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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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야기도 아니고, 이 글의 일부는 이미 어디선가 본 듯도 싶고 해서 굳이 읽어야 하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평점이 이상해서 보니 읽은 것 같지도 않은 별점 일점 테러를 보게되었다.

여성주의 책들이나 사회문제에 관련한 책들에서 워낙 딴지같은 별점 테러를 이미 여러번 봐왔지만, 이 책에도 그런 일이 일어난 걸 보니, 이래서 아는 이야기라도 굳이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절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글에 대해 귀중한 시간을 쪼개가며 반박따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독자 중 하나라도 그런 글에 경도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박경리 작가의 글들이다.

그리고 아직도 끝내지 못한 토지 완독을 하긴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도.

- 한 사람 책임지는 자 없고 벌받은 자 없는 그들에게 푼돈 얻어낸, 청풍당상의 그야말로 더렵혀지지 않았던 양반들, 차라리 그것은 희극이다. 혹자는 말하리라. 그 푼돈도 우리 발전의 밑천이 되었노라고. 그러나 자로는 잴 수 없고 저울로도 달 수 없는 가치도 있다. 그 가치로 인하여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아무리 즉물적 세태라 해도 우리는 그 이상의 가치를 꿈꾸며 산다. 물질도 있어야 하고 계산도 해야 하지만 삶의 존귀함도 있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 문화의 본질, 인간다운 연유도 거기 있으니 말이다. - 17

- 식민지 시대 11년간을 서울에서 살았고 진짜 콜론(신민자)의 아들이었다고 말하는 다나카 씨는 그 시절에 대한 짙은 향수를 토로하고 있는데, 특히 독립운동가, 그 시대의 독립정신에 대해서는 감탄과 외경의 염까지 느꼈다고 했는데, 일본 특유의 그런 감상은 상당히 메스껍다.
그는 말했다. 그 시절이 좋았다고, 그 시절의 민족정신은 고귀하고 긴장되고 아름다웠다고. 한데 지금은 뭐냐, 그렇게 그는 말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그 시절의 비극을 가슴 아프게 아름다운 것으로 회상한다. 그러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은 것은 “천만의 말씀!”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현재 반일 하는 것이며,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반일 하는 것이며, 다나카 씨 같은 일본인이 있기 때문에 반일하는 것이다. - 157

2023. may.

#일본산고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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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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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재밌게 후루룩 읽은 소설.

영상미가 확실한 느와르다.

운이 좋길 바라면서 커다란 룰렛판 위를 구르는 눈 없는 쇠구슬 같은 삶을 사는 바람. 뭐든 가능한 쎈케라는 점이 끝까지 불안함 없이 즐기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라면 수빈과 우형사다.

- 언젠가 형에게 우리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형은 그런 생각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지금의 나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 51

- 확실히 나는 어떻게 돌고 돌아도 결국 이 세계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여기가 나를 칭찬해주는 유일한 세계다. 그렇지만 칭찬해주는 사람을 모두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 91

- 떳떳하지 못한 인간들이 이익을 위해 뭉치면 어떤지 아는가? 정말 무섭다. 철학도 취향도 염치도 상관하지 않고 똘똘 뭉친 욕망 덩어리. 그걸 착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기겠는가. 형은 “악마들끼리의 계산이 서로 달라서 이익의 균형이 깨질 때만” 착한 사람의 승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139

-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머리가 커질수록 영웅의 광채는 시들고, 우린 멀어졌어.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됐지. 그놈은 영웅이 아니라 양아치였다는 걸. 내가 병신처럼 환상 속에서 살았던 것뿐이었어. 그걸 깨달은 뒤에야 나는 남자가 됐지. 남자는 남자를 죽여야, 남자가 될 수 있어. - 340

2023. apr.

#마지막소년 #레이먼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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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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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밍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차밍이라는 게 조금 일본식 차밍이 아닌가 싶다.

- 사람은, 계속 자기 자신이잖아? 태어나서부터 줄기차게 자기 자신이잖아. 그게 힘겨워져서 다들 취하는지도 몰라 - 146

- 미도리코, 미도리코, 좀 들어봐, 사실이란 거, 사실이란 게, 있는 줄 알잖아, 다들 진짜 사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잖아, 매사에 반드시, 뭔가 사실이란 게 있다고들 생각하잖아, 근데 미도리코, 사실이란 거, 없을 때도 있거든, 아무것도 없을 때도 있어. - 180

- 이를테면, 언어는 통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통하는 일은 실은 별로 없어요. 같은 언어를 써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개의 문제는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언어는 통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 사는 거지요. - 206

- 귿게 닫힌 커튼 너머는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곧 어두워질 것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나는 해 질톀 이 시간의 푸르스름한 빛을 이렇게 바라볼까. 혼자 살다 죽는 인생은 대체 어떨까. 어디 있어도, 무엇을 보아도, 이렇게 줄곧 한 장소에 있는 것일까.
“그러면, 안 되나?”
나는 조그맣게 소리 내어 물어보았다. 물론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 253

2023. mar.

#여름의문 #기와카미미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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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동 우스블랑 : 백곰’s bread note
김영수 지음 / 더테이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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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제빵은 제과에 비해 자주 안하기는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구움과자류보다는 빵을 원래는 더 좋아한다.

다만 만드는 재미의 측면에서 제과류가 훨씬 흥미로워 자주 하게 되는 듯.

언젠가 먹어본듯도 한데 확실친 않고
어쨌든 대중이 좋아하는 빵집임은 틀림없다.

레시피들 한번씩은 만들어 봐야지.

2023. mar.

#효창동우스블랑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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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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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단편들.

이판사판시리즈라 읽었으나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항상 우리 옆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라지만
항상 우리 옆에 있다고 딱히 믿거나 하질 않아서

미미여사의 에도물에서의 기담들과 비교해서 시대적 차이 때문인지 조금 덜 취향이다.

2023. jan.

#이형의것들 #고이케마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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