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허무함이 가득한 시선.남아 있는 생이 지리멸렬하지만 작게 불어오는 바람에 문득 생을 작게 조금 기뻐하는 그런 시라고 늘 생각한다.좋아하는 시인이다.- 아름다운 선 하나에고개 숙이는 날이 있다. - 시인의 말- 알약들처럼 빗방울이 성긴 저녁. 용케 젖지 않은 자들의 안도 속에 하루가 접히고 있었다 - 삽화 중- 몰락은 사족 없이도 눈부시다. 내밀한 서사가 창자밀려 나오듯 밀려 나와 있는 몰락은 눈부시다. 미리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몰락은 눈부시다. - 몰락의 아름다움 중< 후회에 대해 적다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 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추적추적한 거리를 걸었다. 위성도시 5일장은 비릿했다.떠올려보면 세월은 더디게 갔다. 지금은 사라진 하숙촌에서 나비 떼 같은 사랑을 했었고, 누군가의 얼굴이 자동차 앞 유리창에 가득할 때도 그게 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아득해지지 않았으니 세월은 너무 더디다.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지아득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문자로 답을 보냈다. 지금에 와서 나를 울린건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었을 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사람들은 비를 피해 은하열차처럼 환한 전철 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바짓단이 다 젖도록 거리에 서 있었다.(전문)- 나의 소혹성에서 그런 날들은 다른 날과 같았다.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 나의 마다가스카르 3 중- 도망침으로써얻을 수 있는 것들은원래 없었다.아주 느린 속도로기억은 말라가고인광처럼시간은 가끔 반짝였을 뿐이다. - 미이라 2 중- 말로 꺼내지 못한 신념들이 타들어가던 시간. 봄날은커녕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던 시간. 남지도 사라지지도 못한 내 탓이라고 치자. 하여튼 타인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계급이다. - 좌표 평면 중-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잔해를 남겼다. 후회한다. 돌아가고 싶다. 내가 짓고 내가 허물었던 것들에게. - 무념무상 2 중- 허연의 시에서 부고는 죽음을 과거형으로 박제하는 말이 아니라, 서서히 죽어가는 일의 소식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따라서 부고로서 쓰이는 시는 죽어가는 일에 대한 시며, 그렇기 때문에 생생한 삶에 대한 시고, 궁극에는 미지를 탐구하는 시이기도 하다. - 해설 중2024. dec.#내가원하는천사 #허연 #문학과지성시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