 넓고, 깊다는 것을 알려주는 위로와 격려로 가득했다.
꽃에 대한 시가 별에 대한 시가 나를 꽃으로 별로 봐주고 위로해주어서 힘든날 다시 고개 들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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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 P14
무인도
바다에 가서 며칠 섬을 보고 왔더니 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 섬 가운데서도 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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