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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ㅣ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평점 :
도시의 냉혹함에 심신이 지친 주인공 손열매.
이런저런 사연으로 찾아간 완주에서 힐링한다...는 좀 뻔한 스토리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속 시끄러운 사연들의 이야기가 있다.
완주의 주민들이 겪는 사건들은 그다지 유쾌할 것 없는 종류의 것이고, 닳고 닳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삶이, 일상이 치러지는 과정은 '시간이 흐른다'라는 말을 그대로 그려내는 듯.
수미를 찾아 도달한 완주에서 그 목적을 잊은 채 한 계절을 완주하는 열매의 이야기는,
죽음과 생의 교차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 세상의 이야기다.
해피, 새드 그 무엇도 아닌 그저 '엔딩'이라는 사실.
그 모든 이야기 속에 작가의 다정함이 그득해서 읽는 내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김금희 작가, 거부할 수없이 좋은 작가. 이런 편애의 기분을 또 한 번 느낀다.
출판사 무제의 Rec. 시리즈는 앞으로도 무척 기대가 된다.
오디오 북도 들어보고 싶은데 윌라?인지 사용을 안 하니.. 조금 귀찮네. 큐알코드라도 링크했으면 좋았겠다.
여러 배우들의 참여가 궁금하다.
- 그런데 이상하지. 서울로 오고 나서는 여름이랑 비를 기다린다. 비가 처마에서 떨어질 때, 우드드 우드드 우산을 뜯듯이 빗방울이 쏟아질 때, 그럴 때 나는 겨우 숨을 쉬어. 여기도 별다른 곳이 아니구나, 여기도 비 오는 곳이구나, 여기도 별 수 없구나 생각하는 거지.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안도감인지 다른 사람들은 알까? - 29
- 그 말을 들은 손열매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열매도 태풍으로 집 벽이 날아가 버린 동화 속 돼지 삼 형제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한동안 요양 병원에서 지내느라 자주 만날 수 없었는데도 '어딘가에' 할아버지가 있는 것과 '어디를 가도' 없는 것은 너무 달랐다. 항상 허전했다. - 57
- 진실은 누가 판단 내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역시 흑담즙 철학자답네. 그럼요?
그냥 그 순간 경험하는 거지. - 151
- 이런 말 무력하게 느껴져서 그렇지만 힘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 169
-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작가의 말 중
2025. may.
#첫여름완주 #김금희 #듣는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