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정용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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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 오랜시간 책장에 꼿혀있던 책으로 바벨을 골랐다.

흠.. 그런데 왠열..

이건 꼭 요즘의 정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우화 랄까?

언어를 잃은 사람들, 언론을 통제하고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무차별 폭압하는 정부.

물론 이것보다 더 큰 카테고리가 이야기 전반에 있다.

종말론에 대한 위기의식과 말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성찰?

멋진 신세계나, 나를 보내지마와 같은 작품들 처럼 sf적 요소들은 상당히 잘 이미지화 되어서

이 내용이 영상매체로 번역?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한편,

필리버스터 때문에 책 읽기는 번거로워졌지만,

선거기간에 뽑아달라 고래고래, 청문회 기간에 대답하세요 호통호통이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인이 갖춰야할 자질이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같다.

생각 이상으로 지적이고, 차분한 필리버스터 발언 중인 국회의원들 덕에 편견이 깨지고 있는 요즘.

그 와중에 골라든 이 책 또한 왠지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2016. Feb.

NOT이든 레인보든 바벨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행동 양식이라고 생각하네. 양쪽 모두 절망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것은 바꿔 말하면 모든 인간이 절망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한쪽은 희극적인 비극이고 또 다른 쪽은 비극적인 희극이야. 둘이 차이가 있나? 없네. 그 둘은 결국 같다고 생각하네. - p. 67

- 아벳은 미치광이가 돼가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 아벳을 챙길 여력이 없어요. 저 역시 요즘은 미칠 것 같아요.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저 혼란스럽고 무의미해요.
밀은 요나의 미러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
-때로는 완전히 무의미한 것들도 겪어내야 해. 몸을 낮추고 그냥 가만있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견디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가장 변덕스러운 게 날씨고, 시간이고, 상황이니까. - p. 98

얼음이라면 온전한 얼음인가? 아니다. 펠릿은 처음부터 부서진 얼음이다. 혹 그것을 잘 간직하고 녹인다고 해도 동화 속의 사냥꾼이 품고 있던 얼음처럼 그 어떤 소리도 살려내지 못하고 비명과 절망만 가득하겠지. 그리고 `아이라`의 회원들이 지닌 태도를 행복이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모른 척하고 있다. 간절히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어린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흐르는데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그를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그저 통증을 견디고 있는 슬프고 미친 사람들일 뿐이다. - p. 150

-그런데 이 집에 스크린은 없나요? 뉴스를 좀 보고 싶은데요.
-스크린이 있긴 한데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뉴스야 뻔하잖아요. 어차피 뉴스에서 보도하는 내용은 모두 정부에서 기획하고 편집하거든요. 그리고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방송도 신문처럼 무기한 중단됐다고 하더군요. 별일이야 있겠어요? 정부가 어떻게든 안정을 시키고 있겠죠. 지금까지 늘 그래왔잖아요.
요나는 마리의 미러에 나타나는 문장을 읽고 마리를 바라봤다. 마리는 자신도 모르게 요나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겠지요. 이제껏 어떻게든 안정을 시켜왔으니까...... 이번에도 안정이 되겠지요. 그런데 제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꽤 흘렀잖아요.
- 조금만 더 있어요. 볼이 뭔가를 이야기해줄 때까지만. 조만간 해결이 된다고 했어요. 조만간. -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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