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창비시선 453
이산하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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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이 가득한데, 분노도 가득하다.

-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시집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 시인의 말

- 그러니 심지 없는 촛불이 아무리 타올라도
우리는 비정규직 민주주의는 여전할 것이고
세상도 기득권자들을 위해 적당하게만 바뀔 것이다.
그래서 난 촛불이 타오를수록 더욱 슬프다. - 촛불은 갇혀 있다 중

- 나는 저렇게 표면이 심연인 듯 울어본 적이 없었다. - 지옥의 묵시록 중

- 지금 검찰과 법원까지 발칵 뒤집혀 황교안 공안검사가 이자는 손 먹을 잘라 평생 콩밥을 먹이겠다고 난리라면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 항소이유서 중

- ‘세월호 사건‘에 대해 여러 번
시 청탁을 받았지만 결국 쓰지 못했다.
이 이상의 시를 어떻게 쓰겠는가. - 유언 중

- 진실은 수면 아래 숨어 있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시는 생사가 같은 날 이라는 듯 강물이 운구하고
그렇게 얼굴이 사라져야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는 듯
마지막으로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무심히 흘러 간다. - 미자의 목사 중

2021. dec.

# 악의평범성 #이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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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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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으나, 명료하게 ‘이것이다‘ 라고는 말하지 않는 일본식 화법에 대하여.

피폭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그 일이 있었다고 자기들만 가련한것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세상의 여러 부조리를 말하지만, 묘하게 한국은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저 느낌이겠지. 수록된 강연에서는 일단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탈원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심인 것은 잘 알겠다.


- 토마스 만은 문학이 ‘미래의 인간성‘을 표현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한 핵연료의 처리는 미래 사람들에게 떠맡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당연한 것처럼 나올 때마다 그 큰일을 짊어지게 될 인류의 ‘미래의 인간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심합니다. 현재의 인류는 다음 세대를 위해 좋은 미래를 준비 한다는 의식, 또는 도덕성을 버렸는가 하고 말입니다. - 338

- 불행한 인간에 대해 깊은 주의를 갖고,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습니까?‘하고 물어보는 힘을 가졌는가의 여부에 인간다움의 자격이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만, 주의깊은 눈이 그것을 순화하는 것입니다. - 14

- 그 중에는 집단 자결로 ‘내몰린‘ 사람들도 있었다.
이 인용에서 제가 강조한 곳에 대해 누가 무엇이, 내몰고 / 궁지에 몰아 넣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내몰리다‘와 같은 수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문장에 주어를 감추고, 수동태 문장으로 만들어 앞뒤를 맞춤으로써 문장에 의미를 모호하게 한 것입니다. 이는 일본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빠지기 쉬운 과오, 때로는 의식적으로 당하는 확신범의 속임수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인용을 고쳐씀으로써 자신을 단련해야 합니다. - 75

- 저는 지금 각계의 실력자가 하는 일에서 ‘우민 정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 깊숙한 곳에서는 지금까지 되풀이되어 온 어리석음에 대한 둔감함도 보입니다. - 179

-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은 다들 그다지 축제적인 기분이 아닌 것 같네요?˝
˝우리는 20세기 후반에 세계 각각의 장소에서 인간이 짊어진 상처를 표현해 왔고, 평생의 그 경험이 초래한 것을 아무도 감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완성한 작품에 대해서는 서로 적극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 238

2021. dec.

#말의정의 #오에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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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상을 확고하게 제시하려는 일종의 세뇌 교과서.
헌신, 희생이라는 덕목을 여성에게 지우려는 윤리관.

‘왜 여성의 삶은 남성처럼 충만하고 자유롭지 못한가?‘ 라고 작가 스스로 질문하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9세기의 여성 작가가 쓴 소설에 너무 큰 변혁을 바라는 것도 모순이긴 하지만.
조는 유사아들을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자매들 역시 여성의 덕목들을 하나씩 잘 수행하고. 가족들은 가난에 허덕이지만 주변의 빈자를 돌보는 기독교적 정상가족을 모습을 보여준다.

메그의 남편이 어리고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메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쩌면 동시대 남성 작가들보다 더 구태한 당시의 여성관을 서술하는 부분에선 내가 이 시절에 왜 이런 얘기를 읽고 있나 싶기도 했다. 여성 작가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려는데 필수불가결하게 쓸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을 굳이 해보게 된다.

현모양처, 본받을 만한 어머니, 우애 좋은 자매들, 존경받는 남편, 사회적인 의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자 이웃. 모두 교과서같은 캐릭터다. 와중에 재미도 찾을 수 있니 당시로써는 훌륭한 건전소설이긴 하다.

독자들이 반응에 반발해 조를 로리가 아닌 다른 남성과 엮어 주려는 작가의 고집스러움은 웹툰 댓글에 반발하는 작가와 비슷한게 아닌가 싶다. 정말 생뚱맞고 고약스러운 커플링이라고 생각했다.

- 돈을 벌려면 남자들은 일을 해야하고 여자들은 결혼을 해야 하지. 정말 끔찍하게 불공평한 세상이야. - 299

2021. dec.

#작은아씨들 #루이자메이올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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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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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의 미스터리한 인물 앙투아네트(버사)에 대하여.

그 인물이 간절하게 바르게 읽히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서문, 해제, 해설 등등을 권두에 싣는 걸까? 아니면 읽기 전 김빼기인가?
독자가 나중에 읽으셔도 됩니다라고 하지말고 그냥 권말에 배치하는게 어떨지.

태어난 곳, 생활의 기반이 되는 곳에서는 흰 바퀴벌레로 불리고, 본토에서는 크리올일뿐인, 어디에서도 이방인인 사람, 소수자의 서사.

크리스토핀의 적극적인 보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적의와 적의, 그 속에서 도망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자기만 아는, 자신은 피해자라는 역겨운 자기연민에 빠져 있는 로체스터라는 우매한 남자가 남편이 된 시점에서 이미 앙투아네트는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에 갇힌 것. 크리올 상속녀인 여성과 결혼해, 영국법의 힘으로 아내의 재산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아내를 경멸하고 무시하며 ‘버사‘라는 전혀 생뚱맞은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등, 정신적 학대를 일삼는다. ‘너의 말과 정신, 행동이 이성적이지 않으므로 내가 가르치려는 것이다‘라는 논리.... 정작 비이성에 휘둘려 정신줄 놓은 것은 누구인지.

여성 이야기이며 식민지 담론 이라는 작품 해설이 적확하다.
로체스터라는 인간을 뒤집어 보는 좋은 시각이다.

- ‘영국 사람들 중 어느 누가 우리 문제를 이해 하겠어.‘ 나는 생각했다. - 57

- 아가씨, 어서 일어나 옷 입으세요. 이런 사악한 세상에서 여자가 살아남으려면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내가 말했지요. - 147

- 당신들과 이곳 유색인종들 사이에서 나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가 내 나라인지,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내가 왜 태어난 것인지 궁금 할 때가 많아요. - 149

- 버사는 내 이름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것은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거지요? 그것도 오베아예요. - 208

2021. dec.

#광막한사르가소바다 #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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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브로크 - 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진저 개프니 지음, 허형은 옮김 / 복복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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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교화를 핑계로 방치된 말들이 나왔을 때는 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아름다운 성장 서사다. 아이들만 성장하는 건 아니니까.

마음이 제대로 자랄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이 다시 마음을 추스려 일어서는 모습은 왜 감동적인지 나이를 먹어서일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이미 큰 행운임을 아는 조교사의,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회복과정을, 의심을 갖고 지켜 보고, 겪어내는 일들은 수행적인 면이 있다.

- 언어는 빼앗길 수 있다. 소실될 수도 있다. 도둑질 당할 수도 있다. 단절되기도 한다. 언어는 생득권이 아니다. 모두가 자기 말을 남에게 들려줄 기회를 갖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소리를 낼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 274

- 열린 그릇이 되려고 해 봐. 스승 중 한 분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말들도 제 마음을 더 전하려고 할 거야. - 340

2021. dec.

#하프브로크 #진저개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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