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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트렁크>까지. 김려령 작가님 책을 모두 세 권 읽었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은 청소년 문학에 속해 있는 반면에 이번 책 <트렁크>는 19금 소설같다.
안 그래도 김려령 작가님 신간 소식 듣자마자 <트렁크>를 위시리스트에 담으며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너무 궁금해져 먼저 포스팅을 하기도 했었는데. http://pinky2833.blog.me/220377775524
모르고 관심 없으면 궁금할 일도 없을 텐데, 그때 그렇게 살짝 줄거리를 맛보고 났더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ㅋㅋ 택배 박스가 도착하자마자 <트렁크>부터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 발견한 김려령 작가님의 친필 사인 '_'y
깜짝이야, 사인본이 오는지 모르고 주문했는데;; 첨엔 낙서인 줄 알고 울 뻔했음;; ㅋㅋㅋㅋ
“혹시 알아? 나중에 은혜라도 갚을지.”
“은혜는 친절한 사람한테 갚지 않아. 두려운 사람한테 갚아. 친절한 사람한테는 입으로 갚고, 두려운 사람한테는 몸으로 갚는 거야.”
“되게 현실적인 말인데, 씁쓸하다. 몰래 사라지면 어떡하지?”
“갈 길 간 거잖아. 여기까지만 해. 지금도 과해. 대체 어디까지 해주려고 그래 왜 자꾸 손을 내밀어? 가라는 거야, 오라는 거야? 친절하지도 마. 할 일했을 뿐이니까.”
“인정머리 없어 보인다.”
“인정을 사랑으로 받으면 어떡할 건데?”
“그건 아니지.”
“그러니까 아니게 행동하라고. 여자들 조심해야 해. 친절하면 넘보고 싶고, 착하면 건드려보고 싶어져. 그래서 화내면, 이제 나쁜년 되는 거야. 그게 친절의 부작용이지.”
♣ 트렁크 - 김려령 :p 142
주인공 노인지는 "화류계 기질 없이 예쁘다"는 이유로 수상한 결혼정보업체에 스카우트 되는데
그녀의 업무는 VIP 고객의 '기간제 아내'가 되어 직접 결혼생활을 하는 것.
헐, 나는 첨에 계약 결혼 같은 건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는데, 엄마야, 뒤로 갈수록 쇼킹해져서
계속 헐, 헐, 도대체 어떻게 끝나려고 이러지? 조바심 내며 책장을 넘겼다.
뭐랄까? 이 책은 다 읽고 나면, 어쩐지 씁쓸해지는. 뭔지 모를 뭔가가? 개운치 않은 소설이었지만.
역시 김려령 작가님 책답게, 흡입력도 끝내주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계속 계속 생각의 줄기가 뻗어나가는 기분이 들어 나쁘진 않았다.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아, 재밌었다! 개운하게 끝나는 책은 의외로 금방 잊히고 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지 며칠짼데도 아직까지 머릿속으로 다음 이야기를 혼자 상상하게 만드니?
결과적으로는 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것 같다.
“여보, 나는 왜 저 남자만 보면 화가 날까?”
“당연하지. 먼저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안되네요, 미안합니다. 죄송한데 나가주세요. 자꾸 사과하게 만들었잖아. 자기가 툭 쳐놓고 사과받는 사람이야. 사과와 거절이 얼마나 무거운 건데. 생큐, 오케이, 하고는 질이 달라. 사람을 푹 꺼지게 해. 진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가 구질구질하게 사과할 상황을 만들면 안 돼."
♣ 트렁크 - 김려령 :p 177
끝으로 으악, 엄태성. 나도 그 남자 너무 싫던데, 싫은 만큼 자꾸자꾸 생각나서 더 짜증 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