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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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조 속 절망의 구멍들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사적 복수가 합리화 될 순 없겠지만, 그만큼 정의가 실현되고 있지 못한 현실때문에.

각자의 이유가 있는 인물들. 가치없는 한 남자 때문에 죽음을 선택 하려고 했던 여자. 형편 없는 가족을 벌주고 싶어 하는 여자. 형편 없는 인간은 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주는 부모를 둔 정의로운 남자. 아무 일도 없던듯이 살고 있는 가해자를 단죄하려는 남자.
모두 이해가 되고 모두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너무 불공평하다고 했더니 엄마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너도 네 오빠가 창피하지 않도록 번듯한 식을 올리게 해 주고 싶지?˝ 늘 그랬다. 오빠가 창피하지 않게, 오빠 마음이 편하게. 오빠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 주기 위해.-39

- 매번 의자에 앉아 피고인석의 오오이를 보고 있으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이렇게 변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걸까. 두 사람이나 그토록 잔인하게 죽였는데.-229

2021. nov.

#스나크사냥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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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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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황가의 행차로, 도쿄올림픽 개최로, 삶의 터전인 천막집에서 내몰리는 노숙자들.
우리 88 올림픽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이후의 그들의 삶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

천황과 동갑인 주인공을 내세워 노숙자의 삶을 그려내는 건 가련하다 못해 쓸쓸한 작업이다. 결국에는 죽음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삶.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때도 재난대피소에서 노숙자는 받지 않았다는 일본. 자신이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될 일은 없다고 여기는 보통 시민들이 일본에만 있을까. 여기도 널리고 널린 것 같다.

씁쓸하고 쓸쓸하다.

-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10

- 구덩이였다면 기어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절벽에서 발이 미끄러지면 두 번 다시 인생이라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없다. 추락을 멈출 수 있는 건 죽음 뿐이다.-92

- 나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측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온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작가의 말

2021. Oct.

#도쿄우에노스테이션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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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 이동시 총서 1
정혜윤 외 지음, 이동시 엮음 / 워크룸프레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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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있지만 불친절한 저주들.

절멸 선언문은 너무나 날것의 글이어서 소름이 돋았다.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동시). 이동시라는 기후, 동물, 생태계 이슈를 다루는 창작 집단을 알게 된 일은 반갑다.

- 현대 인류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은 절멸의 재료이고
현대 인류의 운영체제는 절멸의 레시피다.
지금 처럼만해라. 절멸의 성찬이 완성되리라.(....)
펜데믹? 인간 씨, 농담도 잘하시네!
1760년부터 당신들이 펜데믹이었다.-절멸선언문 중

- 인간은 죽을 힘을 다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인 힘으로 산다. 인간은 책임전가의 왕이다.-16

- 이렇게까지 어리석고 무지한 게 인간이라면, 대체 짐승이라는 말은 왜 필요한 걸까요?-21

- 산 생명 그만 먹고, 화석 연료 그만 때고, 원자력 발전소 그만 짓고, 엔간히 처먹고, 엔간히 돌아댕기고, 엔간히 싸고, 엔간히 버리고, 엔간히 부시고, 엔간히 쳐들어와. 제발 제발 우리 같이 살자.-67

2021. Oct.

#절멸 #이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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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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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신뢰도가 워낙에 바닥이고, 그다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요즘 상황에서 보자면, 이 책이 얼마나 시의성이 있는지. 오래 전 쓰여진 책이라도 말이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펜 하나로 뭐라도 된 듯 우쭐거리며 진실이 아닌 것을 지껄이는 일에도 거침이 없는 그런 언론. 심난하다.

카타리나는 명민하고 심지 곧은 여성이라서 이 모든 고난을 감당해야 했다.

- 앞 장에서 언급된 남자들의 치근거림이 처음에는 조서에 다정함으로, 즉 ˝신사들이 다정하게 대했다˝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카타리나 블룸은 몹시 분노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반대했다. 개념정의를 두고 그녀와 검사들 혹은 그녀와 바이츠메네 사이에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카타리나는,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인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였노라 주장했다. 심문에 참여한 신사들이, 그런 것은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심문이 보통보다 더 오래 걸리면 그건 그녀 탓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치근거림 대신 다정함이라고 쓰여 있는 조서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차이가 그녀에게는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그녀가 남편과 헤어진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관련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다정한 적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고 늘 치근거렸다 했다. 블로르나 부부를 가리킨 ˝선량한˝이라는 단어를 놓고도 이와 유사한 논쟁이 벌어졌다. 조서에는 ˝나에게 친절한˝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블룸은 ˝선량한˝이라는 단어를 고집했다. ˝선량한˝이라는 단어가 유행에 뒤진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이 단어 대신 ˝호의적인˝이라는 단어를 제시하자, 그녀는 화를 냈으면, 친절과 호의는 선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자신에게 보여준 블로르나 부부의 행동을 선함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31

-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38

- 이자는 ‘섹스나 한탕 하자‘고 했고, 그래서 난 생각했던 겁니다. 좋다, 지금 총으로 탕탕 쏘아주마. 당연히 그는 예상을 못 했겠지요.-141.

2020. nov.

#카타리나블룸의잃어버린명예 #하인리히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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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1-3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주 아주 좋았어요!

hellas 2022-01-30 10:11   좋아요 0 | URL
이런게 고전.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갈 만한 작품임을.... :)
 
캐럴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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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가의 글이라면 이처럼 문장에 집중하며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문장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최애 작가 중 하나.

-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에 매혹당해 본 적이 있어?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이상한 일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믿음의 대상이 되다니.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믿음이 강해지다니. 사랑도 마찬가지인가. 당신을 온전히 알지 못해서 사랑의 감정이 고양되는 건가. 나에게는 그런 것이 무섭고도 우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10

- 돌아서서 하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공개 된 말과 태도다.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이 아니라 오픈된 프로세스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그게 인류 사회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34

- 어떤 근육은 작은 기쁨을, 어떤 근육은 사소한 슬픔을, 어떤 근육은 깊은 망각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해독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얼굴에서 그것들이 일렁이는 모양을 사랑할 수는 있다.-78

- 나는 산책이 아니라 배회를 하는 사람. 나의 배회는 주위의 모든 것에 이질감을 느끼는 일. 내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낯선 세계를 걷는 일. 나는 그 세계를 배회한다. 다른 세계에서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사람처럼. 오로지 밤과 어둠만이 나의 편.-287

- 사랑없는 연애 소설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사랑없는 삶이 가능한 것처럼.
단지 생존 하는 삶도 삶인 것처럼.-작가의 말

2021. jun.

#캐럴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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