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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본 이야기
구병모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평점 :
앤솔로지가 넘쳐나니 예전처럼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들어 그래서인지 다수의 작가들의 문집은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
이 책은 구병모, 권여선 작가라서 선택했었던 것 같다.
- 조금의 과장도 없이 호흡 한 번을 놏히면 줄 위에서의 삶은 끝장이라는 걸, 올라간 자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무결점을 추구하는 동시에 끝장에의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두는 것이 쇼의 본질이자 즐거움의 원천이다. - 11, 소여, 구병모
- 우리는 밤을 통과한다. 그러나 밤이 우리를 통제한다. 우리는 강과 언덕, 산과 호수를 지나 한 번 안개를 지나쳤고, 다시 한번 안개를 지나친다. 드물게 선 가로등 불빛에 안개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스포트라이트처럼 희끗희끗 드러난다. 안개는 우리를 비추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관객이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유형의 밤을 겪어왔다. 차가운 밤, 칠흑과도 같은 밤, 끈끈한 밤, 더운 밤, 투명한 밤, 위험한 밤, 위협적인 밤. 우리는 자동차 소음을 음악으로 덮고, 음악이 시작하거나 끝날 때, 각자 갖고 있는 밤의 목록을 공유한다. 두려운 밤, 덮치는 밤, 부딪히는 밤, 갇힌 밤, 취한 밤, 도망치던 밤, 이불로 머리를 완전히 덮던 밤, 초침 수를 헤아리던 밤, 밝은 밤, 희망찬 밤, 별의 폭발을 지켜보던 밤, 시간이 없던 밤, 손에 땀을 쥐던 밤, 오랜 시간 기다렸으나 하나의 유성도 보지 못한 밤, 추월하는 밤, 가속하는 밤. 그 밤들에 무슨 일이 있었지? 그리고 밤과 밤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우리는 밤과 함께 흘러간다. 곡선 도로에서 무심코 속도를 높이다 당황하지 않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다. 밤의 정지. 검은 얼음처럼 단단하던 밤의 밀도가 흐트러진다. - 150, 헤엄치는 밤, 한유주
2023.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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