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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0 - 5부 4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20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세대들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희망차지는 않다.
막바지에 이르러 기력을 다한 듯한 서희에 대한 서술이 고통스러운 세월이 흘러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막상 한 권을 남겨두고 나니 읽기가 더뎌진다.
- 그래 맞다, 맞어. 일본인에게 항복이란 있을 수 없지. 정복, 정벌이라는 그 달콤한 말에 길들여져 왔으니까, 정말 일본인들은 모두 죽을 각오가 돼 있는 걸까?
천만에요. 다만 죽을 각오를 강요당하고 있을 뿐이지요. 죽음을 강요하는 그 열렬한 분자야말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 할걸요? 국민을 제물로 삼으려는 의도가 ㅜ멉니까? 바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본능 아니겠어요? 그 본능 때문에 눈이 어두워 이미 사리판단을 못하고 있어요. 만일 자신들이 죽겠다 한다면 국민은 살릴 수 있겠지요. 군부나 황실이나. - 91
- "굉장해요. 모든 게 다 넓어요. 굉장히 넓어요."
"그래 모두가 다 넓지. 생각이 아득해질 만큼 만주벌판은 넓어. 일본의 국토도 이렇게 넓고 섬이 아니었던들 좀 더 멀리 세상을 내다볼 수도 있으련만."
"그렇지만 일본은 이 넓은 대륙을 정복하지 않았습니까."
쇼지의 그 목소리는 일본인의 목소리였다.
"이 땅의 사람들은, 그러나 결코 정복되지 않았다."
"어째서요? 일본의 지배 밑에 있는데도."
"일본은 다만 왔다가 가는 사람이야. 이 땅의 임자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 이 땅에서 태어난 민족이지. 그것은 쇼짱도 알아두어야 해." - 134
2025.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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