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상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라는 말을 반복해 할 수밖에 없는 스티븐 킹.

대니 코플린의 악몽이 정말 좋다고 느꼈는데 역시 영상화 예정이라니 그럴 법하다.

방울뱀도 좀 오싹했다.

- 다음 날 밤 9시 19분에 아버지의 심장이 멈추었을 때 침대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전직 국무장관이 같은 날 밤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부고는 <뉴욕 타임스> 맨 위에 실리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알았다면 일상다반사라고 했을 것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정치가 거의 항상 예술을 능가하는 법이라고 말이다. - 44, 재주 많은 두 녀석

- 구름에 가려진 그 불빛을 본 것이 그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 둘 모두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 수도 있었다. 중대한 깨달음의 순간이었다고 하지는 않겠다. 그냥 살다 보면 뭔가가 보일 때가 있다. 하늘의 불빛 또는 하루 중 어떤 시간의 그림자, 그것이 어떤 식으로 내 앞길 위로 드리워졌는지가. 그러면 그걸 어떤 징조로 받아들이고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는 거다. 어렸을 때는 어린애처럼 말하고 어린애처럼 이해하고 어린애처럼 생각했지만 이제 어린애 같은 것들을 버려야 하는 때가 찾아왔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 60, 재주 많은 두 녀석

- 우리보다 운이 나쁜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주어진 운명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 156, 방울뱀

- 공포물은 연민과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진가를 가장 잘 안다. 역설적이지만 진짜다. 이 세상이 짊어진 고통의 대부분은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 환상의 어두운 측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다. 나는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쓸 때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내가 알고 사랑하는 미국의 진실을 밝히려고 특히 노력을 기울인다. 추악한 진실도 있지만, 어느 시에서도 이야기하다시피 사랑이 있으면 흉터도 매력 포인트가 된다. - 후기 중

- 내게 자신의 상상과 말초 신경을 맡긴 열혈 독자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그대들은 더 어두운 걸 좋아하는가? 좋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우리가 영혼의 단짝이다. - 후기 중

2025. aug.

#더어두운걸좋아하십니까 #스티븐킹 #단편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두움의 연습
나야 마리 아이트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대의 연대기.

한숨이 나지만 전 지구적 여성에 대한 폭력을 또 한 번 느낀다.
정도의 차만 있지 하나같이 동일한 흐름으로 알게 되고 알 수 있는.

생략이 많은 듯한 시적 묘사, 희미하지만 확실히 보이는 희망의 기운이
독서 행위 자체를 독려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그린란드 작가는 아마도 처음 본 게 아닌가 싶은데, 
뭐랄까 묘하게 눈, 차가운 바람, 그러나 강렬한 햇살의 냄새가 난달까.


- 나는 겁을 내기 때문에 어두움을 연습한다. 어두운 곳에 머무르는 연습을 하지만 또한 어두움 밖으로 나가는 연습도 한다. PTSD 씨와 하는 세션의 목적은 내가 어두움 밖으로 발을 디디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어두운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어둡다고 무서워하지 마."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말했다. "빛만 없을 뿐 똑같은 세상이야." - 22

- 나는 정말로 정상인가? 나도 바람처럼 강한 것 아닐까? 그렇지. 내가 그렇게 느끼지 못할지라도 나는 강하다. 로세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매주 버스를 타고 PTSD 씨를 찾아가지 않나. 나는 언제나처럼 나 자신의 치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게 무리였기 때문에 나는 병이 들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로세의 집을 떠나 우리 집을 향해 어두운 거리를 걷는다. 이게 현실이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 잘못이 아니다. - 41

- 벚나무는 움이 텄나 보다. 몇 주일째 꽃이 핀다. 나는 뜬금없이 노력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노력을 한다는 단어. 나는 노력하지 않겠다. 나 자신을 쥐어짜 변화시키지는, 나 자신을 바꾸지는, 지금과는 다른 무엇으로 바꾸지는 않겠다. 다른 사람이 나를 훌륭하다고 생각하도록 나 자신을 쥐어짜 변화시키지는 않겠다. 나는 노력하지 않고, 훌륭해지지 않겠다. 혹시 할 수 있다면 나는 꼼꼼해지고 싶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싶다. 나는 내 감정이건 남의 감정이건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고 싶다. 그리고 내 인생사의 지배도 안 받고 싶다. 나는 식물원을 돌아보고 꽃이 피는 나무들에 감탄한다. 그리고 아니, 이제 되었으니 그만하라고 생각한다. - 58

- 몸은 평화를 누리고 싶어 한다. 이제야 평화를. 성병도 어설픈 관계도 없고, 내가 만족시키거나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대상도 없다. 임신의 두려움도 임신도 없고, 출산도 없다. 외부로부터 몸을 볼 일도 더 이상 없고, 이제 내 몸에는 내가 산다. 몸이 할 수 있고 이 세상에 살아 있고자 하는 동안. 몸에 대한 요구는 남에게서 건 나에게서 건 이제 끝이다. 마침내 자유, 몸은 자유다. 몸은 나이를 먹고, 몸은 살아난다. - 60

- 아, 내 안에 우리 엄마가 있구나. 깊은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지 말자. 너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는 말아.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한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야. 지난 일을 바꿀 수는 없지. 그렇게 나는 억지로 나 자신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중얼거리고 되풀이하면서 욕실 거울의 나 자신을 바라본다. 내가 하는 말을 나도 믿지 않는다.
어쩌면 아무 책임도 없이 - 113

- 나는 9월이 좋아. 어머니가 말한다.
나는 묻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게 많지만 하지 않는다. 우리는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마주 앉아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손을 탁자 위로 내밀어 내 손 위에 얹는다.
너는 좋은 애다.
나는 울음이 터진다.
울 거 없어. 엄마가 말하고 다시 손을 치운다. 칭찬인데. - 126

- PTSD 씨와 작별. 내가 알던 것보다 나에게 더 많이 도움이 된 사람이다. 나는 연약하지만 지구에 사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약하지는 않다. 나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만큼 강하다. 나는 약하면서도 강하고, 그래서 괜찮다. - 217

2025. aug.

#어두움의연습 #나야마리아이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시 14분 - 박세미의 5월 시의적절 5
박세미 지음 / 난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동하는 시인.
건축인으로서의 자아가 더 큰 것 같다는 느낌.
그건 작가 정체성의 현실 비율을 생각하면 당연할까.

사실 11.14.라는 숫자에 끌려 고른 책인데,
왜 끌렸는지는 좀 애매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모호함이 있다.

- 스스로 건축 설계에 대한 재능을 의심하고 있을 때 귀로 흘러들어온 한마디. "글은 정말 잘 써." 너무 슬픈 일이었다. 나는 설계를 했는데 글을 잘 쓴다니. - 13

- 어떤 날, 영화처럼 내가 나로부터 분리되어서 온종일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표정을 놓침 없이 읽게 된다면. 마침내 자신이 겪는 모든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면. 나와 내 생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까? 사람은 자신의 진실한 얼굴을 알지 못하므로 살아갈 수ㅜ 있는 걸일까, 아니면 신이 숨겨둔 단 하나의 얼굴을 찾는 데 온 생을 다 써버리고 마는 것일까. - 22

- 표정 없음. 무표정은 얼마나 서늘한 감각인가. 그러나 그 무표정의 경지 속에서 찾아오는 안정감을 나는 좋아한다. 거꾸로 매달려 온몸으로 중력을 견디고 있을지라도, 두 팔로 매달려 허공에 두 발을 띄우고 있을지라도, 초연함을 유지하는 감각. 희로애락의 얼굴만이 인산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는 다행스럽다. - 28

- 하지만 이 진부한 사랑의 열거는 마음이 가득할 때 필연적으로 발화되는 것임을 이제 잘 안다. - 62

2025. aug.

#11시14분 #박세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책 소개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그것에 확실히 흥미를 느껴 고른 책이다.

필드를 뛰는 연구자의 열정도,
탄자니아 출신 이민자 사업가들의 흥망성쇠들도,
여러모로 대단한 모험의 기록이지 않나 싶다.

소개에 낚인? 책들 중 괜찮은 책.

- 중요한 것은 그 허당미가 청킹맨션에 살고 있는 탄자니아인들이 엮어가는 커먼즈적인 삶=경제의 특징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누구도 믿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열린 커먼즈를 구축한다. 이들이 불신하는 것은 사실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게 어떤 '불변의 자아'가 있다는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 5, 추천의 말 중

- 이처럼 타자의 '사정'에 개입하지 않고, 구성원 사이의 엄밀한 호수성이나 의무와 책임도 불문한 채, 무수히 확대 증식하는 네트워크 내 사람들이 각자 '겸사겸사'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열린 호수성'을 기반으로 삼음으로써 이들은 부담 없는 '서로 돕기'를 촉진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거대한 안전망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 96

- 아프리카인이 아시아에서 즐기거나 큰돈을 갖고 있거나 평온하게 살아가면 수상쩍은 일을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해. 그래서 나는 사야카에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르쳐 준 거야. 우리는 성실히 일하기 위해 홍콩에 온 게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찾아서 홍콩에 왔어. - 254

- 청킹맨션의 보스는 불완전한 인간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타자나 사회에 제멋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자기 입맛에 맞게 타자와 사회에 의의를 부여함으로써 배신당하는 상황을 포함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의 중요성도 알고 있다. 이들의 시스템은 세련되지 않고 적당하며 허술하기에 오히려 멋지다. - 286

2025. aug.

#청킹맨션의보스는알고있다 #오가와사야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네 공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0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도야? 싶기도 한데,
선문답스럽다기엔 좀 신변잡기인 측면이.
(베케트가 <동네 공원>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한 열성 관객이었다고 해서 과연...이라는 생각도 했다)

i들의 용기 낸 스몰토크 같은 분위기랄까.

욕구이론의 표현이라면 인정받고자 하는 고립된 현대인들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혼자가 아니라는,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다이얼로그.

- 그들은 가정부들, 파리 역들에 하차한 수천 명의 브르타뉴 여자들이었다. 또 그들은 시골의 작은 장터를 도는 행상들, 실과 바늘 같은 것을 파는 세일즈맨들이기도 했다. 사망 증명서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보지 못한 - 수백만 명에 이르는 - 사람들. - 9

- 말하자면, 그런 일들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는 거죠. 저는 특별히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없고, 좀 외톨이거든요. 어느 날 우연히 엄청난 기회가 제 앞에 나타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하던 일을 무슨 수로 바꿀 수 있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런 우연한 기회가 제 인생의 어느 구석에서 나타날 수 있을지, 그런 일이 어디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그런 일은 평생 없을 거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렇잖아요. 앞일은 어떨지 모르는 거니까.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선뜻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요, 아니고말고요. 하지만 어디서 그런 기회가 저한테 찾아와 제 결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건지, 지금으로서는 정말이지 모르겠거든요. - 18

- 저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이해하실지, 흘러가는 대로 절 내버려두는 거죠, 그러다 보니 사는 게 그쪽 분보다는 쉬워요. 사실 모든 문제가 여기 있네요. 그러니 제가 어떤 것들을 모르는 채로 지낼 수 있는 거죠. - 99

- 내 인생의 이야기는 이렇다 할 게 없다.
별게 없다.
중심이 되는 게 전혀 없다.
길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선이 그어지는 것도 아니다. - 뒤라스 인터뷰 중

- 남자들은 닥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들은 그러기가 너무 힘든 모양이다. 자기 안에 있는 이론의 목소리를 안 나오게 하기가, 이론적 해석이라는 실천을 안 하기가 너무 힘든 모양이다. 그들은 치요를 좀 받아야 한다. 삶으로 살아야 할 사건, '1968년 5월'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남자들은 벌써 떠들고 이론화를 시도하고 침묵을 깨뜨린다....... 고릿적의 이론적 실천을 주워 모아 9='1968년 5월'에 대해, 이 새로운 사태에 대해 말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설명을 해서 처리하려고 한다...... 남자들은 일을 다 망쳐야 직성이 풀렸다. 침묵의 흐름을 차단해버려야 직성이 풀렸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생각하면 얼마나 절망스러운지. 범죄니까 범죄라고 하자. 남성적 범죄un crime casculin. 1968년 이후에 그 모든 전투적 태도들 앞에서 구역질이 났던 것은 남자들 때문이었다. 1968년 이후 여성해방운동이 앞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뒤라스 인터뷰 중

2025. aug.

#동네공원 #마르그리트뒤라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