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전
정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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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들을 컨트롤하고 국익에 이용하려는 세상의 이야기.

궁극의 손맛으로 만든 음식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가진 국자.
어마무시한 물리적 능력자가 아닌 국자는 외압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길 바라지만, 이야기는 그런 국자를 가만히 두지 않으니까 발생하는 것.

국가적 재난이 일어난 상황이 꼭 우리가 겪었던 재난과 닮아서 마냥 재밌게 즐길수만 있지는 않았다.

재밌는 상상이지만,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정의와 개인이 고려해야할 정의로움에 대해 생각이 담겨있어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컸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부모님과 동생의 시신은 매장 대신 화장되었다. 이모는 친가 찬척들을 설득했다. 국자를 평생 제 부모와 동생 묘에 매어둘 순 없다는 이유였다. 얘도 제 삶을 살아야죠. - 47

- “저 다른 것도 할 줄 알아요.”
“아니, 하지 마.”
“왜요?”
”계속하다보면 당연한 일이 되고, 당연해지면 고마운 줄 모르니까.“ - 54

- 국자는 반장의 확신이 깨지지 않길 바랐다. 확신은 소망에서 비롯하고, 소망은 아무리 강력해도 언제든 허상처럼 흩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어떤 확신도 근거가 부족한 믿음에 불과했다. 그리고 확신은 무력해지는 순간 모든 걸 망쳐버렸다. - 64

- ”설령 이상적이라 하더라도 정치가 무조건 현실과 타협하기만 한다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씨앗이 공익단체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정치에 확고한 뜻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무결함을 입증하기 위해서 정치에 무지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선거권도 필요가 없겠습니다.“ - 75

- ”이보세요.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여당 대표는 아이 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매스게임을 생각해봐요. 한 사람이라도 제멋대로 굴면 그림이 영 보기 좋지 않잖습니까.“
”보기 좋은 게 사회입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공부도 잘한 양반이 왜 이러실까?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도 어지간해야지, 응? 오합지졸로 구성되어 있으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이 난세를 뚫고 나갈 선장과 선원들을 뽑는데, 응?“
”무슨 미스코리아 대회입니까? 정부에 토 달지 않고, 장애 없이 그럴싸한 능력자만 골라서 뽑는다니.“ 단체장은 여당 대표를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그에 비하면 국회의원 뽑는 기준은 한참 낮은 모양입니다.“ - 76

- 한때 국자는 자신의 능력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최훈의 말이 맞았다. 누구도 구할 수 없고, 누구를 구하거나 도움이 되기에는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능력만이 그녀가 기대할 수 있는 전부였다. - 341

- 또 실수할지언정 다시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미지의 미래였다. - 391

2022. dec.

#국자전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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