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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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의 마지막 작품.

어째서 절필까지 선언한건지 그 내막이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나 다시 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2차 세계대전 중의 미국. 본토에서의 전쟁이 아니었지만, 충분히 전쟁의 그림자는 드리워져있고, 그 와중에 창궐한 폴리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향에 남고 싶지 않았지만, 남아있는 주인공 버키.

불행의 원인을 자신이라고 여기는 버키의 의식흐름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지만, 놀이터 감독관이라기 보다는 수단을 입은 성직자라는 이미지를 살짝 덧씌우면 왠지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지도 않을까 싶다.
신을 갈구하지만 계속 그 존재를 의심할수밖에 없는 뭐 그런 캐릭터로서. 결국 신에게 의지하려면 그 죄를 자신이 뒤집어 써야 하지 않겠는지...

신이 창조했다는 이 세계는 왜 전쟁의 불행 속에 있는가, 신은 왜 (상대적으로) 죄없는 어린아이들에게 가혹한가, 온 커뮤니티가 종교적인 커튼안에서 신에게 의지하지만 정작 버키는 그 신의 잔혹함만 목격할 뿐.

뭔가 뜨악하게 격렬한 엔딩이 그려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읽었지만... 그렇진 않았다.

결말에 실망이라기 보다, 오히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인생의 잔인함이 느껴졌다.

안그래도 온갖 전염병이 몸을 일으킨 요즘 같은 시기에 읽기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2015. Jul.

우리는 아무런 근거 없이 우리 자신을 가혹하게 심판하기도 해. 하지만 잘못된 책임감은 사람을 쇠약하게 만들 수 있다네. - p. 107

그는 손자에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옹호하고 한 유대인으로서 자신을 옹호하라고, 또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삶이라는 불안한 전투에서 "대가를 치러야 할 떄는 치르라"고 가르쳤다. - p. 31

우리는 아무런 근거 없이 우리 자신을 가혹하게 심판하기도 해. 하지만 잘못된 책임감은 사람을 쇠약하게 만들 수 있다네. - p. 107

자신에게 맞서지 마세요. 지금 이대로도 세상에는 잔인한 일이 흘러넘쳐요.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말라고요. - p. 273

"걱정할 것 없어." 캔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인생이 원래 그래." 그는 할아버지가 애용하던 구절을 인용하고 있었다. - p. 25

"그애는 뭘 하든 처음부터 제대로 했소. 그리고 늘 행복했고. 늘 농담을 했고. 그런데 왜 그애가 죽은거요? 이게 어디가 공정한 거요?"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캔터 선생님이 말했다.
"오직 옳은 일, 옳은 일, 옳은 일, 옳은 일만 해.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사려 깊은 사람, 합리적인 사람, 남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 인생 어디에서 양식을 찾아야 하는 거요?"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캔터 선생님이 대답했다.
"정의의 저울은 어디 있는 거요?" 가련한 남자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마이클스 씨."
"왜 비극은 늘 그것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덮치는 거요?"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캔터 선생님이 대답했다.
"왜 내가 아니라 그애인 거요?"
캔터 선생님은 그런 질문에는 전혀 답을 할 수가 없었다. -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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