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이 상당하고 세밀한 묘사 덕분에? 지루하기도 하지만장인의 진심을 표현하는 데는 적절하다.작가의 경력을 보면 여러 분야를 거치다 문화재 조사원을 하게 된 일이 아마도 이 책을 집필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새왕의 방패는전란 속에서 영민을 지켜주지 않는 지배층의 배반에 가족을 잃은 교스케가 성을 쌓는 장인 겐사이를 만나 축성 장인의 길을 걷게 되는 이야기.수비하는 역할만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최고의 공격 병기 철포를 만드는 장인의 세계도 등장하고, 그 둘의 창과 방패의 싸움을 그려낸다.절대 무너지지 않을 석벽을 쌓는 이들만이 평화와 백성의 평안을 바라는 것 같지만철포를 제작하는 장인들도 절대적으로 파괴적이고 공포스러운 강한 철포 하나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마치 핵무기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처럼...두 세계의 장인 뿐 아니라 반딧불이 다이묘라고 멸칭되는 실은 온화하고 백성을 귀하게 여기는 다카쓰구도 흥미롭다.북스피어 출판사의 취향이랄까 "장인의 마음"을 조명하는 결의 책이 종종 있는 듯.이 책은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리가 없어!' 시리즈로 10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은 견고함이 곧 아름다움이야. 그게 전부다."옆에 선 겐사이는 턱수염을 만지며 온몸으로 바람에 맞서듯 가슴을 활짝 폈다."견고함......""누가 뭐래도 깨지지 않는 게 최고다. 목숨을 지켜주는 것이 추할 리 없지 않느느냐." - 71- "가카리를 발령하면...... 저희도 목숨을 잃을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한 가지 조건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뭔가?""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다져주시는 것. 그것만 약속하신다면 저희도 사력을 다하겠습니다."(...)우지사토가 명하자 잠시 후 시동 여러 명이 갑옷을 들고 나타났다. 우지사토는 늠름하게 일어나 좌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갑옷을 착용하기 시작했다."오늘부터 전투가 끝나는 날까지 벗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성내에 있는 모든 자들도 부모형제 처자식을 지키고 싶다면 한순간의 방심도 용서하지 않겠다. 알겠느냐?"겐사이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다다미에 시선을 떨어뜨린 채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아노슈 도비타야. 바로 가카리에 들어가겠습니다." - 115- "인간은 어리석구나.""응.....?""전쟁이 비극을 낳는 걸 알면서도 자꾸 반복하지. 우리가 없었으면 세상도 오래 전에 평온을 찾았을지 모른다."아노슈가 철벽같은 성벽을 쌓았기 때문에 전쟁이 더 길어진다. 1년이면 끝날 전쟁이 10년으로, 다시 100년으로. - 147- "잠깐만. 오바나가와 문은 이요마루 바로 앞이다. 그 위력에 버텨낼 수 있겠느냐?""포탄을 맞은 자리는 무너질 겁니다."일반적으로 메쌓기 돌담은 대통의 포격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저 대통의 위력은 심상치 않다. 계소 포격을 당하면 서서히 무너지리라 예상하고 있었다."그렇다면 소용없지 않느냐.""무너지면 복구할 겁니다.""뭐라......."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좌중을 천천히 둘러보며 교스케는 말허리를 잘랐다."새의 강펄처럼.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려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쌓는 겁니다." - 625- 하나일 때는 전혀 볼품없는 돌이라도 모으고 서로 물리면 강고한 돌담이 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다이묘부터 농민까지 마음이 하나가 된 오쓰 성. 그것이야말로,------ 새왕의 방패.의 실체가 아닌가.교스케는 보이지 않는 힘에 등을 떠밀리는 듯 질타와 격려를 계속했다. - 674- 평화의 형태, 평화의 질은 창이 결정하는 것도 방패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람은 누군가를 해친 손으로 다른 누군가를 지키려고 한다. 그 마음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이 아닐지. 인간의 어리석음, 추함, 안쓰러움을 깨닫고, 인간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는 역할. 그러기 위해 결코 어느 한쪽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절차탁마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역시 모순된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같은 곳에 도달하는 사이 아니겠는가. - 6982025. aug.#새왕의방패 #이마무라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