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파친코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1910년 부터 1989년에 이르는 자이니치의 주목받지 못한 역사가 서술된다.
더 잔혹한 현실을 살아간 재일 조선인들이 있겠지만, 읽는 내내 열불이 난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아마 이런 류의 감정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것이겠지.
양순과 순자, 경희, 요셉, 한수, 이삭, 노아, 솔로몬....
장애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상냥하고 자랑스러웠던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패배의 연대기가 시작되는데, 답답한 상황임에도 어떻게는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일세대가 개고생의 연대기라면 이세대는 차별과 편견의 연대기랄까.
자이니치 뿐 아니라 일본인이지만 소수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라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있다.
주류 사회에 편입이 불가능했던 재일 조선인들이 부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음지의 산업에 종사하는 일이었기에, 야쿠자가 되거나 고리대금업자가 되거나 파친코산업에 몸을 담을 수 밖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노아조차도.
최근 일본의 이슈 몇가지와 이 이야기가 겹치면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스모 모래판위에 쓰러진 시장에게 응급처치를 하던 여성 의료인이 여자라는 이유로 모래판에서 쫓기듯 내려와야 했고(후에 소금을 뿌렸다고...),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의없이 강제 불임시술을 시키고, 여성의 도장 사이즈가 남성의 것보다 작게 규정되어 있는 현실(커플용 젓가락도 여성용이 더 작게 제작됨)....
아시아의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선진화?되고 부를 누린 일본이라는 나라가 행하는 정교하고 비상식적인 차별의 사례들에 자이니치도 한 부분일 뿐일까 하는 생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그런 상황에서 의아할 정도로 윤리적이고 예의가 바른 편이라 소설적인 미화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전미도서상 후보작이었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30여년의 준비를 거친 작품이라서 기대가 많았다.
재미있고,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문장의 힘은 조금 부치는 느낌이었다.
단 두권으로 속도감있게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11
아내가 고리대금업자들 밑에서 일하는 게 더 나쁠까? 아니면 요셉이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이 더 나쁠까? 조선 남자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소리는 언제나 개소리였다. - 268
인간은 원래 끔찍한 존재야. 맥주나 마셔. - 220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내 사랑, 넌 언제나 외국인으로 살아야 할 거라고. 절대 일본인이 되지 못해. 알겠어? 자이니치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거 알지 하지만 너만 그런 게 아냐.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도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말이야! 난 병에 걸렸어. 오래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어떤 일본인 남자한테서 옮은 병이야. 그 남자는 죽었어.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 여기 의사들도 내가 떠나버리기를 바라고 있어. 잘 들어, 솔로몬, 넌 여기 머물러야 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안돼. 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야 해. 부자가 되면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저들은 우리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 361
2018.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