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서술들...가난한 노동자의 쓸쓸한 시선.건조하고 무덤덤하여 더욱 그렇다.<거리에서>문을 열고 나가니안이다그 문을 열고 나가니다시 안이다끊임없이 문을 열었으나언제나 안이다언제나 내게로 되돌아온다문을 열고 나가니내가 있다내게서 나누어지는 물음들나는 문이다나를 열고 나가니낭떠러지다닿을 듯 말 듯 한 낭떠러지들넋 나간 슬픔처럼 떠다닌다나는 나를 잠그고내가 싼 물음들을 주워 먹는다(전문)- 지독하게 살았으나지독하게 죽어가겠구나 - 고시원, 아름다운 날들 중- 내가 여자를 입었는지 여자가 나를 입고 있는지나를 찾아 출구를 더듬거리며 오늘을 걷는다만여자의 시간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나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 내 죄는 무엇일까 중- 그늘의 딸로 태어나 그늘진 몸에 알록달록한 무늬들나를 걸어 잠근 이번 생은 글러먹었다오롯하게 내 죽음을 누리는 것스스로 죽어가는 시간에 내가 마침표를 찍는 것글러먹은 생에 대한 저항으로 - 저항의 방식 중- 아이는 한발짝 한발짝 어른이 되어가지색이 다르고 성이 다른 것을 차이라 말하고 차별하지 않는고운 네가내 죽음을 네 죽음처럼 보살피는 사랑이지절망으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이지 - 사랑 중- 깊은 바닥 검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심장을 찌른다 폭발하는 내가 툭 튀어나와 익숙하게도 가장 약한 것을 물어뜯는다 시시때때로 폭주하는 나와 나와 나로 가득하다 도처에 사람이 위험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험하다 - 생각도 습관이 된다 중- 더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늙는다는 것 늙었다는 것몸도 마음도 다 내주고 아무것도 없는삼류들에게 추억은 왕년의 젊음은쓸쓸함을 더하는 독주그저 독주를 들이켜며 시들어가는 현실은도대체 예의가 없다 - 보고 싶구나 중-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자본과 노동이냐고 심드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오늘의 자본과 노동이 지난날의 자본과 노동이 아닌 것은 맞지만, 자본과 노동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맞는다. 자본은 너무 화려하게 전면적이어서 오히려 보이지 않고, 노동은 바닥으로 버려져 그림자가 되었다. - 해설 중- 아직 할 말이 많은가보다아직 반성할 기회가 있는 것이겠다아직 길은 있는 것이다그 믿음으로 아직 산다 - 시인의 말 중2024. dec.#나는아무것도안하고있다고한다 #김사이 #창비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