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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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처럼 수면 아래 잠겨 있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들의 행동, 대화, 감정 등이 수면이라는 매끈하고 투명한 막으로 둘러쳐진듯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기분.

언뜻 고요하게 대화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독립영화 한편을 본 듯한 기분도 든다.

특별한 구석없이 큰 부침을 겪지 않고 있는 현재를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먹먹한 슬픔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드러났다.

-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냥 반복이라고 한 번만 말하기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요. - 16

- 김치 한 통을 만들기 위한 일들. 이렇게 하여 밥을 먹고 김치를 먹고 사는 것. 하루가 다 간 느낌이었는데 엄마가 먼저 하루가 다 갔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느꼈지만 괜히 아직 여섯시밖에 안되었는데?라고 말해보았고 엄마는 벽시계를 올려다보며 다 간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거의 다 간 거나 다름없고 덧붙였다. 그렇게 지나지 않았으나 다 지나가버린 거라고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살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인가 생각하며 초록색 둥근 컵에 믹스커피 봉지를 뜯어 쏟았다. 내용물은 두꺼운 잔 바닥에 소리를 내지 않고 떨어져내렸다. - 42

- 어떻게 지냈어요?
그냥 평범하게 지냈어요.
어려운 거네요.
뭐가요?
평범하게 지내는 것.
유진씨는요?
저도 그런 편이에요.
좋네요. - 77

- 우재가 다시 한번 내게 늘 괜찮은지를 물어왔고 나는 늘이라니, 그런 거라면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 155

-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요즘 나는 우리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야만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냥. 난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에.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지금 내게 남은 마음은 그것뿐이라고, 구도심을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 196

2022. oct.

#수면아래 #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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