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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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악의로 조마조마하게 읽다가 맥없이 풀어진 결말 덕에 그렇게까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흉가에 이르러서야 자립에 가능성을 본다는 점이 여성이 전반적으로 처한 현실이었음을 보여 준다.

분위기만 끌어 올리고 실체는 끝까지 갖지 못했던 느낌. 불안을 잘그려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불안을 표방하니 오히려 매력이 감소되었다.

-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 - 7

- 잔인하고 못된 감정이 가득한 소설로 쓸 생각이었다. 정말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인물들이 맹렬하게 경쟁하는 이야기,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 나는 복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 17

- 당신은 대불호텔이야.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오래된 폐가지. 이곳에 나를 가둬둔다고 해서 내가 똑같이 너저분해지지는 않아. 바다는 넓고, 나는 내 배를 운항할 줄 알아. 내 배를 움직이는 건 나야. 당신이 아니지. 나는 내 배의 선장이고 주인이야. 나는 웃으면서 이 배를 움직일거야. 당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 - 217

- 나는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해준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련은 시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고통 이후 단단해지는 마음이나 냉정한 판단력 같은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다. - 273

-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언제든 망가질 수 있다. 우리는 늘 그런 위협 속에 산다. - 277

2021. aug.

#대불호텔의유령 #강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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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88호 - 2020.여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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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늘 위기. 아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딱히 위기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아 보임. 물론 내가 읽고 있는 독자이기에 읽지 않는 측면의 위기를 체감하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지금 다시보니 황정은의 일기가 있었네. 뒤늦은 독서와 그보다 더 뒤늦은 리뷰 정리의 나날. ㅡㅡ

- 어쨌든 그것은 그 수치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인지를 다시 물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다음을 묻는다는 것. 언제나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 33 혁명의 재배치

2021. aug.

#창작과비평 #2020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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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민음의 시 274
윤종욱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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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우울의 정서가 가득하고
갈등이 툭툭 튀어 나오지만
그것이 첨예한 갈등처럼 보이지는 않는 그런.

<누구에게>와 2부 말미, 3부의 시들이 좋았다.

- 가장 밑바닥에서
진창이 된 문장 사이에서
나는 아직 공간이 되지 않았는데
열병을 헤집고
비대해진 네가 들이닥치고 있다 - 비현실적인 중

- 나는 감소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소한 약속에 불과했다 - 방의 발단 중

- 몇 개 되지도 않는 다리를 걸어
거꾸러뜨리려는
불능은 인간은 형태로 다가와 있어 - 사피엔스 사피엔스 중

2021. aug.

#우리의초능력은우는일이전부라고생각해 #윤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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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시공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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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내는 글이라 상냥한 문장.
베트남 작가의 글을 이제 심심찮게 보게 된다. 출판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과 동시에 좋은 베트남 작가도 늘어난 거겠지 싶다.

순간순간 매혹적인 부분이 드러나지만 왠지 작가는 무언가의 뒤에 숨어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번역의 문제일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 했던 양육자로써의 엄마, 그게 너무 안타깝지만 그 아들은 또 얼마나 막막한 세월을 보냈을지. 아동학대로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자란 아이의 그늘이 같이 보인다.

책을 쓰는 동안 도움을 받은 작가들 명단에 김혜순 시인이 있었다. 반갑다.

- 한 세대 전체를 없애버리는 데에는 하룻밤 서리면 충분해요. 산다는 것은 그러니까, 시간의 문제, 타이밍의 문제죠. - 15

- 엄마, 당신은 어머니예요. 괴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죠. 그게 제가 엄마를 외면하지 않는 이유예요. 그게 제가 신의 가장 외로운 피조물을 지니고 와 그 안에 엄마를 넣어둔 이유죠. 보세요. - 30

- 우리가 진실을 교환하고 있구나, 깨달았죠. 다시 말해 우리는 서로를 난도질하고 있었어요. - 196

- 결국 우리는 딱 한 번만 이곳에 있는 거예요. - 267

2021. aug.

#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 #오션브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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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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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관계를 사랑, 친애 그런 것들로 표현 하는 것이 어쩌면 얼마나 진부한 것일까. 삼 세대를 걸쳐 있는 모계 서사로 나쁘지 않다.

- 나는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충분히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우리가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걸까? - 26

- 나는 이 짧은 소설이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삶과 죽음, 상처와 용서, 궁극적으로는 다정하고 연약한 인간들을 끝내 살게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2021. aug.

#친애하고친애하는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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