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예 예찬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보경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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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인의 시선에 가장 시대에 발맞춘 예술은 아무래도 사진과 영화.
문학을 영화화하는 작업에 기대감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당시에도 매체의 특성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것 처럼 보인다.
엄연히 다른 장르로, 각색 이후엔 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지점들을 통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르네상스적 예술인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도 그 시대이므로 가능한 지점이 분명히 있어보인다.

어려서 읽었다면 뭔가 조금더 경탄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 예술에 우열은 없다지만 그 형식이 시대의 추세에 적응하면 더욱 더 발달하고, 거스르면 자연히 쇠퇴하기 마련이다. - 8

- 내가 이런 글을 쓴 취지는 몇 가지 방면, 가령 문학, 예술 분야에서는 그나마 손해를 보완할 길이 남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이미 상실해가고 있는 음예의 세계를, 적어도 문학의 영역에서만이라도 상기시켜보고 싶었다. - 162

2021.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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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116
장석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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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취향의 접점이 없었다.

- 작음은 이번 시집에서 내세울 단 하나의 자랑거리다. 더 작아지지 못한 건 흠이다. 더 작아져서 큰 실패에 닿지 못했음을 후회할 거다. - 시인의 말

- 영혼은 무른 부분에서 부패를 시작한다.
나는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오래된 연애 중

2021.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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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는 기분 문학과지성 시인선 552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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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말들과 그에 대항하는 시.
<도움받는 기분>에서 1의 도움도 없다는 절망. 무지와 체념의 시어들...

준비되었느냐고 묻는데...
난 아직인가, 이미 늦었어 인가.

- 얼어붙은 말 얼어붙은 입 얼어붙은 빛 윤곽만으로 뒤척이는 공중의 가지들 네 작은 손짓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매일매일을 다 써버렸어 눈이 내리는 풍경 속에서 세계가 함몰될 것 같은 풍경속에서 나는 최소한의 언어로 모든 것을 누설하고 최애한의 언어로 무의미에 도달하고 - 코카.콜라 중

- 팽창하며 뒤틀리며 열어젖혀지는 감각을
말로 할 수 없는 절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반복과 나열 중

202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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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4
구병모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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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온 작가의 신작을 읽었는데, 감흥이 덜하다.
이건 약간 독자인 나의 패턴인지도... 그저 혼자만의 슬럼프?

무한한 시공을 살아가는 존재지만 신이라기엔 모자르고 인간이라기엔 넘치는 종족, 옥타비아 버틀러의 와일드씨드(야생종)가 문득 떠올랐다. 그보다는 좀 더 현세적인 이야기지만.

- 1년 내내 건기 아니면 우기에 혹서와 혹한이 반씩 지분을 차지하는 극단적인 기후는 사람을 닮았다. 백 아니면 흑. 나 아니면 너. 우리 아니면 그들. ‘아니면‘의 자리에 ‘과‘나 ‘와‘가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다. 간혹 짝지어서 불리는 예외도 있는데 죽음과 삶을 가리킬 때. 죽음과 같은 삶, 삶이자 죽음. 생명이 거한 곳에 어김없이 절반의 지분을 차지한, 삶과 죽음. - 11

- 자잘하게 힘쓰는 일, 큰일을 밑에서 떠받치는 일, 무언가를 생산하여 구체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고되지만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그늘에 가려지거나 지워지는 일들의 상당부분이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여인들에게 맡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주머니는 철저히 멸시당하는 동시에 그 멸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는 그악스러움이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하는, 아이러니 하면서도 대상화된 존재로, 그런 취급과 인식이 그리 새롭지는 않다. 사람들이 통틀어 옛날이야기라고부르는 전설이나 신화, 민담에는 그른 이들 천지다. 저주와 천대와 박해를 받지만 사실은 유능하거나 은밀한 축복을 받은 이들이, 잘난 척하다 곤경에 빠진 친인척을 구해내고 기운 집안의 부를 일구거나 마을을 구한다. 미아는 형제들과 세상을 거닐 적이 그런 인간들을 비롯하여 그런 인간들을 부리고 버리는 인간들을 숱하게 만나보았으며, 그들에게서 삶의 대처 방식을...... 무엇보다 인간의 바닥을 배웠다. - 63

- 삶이나 사랑에 의미라는 게 있다면, 어디까지나 그것과 충분한 거리를 둘 때 발생하는 것이었다. - 92

202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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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해마 (리커버 에디션)
문목하 지음 / 아작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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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재밌게 읽은 책.

다만 해마체 라는 것, 외형을 변형할 수 있는 존재와 그것의 백업, 통제하는 중앙시스템 이런 것들이 선명하게 이미지화 되진 않아서 초반 장벽이 약간 있다. 에스에프를 좋아하지만 에스에프적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미등록 생존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색채랄까 생기랄까 여튼 그런 지점이 흐린 생의 모습을 따라가다보면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 법도 한데, 비인간적으로 직격탄을 날리며 서로를 갈구는 비파와의 케미스트리가 재미를 보장한다.
비인격이라는 가장 큰 특징을 가졌을 고도로 발달한 해마체와의 공존을 생각할때 해마체를 인격화 하면서 독서를 하게 되는 지점, 그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의 동요는 쓸쓸함이었다.

빅데이터의 현신, 전능한 해마들로 인해 세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아직은 실재하지 않는 기술과 능력이라면 ‘거미 할머니‘였는데, 거짓말로 사람을 돕는다는 지점이 그랬다.

해마들의 소문 속에 ‘유령 해마‘로 불리는 비파, 혹은 비파의 백업.... 후반으로 갈수록 탁월하다.


- 너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말과 글은 고맙고 따뜻했으나 마치 정해진 우기에만 내리는 빗물 같았다. 하지만 너의 패배를 즐기는 사람들의 말과 글은 놀랍도록 새롭고 끈질기게 쏟아져 나왔다. - 65

- 나는 너처럼 어둠 속에 버려지고 나서야, 내가 홀로 나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그때의 네 기분을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네가 두려웠을 걸 수십 년 전에 알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해한 건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 77

- 하지만 마찬가지로, 네가 두렵다는 이유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 역시 나는 알았다. 너는 늘 두려워하면서도 그다음 걸음을 떼기 위해 버티고 서 있었으니까. 나는 항상 네가 고요한 비명을 지르며 삶을 뚫고 내달리는 걸 지켜봐왔다. - 241

- 내가 행성세계에서 널 만난 이후 자주 목격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안하고, 망설이고, 갈등하는, 참으로 사람답게 형편없는 얼굴이었다. - 317

202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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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0-15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초반이 따라가기 아려웠지만 차근차근 쌓아올린 세계랑 잔잔한 유머도 좋았어요. ^^

hellas 2021-10-15 07:2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 직설화법들. 아직 두권밖에 없다니. 다음 작품 언제 나올지 두근거리는 작가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