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와 산문이 담겨있는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고요하게 읽기 좋은 시리즈다.- 내게 밀려오는 것들이 벅찰 때, 내게서 떠나가는 것들이 아릴 때, 떠올려보는 장면이기도 하다. 제 소중한 걸 부려놓고는 홀연 거두어 제 습성에 맞는 곳으로 자리바꿈을 한, 나의 너와 너와 너를 풀어내 여기 두서없이 앉혀놓는다. 내게 잠시 머물렀다 이만 총총 사라지는 숱한 나의 너들의 목록이랄까. - 9- 그래, 지나가고 지나가는 건데...... 어차피 지나가고 지나가는 것일 뿐인데 그것도 성큼성큼...... 이렇게 되뇌로라면 몸속에 가득찼던, 날 선 분노나 갈애, 쪼잔한 근심들이, 싸- 하니 빠져나가곤 한다. 지나가는 것들에 의지해 나는 간혹 철이 들기도 하고, 끝인 듯 지나가는 것들과 함께 문득 가벼워지기도 한다. 물론 순간이다. 순간이 아니라면 나는 철이 너무 들어 무거워지다 못해 땅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 50-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이 흰 바람벽엔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앙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1112025. may.#시쓰기딱좋은날 #정끝별의1월 #정끝별 #시의적절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