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67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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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리든 많든, 시인이든 아니든.
엄마를 떠내보내는 일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예상 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위대한 시인이라고, 아니 그 누구라도
결국엔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엄마의 부재를 시를 읽으며 내내 실감한다.

- 산호 때문에 울어보기는 처음이다. 엉엉엉 운다. 산호는 죽기 전에 병상의 엄마처럼 백화한다. 물속 흰 뼈들의 정원이 넓게 번진다. 집단 사망한 거다. 그 다음 서서히 썩는다. 산호는 원래 영원히 사는 동물. 수명이 없어서 우리는 죽은 다음 산호가 된다. - 더러움 흼 중

- 죽음을 잉태할 땐 누구나 고아다
지구를 가득 뒤덮은 사람들의 각자의 엄마를 부르는 소리는 언어일까? 새 울음소리 같은 걸까? - 잊힌 비행기 중

- 그 중에 우리나라의 여류 시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묻는 아시안이 있다. 그래요, 우리는 그렇게도 불렸어요. 여자에게 따로 이름을 붙이는 자들이 있었어요, 내가 대답한다. - 피카딜리 서커스 중

- 나는 학생들에게 너희의 엄마에 대한 시는 왜 다 비슷하냐고. 엄마에 대한 시를 쓰는 건 어렵다고. 엄마는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문장 밖에 있다고. 그렇게 말해놓고도 나는 지금 엄마를 쓰려고 하고. 엄마는 그립고, 엄마는 서운하고. - 천 마리의 학이 날아올라 중

- 이걸 차례로 다 태우고 나야 나는 잠들 수 있다.
날마다 태울 것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 아지랑이의 털 중

- 어디서 봐야 그것을 알 수 있나?
엄마, 거기서 봐도 여기가 삶이야?
이 머리와 이 발바닥 사이에
내 왼쪽과 내 오른쪽 사이에
죽음이 있었을까? - 불면증이라는 알몸 중

2022. apr.

#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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