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쪽
마르셀 서루 지음, 조영학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후기 / 사월의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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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

매혹적이고 서늘하다.

고독과 절망, 죽음이 가득한 서사지만 인간이라서 가질수 밖에 없는 희망도 그려져 있다.

메이크피스라는 어쩌면 반어적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발자취는 쓸쓸하기 그지없다.

온통 쟂빛의 이미지로만 상상되는 이 책에서 온전한 색채로 떠오르는 것은 오렌지.

큰 의미를 지닌듯 혹은 별거 아님 묘사였든 이 무색의 종말의 시대 안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물.

그 따뜻함이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삶을 지탱해주는 작은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주인공 메이크피스는 적절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왕좌의 게임의 ˝이그리트˝. 물론 세세한 디테일은 다르지만 왠지 딱 그 드라마 안의 그 이그리트가 연상됨.

생존의 법칙을 잘 알고 있고, 삶을 우둔하게 붙들려 하지도 않고, 인생의 잔인한 거짓말에 쉽게 우롱당하지 않는 그런 인물로서 말이다.

곧 시작될 여름을 앞둔 이 계절에 그리 어울리는 내용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요즘의 나에게는 매력적인 이야기.

2015. May.

인간이란 쥐새끼처럼 교활해서 따듯한 식사 한끼 만으로도 기꺼이 타인을 죽이려 든다. 이미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사실이다. 반면 배가 부르고 창고에 식량이 넘치고 난로에 열기가 남아있다면야 또 인간만큼 매혹적이고 너그러운 존재가 없다. 배부르고 등 따스운 인간이야 별 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식량을 훔쳐 미래를 위태롭게 만든 뒤,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믿게 해보라. 그러면 당신을 죽이기 전에 당신이 죽어야 마땅한 이유를 백한가지는 만들어낼 것이다. -p. 22

나는 역사상 가장 늙은 세상에 태어났다. 마치 두들겨맞은 말처럼 옛 상처로 절룩거리다가, 올라탄 사람을 무자비하게 내동댕이쳐 버리는 세상. -p.113

내 삶은 고통이랄 것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눈위에 적어놓은 길고도 잔인한 농담일 뿐. -p.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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