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제시되는 새로운 가족상.이라지만 실제 가녀장의 권위만 부여받지 않았을 뿐, 가녀장의 역할을 하는 수많은 장녀, 차녀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기울어져 설정되어 있는 세계의 질서와 권위를 실속있고 균형감있게 재편했을 뿐이지만, 그 자체로 재밌는 가족극이 된다.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하는 모부지만, 딸에 대한 깊은 믿음과 존중이 부러웠다.

-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살림을 직접 해본 가장만이 그렇게 돈을 쓴다. 살림만으로 어떻게 하루가 다 가버리는지, 그 시간을 아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복희를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 복희는 음식을을 만드는 데만은 천재다. 슬아는 복희의 재능을 사서 누린다. 복희는 가장 잘하는 일로 돈을 번다. - 40

- “다 해봐야 할 것 같잖아. 안 누리면 손해인 것 같잖아.”
복희는 다 해볼 수는 없다고 말하려다가 만다. 슬아도 이미 알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이렇게만 말한다.
“인생에서 손해 같은 건 없어.”
정말 그런가, 하고 슬아는 생각한다. - 78

2023. jan.

#가녀장의시대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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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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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동화를 책 구매할 때마다 한권씩 사고
조카에게 한권씩 주고 있는데
야옹이엄마랑 이상한 엄마를 좋아했다

이상한 시리즈랄까 이상한 손님 다음에 오면 줘야지 하고 읽어보았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이상한 아기 천달록과의 짧은 모험담.
알록달록이도 귀엽고, 남매도 바로 옆집 살것만 같은.

이 이야기도 조카가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요즘 조카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이상한 엄마를 읽어달라고 하고, 이상한 엄마의 선녀처럼 머리를 묶어보겠다고 기르는 중이라고 함.ㅋㅋㅋㅋ

2023. jan.

#이상한손님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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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 비화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류정훈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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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을 만드는 일에 매혹되는 기이한 성향의 호시마루.
그 기이함의 취향이 딱 다니자키 스럽다.
애초에 잘린 적의 머리를 부리는 여자들을 시켜 깨끗하게 단장하는 일이 가내수공업처럼 체계를 갖춰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도... 기이함이다.
머리를 수습하는 여자의 곁에 있기 위해 수급이 되는 상상을 하는 것도....

환멸로 끝나고 말, 무주공의 환타지.

이런걸 뭘 이렇게 까지 책 한권으로 만들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읽는 나같은 사람이 있어서겠지....

- 현명한 사람이라도 때로는 어리석고, 용맹한 사람도 때로는 나약하며, 어제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을 무찔렀는가 하면 오늘은 집에 머무르면서 옥졸에게 매를 맞는다. - 11

2022. apr.

#무주공비화 #다니자키준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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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 불태우다 쏜살 문고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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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대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의미있는 문장도.

인종혐오가 흔하고 노골적이던 시대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존재한다.

인종 혐오가 드러내지 못할 못나고 나쁜 것인 요즘도 뭐 다를까 싶다.

혐오는 어떤 대상을 향하든 그저 혐오로만 가득차 있는 상태라는 것은 같다.
<가뭄이 든 9월>에서 말하는 착한 흑인, 결혼하지 않아 믿을 수 없는 여자 처럼 대상의 방향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혐오의 추다.

- 에밀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집 한채뿐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주민들은 기뻐했다. 마침내 미스 에밀리를 동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외톨이로 남아 거지 신세가 되었으니 그녀도 이제는 좀 더 인간다워질 것이다. 이제 그녀도 돈 한 푼 더 많고 적어서 빚어지는 그 기쁨과 절망을 알게 될터다. - 101

2022. apr.

#헛간불태우다 #윌리엄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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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67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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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리든 많든, 시인이든 아니든.
엄마를 떠내보내는 일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예상 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위대한 시인이라고, 아니 그 누구라도
결국엔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엄마의 부재를 시를 읽으며 내내 실감한다.

- 산호 때문에 울어보기는 처음이다. 엉엉엉 운다. 산호는 죽기 전에 병상의 엄마처럼 백화한다. 물속 흰 뼈들의 정원이 넓게 번진다. 집단 사망한 거다. 그 다음 서서히 썩는다. 산호는 원래 영원히 사는 동물. 수명이 없어서 우리는 죽은 다음 산호가 된다. - 더러움 흼 중

- 죽음을 잉태할 땐 누구나 고아다
지구를 가득 뒤덮은 사람들의 각자의 엄마를 부르는 소리는 언어일까? 새 울음소리 같은 걸까? - 잊힌 비행기 중

- 그 중에 우리나라의 여류 시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묻는 아시안이 있다. 그래요, 우리는 그렇게도 불렸어요. 여자에게 따로 이름을 붙이는 자들이 있었어요, 내가 대답한다. - 피카딜리 서커스 중

- 나는 학생들에게 너희의 엄마에 대한 시는 왜 다 비슷하냐고. 엄마에 대한 시를 쓰는 건 어렵다고. 엄마는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문장 밖에 있다고. 그렇게 말해놓고도 나는 지금 엄마를 쓰려고 하고. 엄마는 그립고, 엄마는 서운하고. - 천 마리의 학이 날아올라 중

- 이걸 차례로 다 태우고 나야 나는 잠들 수 있다.
날마다 태울 것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 아지랑이의 털 중

- 어디서 봐야 그것을 알 수 있나?
엄마, 거기서 봐도 여기가 삶이야?
이 머리와 이 발바닥 사이에
내 왼쪽과 내 오른쪽 사이에
죽음이 있었을까? - 불면증이라는 알몸 중

2022. apr.

#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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