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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띠지에 '시적이며 강렬한 로드 소설이자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가족 서사의 탄생'이라고 적혀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시적인데 지루하기도 하고 강렬한 로드 서사지만 갑갑하고 충돌만이 예상되는 이야기이고
뇌리에 떠나지 않을 가족이긴 한데 비문명과 심리적인 폐쇄성, 개선의 여지없는 현실에 좌절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미도서상도 수상하고 온갖 매체에서 추천한 책이지만
지극히 미국적 서사이기도 해서 크게 와닿지 않았다.
흑인들의 핍박과 한의 역사들을 환상적인 요소로 덧붙여 풀어나갔지만 그 지점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초반부터 너무 성숙해져버린 소년 조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던 탓에
조조의 부모 레오니와 마이클만 등장하면 답답한 심정이 된다.
모성의 결핍이 오직 레오니 탓만은 아닐지라도, 이 캐릭터의 모든 변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 마이클 보다도 레오니를 더 미워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지는 좀 생각해 봐야겠다.
그런 부모에게서 동생 케일라를 지켜줘야 하는 조조의 심리적 중압감 때문일까...
그리고 대를 이어 등장하는 미시시피 주립 교도소 파치먼이라는 공간이 주는 심리적 거부감이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영혼으로 등장하는 기븐과 리치의 존재도... 원인.
새삼 느끼지만... 마약과 총기가 미국을 망쳤구나 싶다. 이 이야기가 그 지점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인상만 남았네.
- 케일라는 앓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레오니가 케일라에게 저걸 먹이지 않으면 좋겠다. 레오니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엄마가 아니다. 그녀는 아빠가 아니다. 그녀는 살면서 그 무엇도 낫게 해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었건만, 본인은 그걸 몰랐다. - 157
- 내가 열세 살이었을 때 나는 그보다 아는 게 훨씬 많았다. 나는 쇠고랑이 살갗을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죽에 살점이 버터처럼 썰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기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내 속을 움푹 파내 조롱박처럼 텅 비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 형제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 다른 부분 역시 움푹 파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장이 필사적으로 가슴을 뚫고 나올 것 같을 수 있다는 것을. - 260
- "넌 내 아기잖니." 엄마가 숨을 몰아쉬었다. 쇠살대가 부서지며 녹슨 침묵으로 떨어져 내렸다. "내가 장막을 걷어서 네가 이 생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다음 생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네가 장막을 좀 걷어다오." - 304
- 난 지금은 엄마가 될 수 없어. 난 딸이 될 수 없어. 난 기억할 수 없어. 난 볼 수 없어. 난 숨 쉴 수 없어. 그리고 마이클은 그 말들을 들었다. 같이 천천히 일어나 나를 안아 들고 차로 데려 가줬으니까. 그는 나를 조수석에 앉히고 문을 닫고 운전대 앞에 앉았다. 차에 타니 세상은 한층 가벼워졌다. 이 둥근 유리창 안의 나와 마이클로, 저 가증스러운 환한 빛과 주춤거리며 도랑으로 사라지는 개들과 유순한 소들과 빽빽한 나무들로, 내가 뱉은 말들과 엄마의 회색 종이 같던 얼굴과 내게 따귀를 맞은 조조와 미카엘라의 얼굴과 움츠러들던 아빠로, 그리고 두 번이나 떠난 기븐의 기억들로 쪼그라들었다. 우리의 세상은 수족관이었다. - 385
2025. aug.
#묻히지못한자들의노래 #제스민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