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 창비시선 334
이장욱 지음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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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들을 읽게 되면,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도달하지 않는 시들이 있다.

또 무난하지만 와닿지 않아 그냥 평이한 기억으로 남은 경우도 있고.

혹은 단지 한 행의 시에 온 마음을 빼앗겨 좋아하는 시인이 되기도 한다.

진짜 행운의 경우는 몇편이나 좋고 좋은 시들이 있는 경운데 확률상 매우 드물다.

이장욱의 시는 그 어려운 확률의 몇 편이나, 좋고 좋은 시들이다.

소설 단편도 좋던데...... 이러면 반칙아닌가. :)



2015. Feb.

의자는 책상의 먼 곳에서 타오르고
기린의 목이 점점 더 길어지고
나는 왜 조금씩 내가 아닌가? - 반대말들 중

나는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을뿐인데
난데없이
인생이 깊은 늪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늪 중

나는 단순한 인생을 좋아한다
이목구비는 없어도 좋다
이런 밤에는 거미들을 위해
더 길고 침착한 영혼이 필요해 - 뼈가 있는 자화상 중

밤이란 일종의 중얼거림이겠지만
의심이 없는
성실한
그런 중얼거림이겠지만

밤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고
맹세를 모르고
유연하고 겸손하게 밤은
모든 것을 부인하는 중- 밤의 연약한 재료들 중

손가락은 외로움을 위해 팔고
귀는 죄책감을 위해 팔았다.
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팔았으며
흰 치아는 한번에 한 개씩
오해를 위해 팔았다. - 토르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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