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서머스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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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마지막 클리프 행어가 아주 효과적이었고, 바로 그 순간 부터가 진짜 빌리 서머스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앨리스 맥스웰을 만나 전개되는 빌리의 삶은 조금 과장해서 숭고해 보일 정도였달까. 후반으로 달리면서는 진정으로 그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늘 홀로 생의 무게를 짊어지던 이가 우리라는 대명사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기도 하지만, 빌리에겐 더욱 더...

오버룩 호텔을 등장시키는 지점은.... 대단한 작가의 자부심 같은게 아닐까 생각하며 조금 웃었다.

- “얘기가 복잡해.”
앨리스는 입술을 꾹 다물고 이를 보이지 않은 채 엷은 미소를 짓는다.
“뭔들 복잡하지 않겠어요?” - 42

- 여행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서 끝이 나게 되어 있다는 걸 모든 현명한 자의 자식들은 알고 있다. - 61

- “그걸 하는 동안에는요, 그러니까......” 그녀는 머뭇거린다. 그 단어를 말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든 걸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글을 쓰는 동안에는 슬픈 걸 잊을 수 있었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을 수 있었어요. 여기가 어딘지 잊을 수 있었어요. 그럴 수 있을 줄 몰랐는데. ” - 417

-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쪽과 저쪽 중간의 차가운 공기가 담긴 심연을 건너다보며 그녀가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빌리가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주었다. 그녀는 여기 있다. 그녀는 발견되었다. - 419

2022. oct.

#빌리서머스 #스티븐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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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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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처럼 수면 아래 잠겨 있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들의 행동, 대화, 감정 등이 수면이라는 매끈하고 투명한 막으로 둘러쳐진듯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기분.

언뜻 고요하게 대화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독립영화 한편을 본 듯한 기분도 든다.

특별한 구석없이 큰 부침을 겪지 않고 있는 현재를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먹먹한 슬픔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드러났다.

-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냥 반복이라고 한 번만 말하기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요. - 16

- 김치 한 통을 만들기 위한 일들. 이렇게 하여 밥을 먹고 김치를 먹고 사는 것. 하루가 다 간 느낌이었는데 엄마가 먼저 하루가 다 갔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느꼈지만 괜히 아직 여섯시밖에 안되었는데?라고 말해보았고 엄마는 벽시계를 올려다보며 다 간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거의 다 간 거나 다름없고 덧붙였다. 그렇게 지나지 않았으나 다 지나가버린 거라고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살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인가 생각하며 초록색 둥근 컵에 믹스커피 봉지를 뜯어 쏟았다. 내용물은 두꺼운 잔 바닥에 소리를 내지 않고 떨어져내렸다. - 42

- 어떻게 지냈어요?
그냥 평범하게 지냈어요.
어려운 거네요.
뭐가요?
평범하게 지내는 것.
유진씨는요?
저도 그런 편이에요.
좋네요. - 77

- 우재가 다시 한번 내게 늘 괜찮은지를 물어왔고 나는 늘이라니, 그런 거라면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 155

-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요즘 나는 우리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야만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냥. 난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에.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지금 내게 남은 마음은 그것뿐이라고, 구도심을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 196

2022. oct.

#수면아래 #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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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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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에도물.

시리즈물은 아닌 단편선이다.
그 중에서도 인생이 그저 북풍 뿐인 서민들의 이야기.
운명과 감내가 가득한 삶들에 대한 이야기들.
마음의 이야기를 홀랑 꺼내놓고 편하게 살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쓸쓸하다.

- 너는 여전히 어린애구나. 하지만 앞으로도 그래서는 곤란해. 똑똑히 기억해 둬. 세상에 부는 바람에는 동풍도 없고 남풍도 없어. 전부 북풍뿐이야. - 100, 십육야 해골

- 오하루의 집으로 가난이라는 글자가 말도 없이 뚱하니 다가와 처음에는 마루턱에 한쪽 발을 올리고 다음에는 두 발을 올리더니 이어서 완전히 올라서고, 마침내 자리를 잡고 앉아 버
렸다. - 212, 스나무라 간척지

2022. sep.

#인내상자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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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 49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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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선택 실패..
에세이를 좀 끊어야할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또 살것이다. 나란 새럼은.

노래방적 인간이 아닌지라 결이 안맞는 이야기였다.
굳이 내가 부르는 것이 아니라도 충분히 향유하고 노래는 존재하니까.

- 노래은 우리 마음을 뒤죽박죽 휘젓는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해서다. 노래를 듣고 부르다가 문득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어떤 점에선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지. 어쨌거나 시간은 계속 흐른다. - 88

2022. apr.

#아무튼노래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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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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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들은 공감되고 따뜻한 이야기지만, 방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친부모의 행태는 뒷목을 잡게 하는 이야기다.

남매가 어려서부터 느껴왔을 아득한 절망감이 글 안에 잔뜩 담겨있어 괴롭게 읽었다. 세상에는 부모 자격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그 와중에 친할아버지도 아닌 다정한 어른의 애정 담긴 적절한 돌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작가 개인의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지구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개개인의 작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농약과 비료 등의 사용제한과 철저한 환경생태 조사가 필요하지 않은지. 당장의 생산성에만 치우쳐 미래의 재난에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다 못해 실내가드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요즘, 실내에서 사용하는 해충 방재용 농약도 꿀벌을 죽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개선했으면 좋겠다.

- 시간이 흘러 꿀벌 세계의 내면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인간 세계의 외면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더 깊은 절망속으로 빠져들수록 나와 자연의 관계는 더 깊어졌다. 나는 꿀벌들이 서로를 얼마나 살뜰히 보살피는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언제 무리를 지어 어디로 갈 것인지 같은 문제를 얼마나 민주적으로 결정하는지, 또 미래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 등을 배워 나갔다. 심지어 벌에 쏘인 경험조차 내게 용감해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꿀벌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우리 부모님이 내게 가르쳐 주지 못한 고대의 지혜를 꿀벌들이 갖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게 참고 버티는 방법을 가르쳐 준 건 지난 1억 년간 꾸준히 지구상에 존재해온 꿀벌이었다. - 18

- 꿀벌을 보고 있으면 우리 가족이 겪고있는 사소한 문제에 비해 이 세상은 너무나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일에 이토록 집요하게 집중하고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 생물에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 나는 무척이나 좋았다. - 120

- 할아버지는 벌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때마다 우리가 비아콘텐타에 갇히지 않고 사고의 틀을 확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우리를 자극했다. 엄마가 아닌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줬고,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가는 게 적절한지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꿀벌을 예로 들어 은유적으로 설명하곤했다. 꿀벌이 살아가는 모습애 녹아있는 숭고하고 경탄스러운 삶의 방식은 곧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인간이 마땅히 지키며 살아가야 할 기준과도 같았다. - 374

- 길가에 꽃씨를 뿌린다든지 뒷마당에 벌통을 놓는다든지 단일 작물을 재배하던 농경지에 꽃으로 경계선을 만들고 다양한 작물을 심어 식물 사막을 무너뜨린다든지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건 벌집의 원리이기도 하다. 우리가 각자 맡아 하는 작은 일이 한데 모이면 결국은 큰 완전체를 이룰 수 있다. - 452

2022. apr.

#할아버지와꿀벌과나 #메러디스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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