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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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편집자로서의 모습을 많이 접한 작가라서인지,
나 혼자만의 친밀감이 꽤 개입되어 이야기 속 어떤 캐릭터에도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그게 이야기를 소화하는데 좋은건지 아닌지는 글쎄...

삶을 툭 던진 공책처럼 대한달까, 그런 느낌인데. 이렇게 얘기하면 설명이 안되려나.

여덟 편의 이야기에 타인을 이해 또는 배려하려는 인물들이 가득해서 이런 세계관에선 누구라도 조금은 착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인간에 대한 신뢰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믿는 사람이라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들.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은 작가.

- 그저 천희가 떠난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천희가 떠나서 나는 슬프다. 그 문장만을 생각하며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후련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 새 이야기, 19

- 우산 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는 느낌이 시원했다. 맞잡은 손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었다. 손등에 닿은 차가운 비가 마주잡은 두 손바닥 사이로 들어가 체온 정도로 데워졌다. 맞을 만한 비였다. - 꿈과 요리, 118

2022. dec.

#나주에대하여 #김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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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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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낡은 느낌의 오래된 동네, 조용한 일상, 시간의 흐름을 피부로 오롯이 느껴가며 살아가는 기분의 에세이.

봉봉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장 와닿는다.

-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 31

-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 72

- 너를 살리고 싶어하는 나를 위헤 하루라도 더 버티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준 네 안간힘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 148

2022. dec.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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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제시되는 새로운 가족상.이라지만 실제 가녀장의 권위만 부여받지 않았을 뿐, 가녀장의 역할을 하는 수많은 장녀, 차녀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기울어져 설정되어 있는 세계의 질서와 권위를 실속있고 균형감있게 재편했을 뿐이지만, 그 자체로 재밌는 가족극이 된다.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하는 모부지만, 딸에 대한 깊은 믿음과 존중이 부러웠다.

-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살림을 직접 해본 가장만이 그렇게 돈을 쓴다. 살림만으로 어떻게 하루가 다 가버리는지, 그 시간을 아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복희를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 복희는 음식을을 만드는 데만은 천재다. 슬아는 복희의 재능을 사서 누린다. 복희는 가장 잘하는 일로 돈을 번다. - 40

- “다 해봐야 할 것 같잖아. 안 누리면 손해인 것 같잖아.”
복희는 다 해볼 수는 없다고 말하려다가 만다. 슬아도 이미 알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이렇게만 말한다.
“인생에서 손해 같은 건 없어.”
정말 그런가, 하고 슬아는 생각한다. - 78

2023. jan.

#가녀장의시대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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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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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동화를 책 구매할 때마다 한권씩 사고
조카에게 한권씩 주고 있는데
야옹이엄마랑 이상한 엄마를 좋아했다

이상한 시리즈랄까 이상한 손님 다음에 오면 줘야지 하고 읽어보았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이상한 아기 천달록과의 짧은 모험담.
알록달록이도 귀엽고, 남매도 바로 옆집 살것만 같은.

이 이야기도 조카가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요즘 조카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이상한 엄마를 읽어달라고 하고, 이상한 엄마의 선녀처럼 머리를 묶어보겠다고 기르는 중이라고 함.ㅋㅋㅋㅋ

2023. jan.

#이상한손님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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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 비화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류정훈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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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을 만드는 일에 매혹되는 기이한 성향의 호시마루.
그 기이함의 취향이 딱 다니자키 스럽다.
애초에 잘린 적의 머리를 부리는 여자들을 시켜 깨끗하게 단장하는 일이 가내수공업처럼 체계를 갖춰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도... 기이함이다.
머리를 수습하는 여자의 곁에 있기 위해 수급이 되는 상상을 하는 것도....

환멸로 끝나고 말, 무주공의 환타지.

이런걸 뭘 이렇게 까지 책 한권으로 만들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읽는 나같은 사람이 있어서겠지....

- 현명한 사람이라도 때로는 어리석고, 용맹한 사람도 때로는 나약하며, 어제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을 무찔렀는가 하면 오늘은 집에 머무르면서 옥졸에게 매를 맞는다. - 11

2022. apr.

#무주공비화 #다니자키준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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