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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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이 출간되면 왠지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얼른 구매하게 된다.

에이미와 이저벨, 올리브 키터리지 후 세번째 출간 작품인데.

조금 결이 다르달까, 좀 더 내면으로 침잠 한 것 같달까.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소환하는 조각들이 펼쳐지는데,

아무래도 조금은 어두운 색채여서, 내 감정의 레벨과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감정의 눈높이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면, 조금은 어수선한 독서가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문장과 사색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덧 다 읽게 된다. 볼륨이 얇아 아쉬웠다.


나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었다. 하지만 진지했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이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 혼자 남몰래 - 아주 진지하게 생각했다! 나는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건 어느 누구도 모른다. 그러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 34

나는 애써 울음을 참느라 한동안 간호사실 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다. 치통이 옆에서 나를 감싸안아주었고, 그렇게 해준 그녀를 나는 지금도 사랑한다. 가끔 나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블랑시 뒤부아의 이런 대사를 썼다는 사실에 슬퍼진다. ˝나는 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통해 여러 번 구원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범퍼스티커처럼 진부해진다. 나는 그 사실이 슬프다. 아름답고 진실한 표현도 너무 자주 쓰면 범퍼스티커처럼 피상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 - 98

불쌍한 인간.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작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불쌍한 인간 - 그 말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다- 우린 모두 불쌍한 인간이다. - 104

˝이쪽이 루시.˝ 그녀가 거의 농담처럼 덧붙였다. ˝루시는 출신이랄 게 없어.˝ 나는 그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정말로 지금도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출신이 없지는 않다고. - 174

아무도 너희를 돌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내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어!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하지 않는다. 해서도 안 된다. 내가 아이들의 아버지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남편만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아이들을 떠난 것이기도 했고, 집을 떠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내 것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움직였다. - 211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 것이다. 이 이야기만큼은. 그리고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 216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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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읽으셨군요. 빠르십니다. 저는 아직 사지도 못했는데... Orz

hellas 2017-09-25 17:09   좋아요 0 | URL
아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라 보이자마자 샀어요:) 그나저나 전 어제 동네에서 문연지 1년여가 되었다는데 전혀 모르고 있던 독립서점을 하나 발견해서 너무 기분이 좋은거 있죠. 우리동네에도 그런 서점이 있으리라곤 1도 상상을 못했어서...ㅋㅋㅋㅋ 다락방님께 자랑하면 왠지 이해해 주실거 같아서 자랑해요!!ㅋㅋㅋ

다락방 2017-09-25 17:23   좋아요 0 | URL
아니, 이건 갑자기 무슨 자랑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틈새를 이용한 깨알자랑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동네엔 그런 서점이 없는데... 지금 이 댓글 읽는 순간, 아, 회사 그만두고 내가 그런 서점을 차릴까...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7-09-25 17:43   좋아요 0 | URL
매우 작고 조용한 서점응 매우 작고 조용해보이는 여자분이 운영하고 계셨죠. 낭독회 영상회도 하는데 아마 다섯명이면 꽉차는 가게예요:) 다락방님 서점주인 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