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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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누는 시인과의 대화.

황인숙 시인의 ‘꿈’은 다시 읽어봐도 마음이 짜르르 하다.
윤동주 시인의 ‘병원’도.
이상 시인의 ‘이런 시’도.

- 우리가 함께 시를 읽어보는 일이 세계의 알 수 없음과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의 알 수 없음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꼭 다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 28

- 문학은 결국 이미 지난 일이야, 다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잊지 말자고, 혹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이거든요. 나의 슬픔도 타인의 슬픔도 모두 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288

2022. may.

#읽는슬픔말하는사랑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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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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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고 쓸쓸한 중얼거림을 듣는 기분.

제임스 설터는 작품마다 좋고 싫음의 확률이 널을 뛰는 것 같다.

이건 좀 취향이 아닌걸로.

- 현세의 삶이란 한낱 스포츠와 여가일 뿐임을 기억하라. [쿠란, 57장 무쇠의 장]

- 릴케가 말했듯이 인생 초년생을 위한 학교는 없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받는 질문이 대답하기 가장 어렵다. - 64

2022. oct.

#스포츠와여가 #제임스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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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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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의 [미애]가 제일 좋았다.

그리고 서수진의 [골드러시]도.

엔솔로지에 조금 지쳤다고 할까 하는 와중에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언제나 보통 이상의 좋은 점이 있다.

- 때로는 비장하게까지 여겨져서 사정을 잘 모르는 미애조차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 모습들이 놀랍고 얼마간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없지 않았으나 미애의 눈에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었다. 그들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자신을 그 모임에 끼워준 진짜 이유라는 것을 미애는 모르지 않았다. - 199, 김혜진, 미애

2022. may.

#2022제13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임솔아 #초파리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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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2-05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상 수상집은 매년 어떤 흐름이랄까, 쏠림이 느껴지는데요 올해(아니 작년) 책은 어떨까 싶어요. 실은 읽을 때면 매년 ‘더 늙은‘ 독자인 나를 생각하게 돼요. ^^;;;

hellas 2023-02-05 12:06   좋아요 1 | URL
어쩔수 없죠 문학은 시대를 따라가니까겠죠. 저도 매년 내가 낡아진 느낌을 받아요. 그걸 이야기가 별로라고 느끼지 않는 점은 다행이지만요.
 
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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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작의 대미.

세권을 텀을 두고 읽었지만 무리없이 흡수되는 3부작이다.

마지막으로 합법적인 인류 개척 행성으로 인정받으려는 로아노크 이주민들의 대장정.
우주까지 개척하는 시대에도 서로의 세 확장을 위해 대립하는것이 우선의 가치라면 그 미래는 좀 쓸쓸한게 아닐까.

멋진 3부작이다. 조이 이야기도 어서 읽어야지.
가장 흥미로운 생명체는 조이를 숭배하는 오빈들이다.

- 2500명은 어딘가를 인간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숫자다. 모조리 죽는다 해도 연맹이 눈물 한방울만 흘리고 지나갈 수 있을만큼 적은 숫자이기도 하다. 뭐,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도 지극히 선택적이고...... - 80

- 묘석을 제대로 안 보고 계셨군요. 난 사후세계에 가봤어요. 거기에서 돌아오는 건 문제가 아니죠. 힘든 건 삶쪽이에요. - 96

- 난 종교를 이해할 수 없어.
종교란 안에서 봐야 더 말이 되지. 어쨌든 이해할 필요는 없어. 존중하기만 하면 돼. - 187

2022. may.

#마지막행성 #존스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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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하게 말해야 할 사건과 시대가 있는 작가의 답답한 마음이 느껴진다.

눈을 감을 수도, 마냥 눈을 뜨고 있을 수도 없는 당혹과 혼란.
그러다가 기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야 마는 사람.

굵직하게 우리에게 상처를 남기고 지나간 역사의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또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목소리에 반응하고 나아지려고 하는 사회를 바라지만,
그게 가능할까 싶은 절망감이 더 크다.

작가 역시 그런 절망 속에서 여전히 힘겨워 하고 있는것이,
사진을 보고 글을 읽는 나에게 아주 조금은 위안이 된다.

- 사소한 곳에 갈 때도 사진기를 손에서 떼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뭐 그리 보고 담고 싶은 게 많고, 사진이 소중했을까. 사진기를 좀처럼 손에 들지 않는 요즘의 나로선 기이할 뿐이다. 그때의 지나친 열정이. - 8

- 어떤 눈은 말을 한다. 입으로만 말을 하는 게 아니고, 귀로만 말을 듣는 게 아니다. 눈이 하는 말을 들으려면 눈길을 마주쳐야 한다. 사진기 뒤에 숨은 채로도 눈맞춤은 벌어진다. 말하는 눈을 본 탓에 나 역시 내 눈으로 본 것에 대해 말하려 했다. - 9

- 나의 ‘보는 일’은 목격일 수도, 응시일 수도, 관찰일 수도, 방관일 수도 있는데, 펼쳐진 장면의 성격에 따라 나의 ‘보는 태도’와 ‘보는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각이란, 그저 보는 것 만은 아니다. 시각이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사고의 근간이 되는 정보가 시각을 통해 운반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점점 더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그저 바라볼 뿐이라 말할 때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사실은 그저 바라볼 뿐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타자라는 풍경을 바라본다. 타자는 나를 비추는 오묘한 거울을 가진 자다. 그러니 그저 바라볼 뿐인 행위란, 실로 불가능할 수밖에. - 88

- 이 사진이 내 귀에 속삭인다. 이곳은 밀양이야. 하지만 평택 대추리야. 실은 제주 강정마을이지. 무엇이 사실일까. 삶이 뿌리 내린 터전을 빼앗고, 살갑던 공동체를 이간질해 찢어놓으며, 오도가도 못하게 가로막는 국가의 풍경을 거듭 본 탓에 낯익지만, 볼 때마다 낯설다. 숲을 가로막고, 들녘을 가로막고, 바다를 가로막는 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숲과 들녘과 바다를 벗해온 작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 더 큰 공동체의 안보와 미래를 위한다는 논리는 얼마나 해괴한가. - 114

- 왜 그렇게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느냐는 질타를 듣곤 했다.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궁금함으로 보는 거였는데도. 내가 품은 의문을 내 안에서 소멸시키지 않고 나누는 것을 내 작업의 본령으로 삼아왔다. 역사는 자주 반복되는 모습으로 우리를 괴롭히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작은 긍정 하나는, 역사의 순환과 전진이 ‘의문을 품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아닐까. - 224

- 다시 10년이 흐르고, 또 10년이 흘러 나는 오늘의 내가 되었는데, 오늘 나는 좋은 정치 따위나 좋은 사진 따위는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왜 이래야 하는지, 이런 무도한 국가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은 여전히 머리와 가슴 속에 맴돌지만, 그리하여 발길은 여전히 ‘그곳’을 향하지만, 이제 내겐 우리가 나아질 거란 기대는 없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지 그것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거울을 내밀 뿐이다. 의문을 버리지 않을 뿐이다. 파국이란 멀리 있는 시공간일까. 아직 당신에게 도달하지 않았을 뿐 이미 곳곳이 파국이요, 시시때때로 파국이었다. 내가 보았던 것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사진을 믿는가.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다루되,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250

2023. feb.

#말하는눈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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