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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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쉽게 해제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등장한다. 어쩜 그렇게 술술 풀어 놓는지. 읽으면서 피식피식. :)

전쟁의 시대, 상실감과 절망감, 무력감이 가득.

진짜 자신을 찾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시절이 잃어버린 내면들을 조각조각 찾아 모으는 과정같다.

두번째로 파트릭 모디아노 작가의 소설을 읽었는데 딱 하는 느낌은 아직 안 온다.

문장이 아름다운건 알겠으나 너무 기억과 기억들이 성글게 펼쳐져 있달까.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 p. 9

나의 위트에게 감히 그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 `해변의 사나이`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하기야 그 말을 위트에게 했다해도 그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그의 말을 그대를 인용하자면 -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동안 밖에 간직하지 않는다`고 위트는 늘 말하곤 했다. - p. 76

그들이 지나간 뒤에도 무엇인가 계속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더 약해져가는 어떤 파동, 주의하여 귀를 기울이면 포착할 수 있는 어떤 파동이. 따지고보면 나는 한번도 그 패드로 맥케부아였던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었다. 그러나 그 파동들이 때로는 먼 곳에서 때로는 더 세게 나를 뚫고 지나갔었다. 그러다 차츰 차츰 허공을 맴돌고 있던 그 모든 메아리들이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 p. 130

나는 드니즈를 위하여 반지 하나를 샀다. 내가 그 상점을 떠날 때에도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나는 드니즈가 약속장소에 오지 않았을까봐 겁이 났고, 이 도시 안에서, 발걸음을 서둘러 걷고 있는 그 모든 그림자같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서로 길을 잃은 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 p. 190

2015.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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