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악의로 조마조마하게 읽다가 맥없이 풀어진 결말 덕에 그렇게까지 만족스럽지 않았다.흉가에 이르러서야 자립에 가능성을 본다는 점이 여성이 전반적으로 처한 현실이었음을 보여 준다. 분위기만 끌어 올리고 실체는 끝까지 갖지 못했던 느낌. 불안을 잘그려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불안을 표방하니 오히려 매력이 감소되었다. -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 - 7- 잔인하고 못된 감정이 가득한 소설로 쓸 생각이었다. 정말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인물들이 맹렬하게 경쟁하는 이야기,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 나는 복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 17 - 당신은 대불호텔이야.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오래된 폐가지. 이곳에 나를 가둬둔다고 해서 내가 똑같이 너저분해지지는 않아. 바다는 넓고, 나는 내 배를 운항할 줄 알아. 내 배를 움직이는 건 나야. 당신이 아니지. 나는 내 배의 선장이고 주인이야. 나는 웃으면서 이 배를 움직일거야. 당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 - 217 - 나는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해준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련은 시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고통 이후 단단해지는 마음이나 냉정한 판단력 같은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다. - 273 -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언제든 망가질 수 있다. 우리는 늘 그런 위협 속에 산다. - 277 2021. aug. #대불호텔의유령 #강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