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창비시선 427
김사이 지음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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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서술들...
가난한 노동자의 쓸쓸한 시선.
건조하고 무덤덤하여 더욱 그렇다.

<거리에서>
문을 열고 나가니
안이다
그 문을 열고 나가니
다시 안이다
끊임없이 문을 열었으나
언제나 안이다
언제나 내게로 되돌아온다
문을 열고 나가니
내가 있다
내게서 나누어지는 물음들
나는 문이다
나를 열고 나가니
낭떠러지다
닿을 듯 말 듯 한 낭떠러지들
넋 나간 슬픔처럼 떠다닌다
나는 나를 잠그고
내가 싼 물음들을 주워 먹는다
(전문)

- 지독하게 살았으나
지독하게 죽어가겠구나 - 고시원, 아름다운 날들 중

- 내가 여자를 입었는지 여자가 나를 입고 있는지
나를 찾아 출구를 더듬거리며 오늘을 걷는다만
여자의 시간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나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 내 죄는 무엇일까 중

- 그늘의 딸로 태어나 그늘진 몸에 알록달록한 무늬들
나를 걸어 잠근 이번 생은 글러먹었다
오롯하게 내 죽음을 누리는 것
스스로 죽어가는 시간에 내가 마침표를 찍는 것
글러먹은 생에 대한 저항으로 - 저항의 방식 중

- 아이는 한발짝 한발짝 어른이 되어가지
색이 다르고 성이 다른 것을 차이라 말하고 차별하지 않는
고운 네가
내 죽음을 네 죽음처럼 보살피는 사랑이지
절망으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이지 - 사랑 중

- 깊은 바닥 검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심장을 찌른다 폭발하는 내가 툭 튀어나와 익숙하게도 가장 약한 것을 물어뜯는다 시시때때로 폭주하는 나와 나와 나로 가득하다 도처에 사람이 위험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험하다 - 생각도 습관이 된다 중

- 더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늙는다는 것 늙었다는 것
몸도 마음도 다 내주고 아무것도 없는
삼류들에게 추억은 왕년의 젊음은
쓸쓸함을 더하는 독주
그저 독주를 들이켜며 시들어가는 현실은
도대체 예의가 없다 - 보고 싶구나 중

-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자본과 노동이냐고 심드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오늘의 자본과 노동이 지난날의 자본과 노동이 아닌 것은 맞지만, 자본과 노동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맞는다. 자본은 너무 화려하게 전면적이어서 오히려 보이지 않고, 노동은 바닥으로 버려져 그림자가 되었다. - 해설 중

- 아직 할 말이 많은가보다
아직 반성할 기회가 있는 것이겠다
아직 길은 있는 것이다
그 믿음으로 아직 산다 - 시인의 말 중

2024. dec.

#나는아무것도안하고있다고한다 #김사이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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