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론의 신뢰도가 워낙에 바닥이고, 그다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요즘 상황에서 보자면, 이 책이 얼마나 시의성이 있는지. 오래 전 쓰여진 책이라도 말이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펜 하나로 뭐라도 된 듯 우쭐거리며 진실이 아닌 것을 지껄이는 일에도 거침이 없는 그런 언론. 심난하다.

카타리나는 명민하고 심지 곧은 여성이라서 이 모든 고난을 감당해야 했다.

- 앞 장에서 언급된 남자들의 치근거림이 처음에는 조서에 다정함으로, 즉 ˝신사들이 다정하게 대했다˝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카타리나 블룸은 몹시 분노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반대했다. 개념정의를 두고 그녀와 검사들 혹은 그녀와 바이츠메네 사이에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카타리나는,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인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였노라 주장했다. 심문에 참여한 신사들이, 그런 것은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심문이 보통보다 더 오래 걸리면 그건 그녀 탓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치근거림 대신 다정함이라고 쓰여 있는 조서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차이가 그녀에게는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그녀가 남편과 헤어진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관련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다정한 적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고 늘 치근거렸다 했다. 블로르나 부부를 가리킨 ˝선량한˝이라는 단어를 놓고도 이와 유사한 논쟁이 벌어졌다. 조서에는 ˝나에게 친절한˝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블룸은 ˝선량한˝이라는 단어를 고집했다. ˝선량한˝이라는 단어가 유행에 뒤진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이 단어 대신 ˝호의적인˝이라는 단어를 제시하자, 그녀는 화를 냈으면, 친절과 호의는 선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자신에게 보여준 블로르나 부부의 행동을 선함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31

-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38

- 이자는 ‘섹스나 한탕 하자‘고 했고, 그래서 난 생각했던 겁니다. 좋다, 지금 총으로 탕탕 쏘아주마. 당연히 그는 예상을 못 했겠지요.-141.

2020. nov.

#카타리나블룸의잃어버린명예 #하인리히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2-01-3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주 아주 좋았어요!

hellas 2022-01-30 10:11   좋아요 0 | URL
이런게 고전.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갈 만한 작품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