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에 걸쳐 절룩절룩 책을 읽었다.

한번에 읽어내리기에는 피로감이 상당한 글이라서.

많은 수의 여자 병사들의 증언이 담겨 있지만,

어느 하나 같은 이야기가 없다.

젊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모두 진짜 인생이니까.

참혹한 현실에 내몰렸던 이 증언자들은

그래도 살아 돌아온 귀환병이니까.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라도 전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다가도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돌아와서도 차마 행복해지지 못한 삶이 있기에 아프게 다가온다.

거기에 보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온몸을 던져 희생하고도 남성의 역사에 밀려 뒤늦은 발언을 하게 되는 그녀들의 삶...

이 책을 어서 읽고 좀 밝은 이야기를 보고 싶어지는,

차마 외면하고 싶어지는 슬픔의 기록.


2015. Oct.

우리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알지 못했다. 전쟁의 세상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세상이었고, 전쟁의 사람들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지금도 다른 세상이나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세상, 다른 세상 사람들은 정말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 p. 14

난 들꽃을 보면 전쟁이 떠올라. 전쟁 때 우리는 꽃을 꺾지 않았어. 꽃을 꺾는다면 그건 누군가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서였지...... 작별을 고하려고...... -p. 252

내가 정말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총을 쏘았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 울었는지는 말 못하겠어. 그건 아마 못다 한 이야기로 남을 것 같아.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 사람은 전쟁터에서는 무시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런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지? 당신은 작가잖아. 직접 한번 생각해봐. 뭔가 아름다운 말. 들끓는 이도 더로운 진흙탕도 없고 구토물도 없는...... 보드카 냄새도 피냄새도 없는 그런 말을...... 우리 삶처럼 끔찍한 그런 거 말고......-p.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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