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화가 난다 - 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난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 딱 하나로 인생의 모든 역량을 그 일에 쏟아부어야만 하는 입양인의 글.

화가 난다는 말로 맺어지는 짧은 문장이 주는 강렬함.

여전히 고아수출을 하고 있는 현실도
고아를 양산? 할 수 밖에 없는 미혼모 지원사업의 부실함도
정상가족에 대한 집요한 집착들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내 같이 화가 난다.

단숨에 읽기에는 가슴이 답답해 나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 여자는 오늘날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찾아주는 일’보다 ‘부모들을 위해 아이를 찾아주는 일’이 더 우선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 19

- 여자는 이다와 비야르케가 자신들이 서구의 백인이라는 점에 전혀 비판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솔직히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세상의 어린이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 시선을 돌려보기를 바란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에게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는 특권을 주었던가? 진정 그들에게 이 특권을 남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단 말인가? 여자는 그들이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기를 바랐다. - 21

- 여자는 아이와 함께 이루는 가족을 선호하는 일반적 사고에 화가 난다. - 24

- 여자는 동성애자의 입양할 권리에 관해 덴마크에서 열띤 토론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권리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난다.
(...)
여자는 아이들이 친부모와 함께 자랄 수 있는 권리를 간과하는 사회에 화가난다.
(...)
여자는 덴마크의 동성애자들에게 입양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덴마크의 이성애자들만이 입양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 25

- 여자는 민영화된 한국의 사회 시스템에 화가 난다. 여자는 민영화에 반대하진 않지만, 여자의 외할머니가 항상 말했듯 모든 일은 정도껏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32

-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한국의 사회복지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리케의 말에 화가 난다. 리케는 한국 정부가 민영 입양기관에 의존하는 이유는 미혼모 가정을 위한 복지 정책을 위해 따로 나랏돈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부모 없는 고아, 혼혈아를 위한 잠정적 정책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혼모 가정의 자녀를 위한 영구적 정책으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 51

- 여자는 한국에는 부모가 자녀를 입양시킨 후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리케는 호주에선 자녀를 입양시킨 부모가 28일 내로 결정을 철회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는 이러한 번적 철회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 78

- 여자는 자신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누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 90

- 여자는 미혼모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여자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미혼모들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지 않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여자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중 대다수가 입양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 129

- 여자는 국가 간 입양시 입양인의 모국을 ‘기부국’이라 칭하는 AC아동구제기관에 화가 난다. 여자는 국가 간에 입양이 이루어질 때 얼마나 많은 돈이 연루되는지 안다면 아이를 기부한다거나 제공한다는 등의 말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스스로도 자주 ‘국제입양international adoption‘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앞으로 쓰고자 하는 책에서는 ’국가 간 입양trasnatilnal adoption‘이라는 말을 사용할 것이라고 리케와 앤드류 등에게 말했다. 여자는 정치인들과 입양기관들이 사용하는 ‘국제입양’이라는 말에 비해 ‘국가 간 입양’이라는 말은 더 비판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이 표현이 정치인들과 입양기관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 - 151

- 여자는 아이티에 있는 기독교 선교사들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2명의 기독교 선교사들이 33명의 아이티 아이들과 함께 국경을 넘으려 시도한 적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선교사들은 그 아이들이 모두 부모 잃은 고아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아이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아이들을 미국의 기독교 가정에 입양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아이티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여자는 아이들 중 몇몇은 부모를 잃은 고아였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사라진 후 그들을 찾아헤매는 부모나 형제 또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티의 상황이 한국과 다르리라고 어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 157

- 여자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률이 낮은 나라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거래가 수반되는 국가 간 입양을 용인하는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 - 214

- 여자는 국가 간 입양에 관해 끊임없이 의견을 피력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어떤 이들은 여자가 국가 간 입양이 아닌 다른 이야기는 전혀 못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여자는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줄곧 국가 간 입양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 224

- 한국인들이여, 자 이제, 우리의 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하라. 우리가 전 세계에 버린 아이들이 돌아왔다. 지식인, 시인, 예술가 노마드 소수자, 저항하는 주체가 되어 모국어도 없이 마이크를 들고 돌아왔다. 한국인들이여, 우리가 신봉하는 국가주의, 민족주의, 가족주의, 혈연주의, 순결주의, 가부장제가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을 비참의 고통에 몰아넣었는지 바라보라. - 추천의 글, 김혜순

2022. sep.

#그여자는화가난다 #국가간입양에관한고백 #마야리랑그바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