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의 탐정 설자은의 활약 두 번째 이야기.귀향길에 우연히 만난 소울메이트 목인곤과 지혜로운 동생 도은이 어슴푸레 팀 설자은을 결성한다.왕의 공식적?인 칼인 흰 매가 된 설자은의 신분이 노출될까 싶은 아슬아슬함과 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의 1권이었다면두 번째 책은 조금 더 야만의 중세 느낌이랄까. 당시의 신라인과 신라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외부인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데,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큰 과제에 당면한 신라. 그 안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목숨까지 걸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사정이 비정한 시대의 반영으로 보였다.덕분에 1권보다 다소 무거워진 배경. 그게 오히려 시리즈로서의 무게감을 얻어 가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어떤 궤를 벗어난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의 마음에 어둠이 남네. 이제 와선 자네 앞에서 세상 불행을 다 끌어안은 척했던 게 부끄럽지만, 나는 조금 굶었던 것만으로 안쪽에 어둠이 고였어. 음식을 삼키면 뱃속에서 그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지. 자네 안에 그런 게 남지 않았을 리가 없어. 자네의 늘 웃는 얼굴은 일종의 마개인가보군.""남의 얼굴을 마개라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흥, 지켜보기로 하지. 자네의 어둠이 어느 순간 새어나오는지."그렇게 말한 자은이었지만 다음날 인곤의 방을 볕이 가장 잘 드는 방으로 바꿔주게 하였다. - 78- 금성의 군더더기.그것이 되고 싶지 않았다. 급히 몸집을 키워가는 금성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남는 입. 본 것이 지나치게 많은 눈. 그 어떤 외침에도 냉담한 귀. 웅크린 채 다음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지만 다음을 만나지 못하는 망가진 진흙 인형. 왕이 자은을 내치면, 자은은 그런 군더더기가 되고 만다. - 126- 왕은 다른 이가 베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베는 것까지가 자은의 소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베게 한 것은 왕의 힘이 자은을 통해 흐른다는 것을 천명하기 위해서였고, 자은도 그 뜻을 읽었기에 수행했다. - 155- "어찌되었든 날을 더해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입버릇 같은 혼잣말을 거듭했다. 누구나 더 이상 새날이 주어지지 않을 때까지 날을 더해가며 산다. 그뿐이다. 야단을 떨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경망스러운 자들이나 달리 굴 것이다. 일어난 일들, 일으킨 일들 모조리 품고 견디면 된다. 그럴 수 있다. 말하다 보면 믿기는 날도 더러 있다. - 162- 자은은 탑이 있거나 없거나 아무것도 기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은 그다음의 이야기. - 3272025. jan.#설자은불꽃을쫓다 #정세랑 #설자은시리즈2 #문학동네