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 미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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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볍게 읽을거리로도 좀 지치는 가벼운 소설이지만, 한번에 몽땅 사들였기 때문에, 읽고 있다. ;ㅂ;

사소한 유머 코드를 제외한 모든 일에 만능인 잭 리처는 그렇다 쳐도.
매번 너무 어처구니 없는 멍텅구리 악당들은 실소... ㅋㅋ

자살 도우미 사이트인줄 알았으나, 자살자들을 이용한 스너프 필름 다크웹 운영 마을을 응징하는 이야기... 흠. 너무 스포인가?

- 두부가 손상됐습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소.
환자분에겐 머리가 있습니다. 머리는 신체의 일부로서 얼마든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두뇌 타박상입니다. - 462

2022. nov.

#메이크미 #리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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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화가 난다 - 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난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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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 딱 하나로 인생의 모든 역량을 그 일에 쏟아부어야만 하는 입양인의 글.

화가 난다는 말로 맺어지는 짧은 문장이 주는 강렬함.

여전히 고아수출을 하고 있는 현실도
고아를 양산? 할 수 밖에 없는 미혼모 지원사업의 부실함도
정상가족에 대한 집요한 집착들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내 같이 화가 난다.

단숨에 읽기에는 가슴이 답답해 나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 여자는 오늘날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찾아주는 일’보다 ‘부모들을 위해 아이를 찾아주는 일’이 더 우선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 19

- 여자는 이다와 비야르케가 자신들이 서구의 백인이라는 점에 전혀 비판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솔직히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세상의 어린이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 시선을 돌려보기를 바란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에게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는 특권을 주었던가? 진정 그들에게 이 특권을 남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단 말인가? 여자는 그들이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기를 바랐다. - 21

- 여자는 아이와 함께 이루는 가족을 선호하는 일반적 사고에 화가 난다. - 24

- 여자는 동성애자의 입양할 권리에 관해 덴마크에서 열띤 토론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권리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난다.
(...)
여자는 아이들이 친부모와 함께 자랄 수 있는 권리를 간과하는 사회에 화가난다.
(...)
여자는 덴마크의 동성애자들에게 입양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덴마크의 이성애자들만이 입양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 25

- 여자는 민영화된 한국의 사회 시스템에 화가 난다. 여자는 민영화에 반대하진 않지만, 여자의 외할머니가 항상 말했듯 모든 일은 정도껏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32

-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한국의 사회복지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리케의 말에 화가 난다. 리케는 한국 정부가 민영 입양기관에 의존하는 이유는 미혼모 가정을 위한 복지 정책을 위해 따로 나랏돈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부모 없는 고아, 혼혈아를 위한 잠정적 정책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혼모 가정의 자녀를 위한 영구적 정책으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 51

- 여자는 한국에는 부모가 자녀를 입양시킨 후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리케는 호주에선 자녀를 입양시킨 부모가 28일 내로 결정을 철회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는 이러한 번적 철회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 78

- 여자는 자신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 90

- 여자는 미혼모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여자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미혼모들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지 않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여자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중 대다수가 입양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 129

- 여자는 국가 간 입양시 입양인의 모국을 ‘기부국’이라 칭하는 AC아동구제기관에 화가 난다. 여자는 국가 간에 입양이 이루어질 때 얼마나 많은 돈이 연루되는지 안다면 아이를 기부한다거나 제공한다는 등의 말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스스로도 자주 ‘국제입양international adoption‘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앞으로 쓰고자 하는 책에서는 ’국가 간 입양trasnatilnal adoption‘이라는 말을 사용할 것이라고 리케와 앤드류 등에게 말했다. 여자는 정치인들과 입양기관들이 사용하는 ‘국제입양’이라는 말에 비해 ‘국가 간 입양’이라는 말은 더 비판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이 표현이 정치인들과 입양기관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 - 151

- 여자는 아이티에 있는 기독교 선교사들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2명의 기독교 선교사들이 33명의 아이티 아이들과 함께 국경을 넘으려 시도한 적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선교사들은 그 아이들이 모두 부모 잃은 고아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아이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아이들을 미국의 기독교 가정에 입양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아이티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여자는 아이들 중 몇몇은 부모를 잃은 고아였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사라진 후 그들을 찾아헤매는 부모나 형제 또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티의 상황이 한국과 다르리라고 어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 157

- 여자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률이 낮은 나라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거래가 수반되는 국가 간 입양을 용인하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 214

- 여자는 국가 간 입양에 관해 끊임없이 의견을 피력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어떤 이들은 여자가 국가 간 입양이 아닌 다른 이야기는 전혀 못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여자는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줄곧 국가 간 입양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 224

- 한국인들이여, 자 이제, 우리의 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하라. 우리가 전 세계에 버린 아이들이 돌아왔다. 지식인, 시인, 예술가 노마드 소수자, 저항하는 주체가 되어 모국어도 없이 마이크를 들고 돌아왔다. 한국인들이여, 우리가 신봉하는 국가주의, 민족주의, 가족주의, 혈연주의, 순결주의, 가부장제가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을 비참의 고통에 몰아넣었는지 바라보라. - 추천의 글, 김혜순

2022. sep.

#그여자는화가난다 #국가간입양에관한고백 #마야리랑그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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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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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바턴의 주변인물들이 이제 내 이야기를 들려주지!라는 느낌으로 불려나온 아홉편의 이야기.

올리브 시리즈보다 조금 어둡고 아픈 인물들이 많은데,
성장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픔을 집약해 모아놓은 듯한 캐릭터들이다.
그것이 가난에서 비롯되었든, 가족의 무심함에서 비롯되었든, 이 세상의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든, 어쨌거나 인간은 상처받고 치유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에 파괴된 상처들이 더 비중있게 이야기 되고 있지만, 아주 작은 선의, 아주 작은 관심과 연민으로 결국엔 극복되어질거라는 희망이 그려져있는...

루시 바턴이 고향집으로, 형제들을 만나러 돌아오는 <동생>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역시 루시 바턴이 주요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토미가 피트에게 말했다. “예전에 말야. 내가 1쿼터를 가져가라고 놔뒀는데 루시는 그걸 가져가지도 않더라고.” 그는 1쿼터 동전을 놓아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대로 있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을 거예요, 루시는 자기 것이 아닌 돈은 1페니도 가져가지 않았을 거예요. ” 피트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른 동생 비키는, 음. 그애라면 다르죠. 그애라면 틀림없이 그 돈을 가져간 뒤 더 달라고 했을 거예요.” 그가 토미를 흘끗 보았다. “그래요. 그애라면 가져갔을 거예요.”
“뭐랄까, 내 생각엔 뭘 할지와 뭘 하지 않을지 사이에는 늘 그런 투쟁이 있는 것 같아.”
(...)
“그런 것에 투쟁이 있는 거지. 혹은 다툼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언제나 존재하지. 내가 보기엔 그래. 그리고 자책한다는 것, 음. 자책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 -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한 일에 대해 미안해할 수 있다는 것 - 그것이 우리를 계속 인간이게 해주지.” - 39, 계시

- 우리 모두 너나없이 엉망이야. 앤젤리나,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사랑은 불완전해. 앤젤리나,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 75, 풍차

- 많은 젊은이들이 그가 복무한 전쟁의 이름을 몰랐다. 그것이 전쟁이기보다는 갈등이기 때문이었을까? 국가가 이 전쟁을, 사람들 다 있는 데서 제멋대로 행동해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 아이처럼 여겨, 창피함 때문에 뒤로 감춰버렸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역사란 원래 그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 150, 엄지 치기 이론

- 할머니가 말했다. “돌아오지 마라. 결혼하지 마라. 아이를 낳지마라. 그 모든 일이 네 가슴을 아프게 할 거다.” - 300, 눈의 빛에 눈멀다

2022. dec.

#무엇이든가능하다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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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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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많이 탈수록 기대를 배반하는 일이 잦아 큰 기대를 내려놓고 읽었는데 무척 좋은 작품이다.

순수한 사회주의자에 물정 모르는 촌뜨기 아버지의 해방은 죽음으로 비로소 이루어졌다. 세상사의 고통으로부터 해방한 것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아버지의 과거사들을 과거의 인물들이 하나 둘 물고 등장하고, 이해할 수 없던 부모의 인생이 이해되는 과정이 아름답고 슬프게 펼쳐진다.

좋은 작가의 멋진 작품을 알게 되어 기쁘다.

-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 7

- 밀란 쿤데라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예술의 숙명이라고 했지만 내 아버지에게는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아닌 역사의 진보가 소멸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였다. - 44

- 아버지가 평생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십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졌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 76

-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서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 138

- 질 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대의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목숨을 살려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대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영정 속의 아버지가 꿈틀꿈틀 삼차원의 입체감을 갖는 듯했다. 살아서의 아버지는 뜨문뜨문, 클럽의 명멸하는 조명 속에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빠. 그 뚜렷한 존재를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불렀다. - 181

- “내 제자들 중 느그가 최고다. 긍게 서로 돕고 지내그라.”
아버지는 물론 좌익이었고, 다른 제자는 우익이었다.
“좌익 시상이 되먼 니가 쟈를 봐주고, 우익 시상이 되먼 니가 쟈를 봐줘라.”
좌익 세상은 꿈처럼 짧게 끝나 아버지는 소선생의 다른 제자를 봐줄 기회가 없었다. 우익 세상에서 공화당 삼선 의원을 지낸 제자는 은사의 당부를 잊지 않고 여러차례 아버지의 편의를 봐주었다. 교도소장의 방에서 특별면회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이의 도움 덕이었다. 워낙 혹독한 전쟁을 경험한 그 시절에는 이런 인간미가 흔했던 것인지, 아니면 소선생이 워낙 좋은 선생이라 좋은 제자를 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시절이 있었다. - 185

- 돌이켜보니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극복한, 소시민성을 극복한, 진정한 혁명가였다. - 244

- 나는 줄 지어 선 차를 지나쳐 산길로 들어섰다. 초입인데도 숲이 울창했다. 우리 일행들 외에는 오가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곳에 묻히고 싶을까? 아무도 없이 적적하게 깊은 산속에 홀로? 아버지는 백운산에 가장 오래 있긴 했지만 이산 저산 떠돌며 48년 겨울부터 52년 봄까지 빨치산으로 살았다. 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지만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건 고작 사년뿐이었다. 고작 사년이 아버지의 평생을 옭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을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더 오랜 세월을 구례에서 구례 사람으로, 구례 사람의 이웃으로 살았다. 친인척이 구례에 있고, 칠십년지기 친구들이 구례에 있다. 아버지의 뿌리는 산이 아니다. 아버지의 신념은 그 뿌리에서 뻗어나간 기둥이었을 뿐이다. 기둥이 잘려도 나무는 산다. 다른 가지가 뻗어 나와 새순이 돋고 새 기둥이 된다.
나는 관리 사무소 직원과 실랑이 중인 학수를 불렀다.
“여기에 안 모시고 싶어.” - 252

-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 작가의 말 중

2022. dec.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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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전
정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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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들을 컨트롤하고 국익에 이용하려는 세상의 이야기.

궁극의 손맛으로 만든 음식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가진 국자.
어마무시한 물리적 능력자가 아닌 국자는 외압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길 바라지만, 이야기는 그런 국자를 가만히 두지 않으니까 발생하는 것.

국가적 재난이 일어난 상황이 꼭 우리가 겪었던 재난과 닮아서 마냥 재밌게 즐길수만 있지는 않았다.

재밌는 상상이지만,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정의와 개인이 고려해야할 정의로움에 대해 생각이 담겨있어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컸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부모님과 동생의 시신은 매장 대신 화장되었다. 이모는 친가 찬척들을 설득했다. 국자를 평생 제 부모와 동생 묘에 매어둘 순 없다는 이유였다. 얘도 제 삶을 살아야죠. - 47

- “저 다른 것도 할 줄 알아요.”
“아니, 하지 마.”
“왜요?”
”계속하다보면 당연한 일이 되고, 당연해지면 고마운 줄 모르니까.“ - 54

- 국자는 반장의 확신이 깨지지 않길 바랐다. 확신은 소망에서 비롯하고, 소망은 아무리 강력해도 언제든 허상처럼 흩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어떤 확신도 근거가 부족한 믿음에 불과했다. 그리고 확신은 무력해지는 순간 모든 걸 망쳐버렸다. - 64

- ”설령 이상적이라 하더라도 정치가 무조건 현실과 타협하기만 한다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씨앗이 공익단체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정치에 확고한 뜻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무결함을 입증하기 위해서 정치에 무지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선거권도 필요가 없겠습니다.“ - 75

- ”이보세요.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여당 대표는 아이 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매스게임을 생각해봐요. 한 사람이라도 제멋대로 굴면 그림이 영 보기 좋지 않잖습니까.“
”보기 좋은 게 사회입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공부도 잘한 양반이 왜 이러실까?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도 어지간해야지, 응? 오합지졸로 구성되어 있으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이 난세를 뚫고 나갈 선장과 선원들을 뽑는데, 응?“
”무슨 미스코리아 대회입니까? 정부에 토 달지 않고, 장애 없이 그럴싸한 능력자만 골라서 뽑는다니.“ 단체장은 여당 대표를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그에 비하면 국회의원 뽑는 기준은 한참 낮은 모양입니다.“ - 76

- 한때 국자는 자신의 능력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최훈의 말이 맞았다. 누구도 구할 수 없고, 누구를 구하거나 도움이 되기에는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능력만이 그녀가 기대할 수 있는 전부였다. - 341

- 또 실수할지언정 다시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미지의 미래였다. - 391

2022. dec.

#국자전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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