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해마 (리커버 에디션)
문목하 지음 / 아작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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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재밌게 읽은 책.

다만 해마체 라는 것, 외형을 변형할 수 있는 존재와 그것의 백업, 통제하는 중앙시스템 이런 것들이 선명하게 이미지화 되진 않아서 초반 장벽이 약간 있다. 에스에프를 좋아하지만 에스에프적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미등록 생존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색채랄까 생기랄까 여튼 그런 지점이 흐린 생의 모습을 따라가다보면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 법도 한데, 비인간적으로 직격탄을 날리며 서로를 갈구는 비파와의 케미스트리가 재미를 보장한다.
비인격이라는 가장 큰 특징을 가졌을 고도로 발달한 해마체와의 공존을 생각할때 해마체를 인격화 하면서 독서를 하게 되는 지점, 그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의 동요는 쓸쓸함이었다.

빅데이터의 현신, 전능한 해마들로 인해 세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아직은 실재하지 않는 기술과 능력이라면 ‘거미 할머니‘였는데, 거짓말로 사람을 돕는다는 지점이 그랬다.

해마들의 소문 속에 ‘유령 해마‘로 불리는 비파, 혹은 비파의 백업.... 후반으로 갈수록 탁월하다.


- 너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말과 글은 고맙고 따뜻했으나 마치 정해진 우기에만 내리는 빗물 같았다. 하지만 너의 패배를 즐기는 사람들의 말과 글은 놀랍도록 새롭고 끈질기게 쏟아져 나왔다. - 65

- 나는 너처럼 어둠 속에 버려지고 나서야, 내가 홀로 나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그때의 네 기분을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네가 두려웠을 걸 수십 년 전에 알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해한 건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 77

- 하지만 마찬가지로, 네가 두렵다는 이유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 역시 나는 알았다. 너는 늘 두려워하면서도 그다음 걸음을 떼기 위해 버티고 서 있었으니까. 나는 항상 네가 고요한 비명을 지르며 삶을 뚫고 내달리는 걸 지켜봐왔다. - 241

- 내가 행성세계에서 널 만난 이후 자주 목격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안하고, 망설이고, 갈등하는, 참으로 사람답게 형편없는 얼굴이었다. - 317

202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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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0-15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초반이 따라가기 아려웠지만 차근차근 쌓아올린 세계랑 잔잔한 유머도 좋았어요. ^^

hellas 2021-10-15 07:2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 직설화법들. 아직 두권밖에 없다니. 다음 작품 언제 나올지 두근거리는 작가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